한국의 국사교육이 교과서 검정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있다. 이념적 역사관이 낳은 비극이다. 교육부는 지난 달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절차를 밟아 온 고교 현근대한국사 교과서 8종이 최종검정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교학사가 출판하는 교과서도 포함됐다. 이 교과서는 이명희 공주대 교수를 주 집필자로 4명의 학자들이 공동집필한 이른바 ‘우 편향 보수 관점’에서 쓰여진 교과서다. 야권과 좌편향 진보계가 ‘정권의 시각을 담으려는 시도가 보인다’ 라고 주장, 교학사 교과서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지난 11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합격한 모든 8종 교과서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가 전반에 걸쳐 재검토 수정보완 하겠다”고 언급, 좌편향 불평진압에 발 벗고 나섰다. 교학사 본의 우 편향 사관(史觀)은 남북분단문제에 대해 북한 책임론, 북한인권의 참상, 핵 위협 등을 묘사하면서 전체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금성출판사의 좌편향 사관의 대표적인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약화시키는 한편 북한체제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에 무게를 두었다. 금성출판사 본은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고교생들의 국사관을 형성하는데 과거 20년 동안 지배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이번에도 금성출판사 본은 검정절차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교과서가 잘못 묘사한 史實(사실)에 대해 좌편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03년 봄 어느 날 나는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장군의 동상을 본 적이 있다. 마침 동상을 지키고 있던 해병대 장병들과 반미구호가 새겨진 머리띠를 두른 20여 명의 청년들이 대치를 하고 있었다. “민족분단의 원흉, 전쟁범죄자의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자! 우리 민족사의 치욕적인 상징물을 때려 부수자!” 이 청년들이 외치는 구호다. 나는 한 청년과 다음과 같은 대화를 했다. “어째서 맥아더 장군이 전쟁 범죄자며 분단의 원흉입니까?” “미국이 한반도를 갈라놓지 않았습니까?” “미국이 갈라 놓은 것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 함께 갈라놨지요. 그런데 소련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까?” “6.25때 북한군이 김일성 명령에 따라 남침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맥아더 장군이 이끈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우리에게 자유를 찾아주지 않았습니까?” “자유라니요? 민족적인 영웅 북한군에 의해 통일 될 기회를 방해한 장본인이 맥아더입니다.” “그러면 김일성의 공산주의로 통일이 되도 괜찮다는 말입니까? 그러면 지금 북한에 가서 살면 되지 않습니까?” “그런 뜻은 아니구요.” 이 청년들은 중고교 때 좌편향 역사교육을 받은 것이 분명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해서 6.25남침을 ‘통일전쟁’으로 보고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통일을 방해하는 민족분단으로 보는 것일까? 이렇게 잘못 된 역사의식은 역사를 가르치는 좌편향 선생들이 좌편향으로 편집된 교과서를 통해 중고교 학생들에게 교육했기 때문이다.
미국 교육계도 역사교과서 문제로 가끔 열띤 논쟁을 벌였다. 논쟁은 좌우편향이 아니라 인종적인 것이었다. 미국 중고교 교과서는 한국처럼 정부의 검정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교과서는 누구나 집필 할 수 있으며 교과서로의 채택여부는 전적으로 각 카운티 교육위원회에 달려 있다.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의 대상이 된 것은 미국역사에서 흑인노예와 노예해방이후 흑인의 미국역사에서의 역할과 위치다. 그동안 역사 교과서들은 국가건설과 발전에 기여한 노예의 공헌을 거의 무시했으며 노예해방이후 흑인의 역할을 동반자의 위치에서가 아니라 종속자의 위치로서 평가했다. 그러다가 1963년 8월 워싱턴 기념탑 광장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행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의 역사적인 연설과 1968년 4월 그가 암살당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민권운동이 고조되면서 흑인의 미국 역사적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1859년 반 노예운동가 존 브라운이 그와 뜻을 같이하는 18명과 함께 웨스트버지니아의 하퍼스 페리에서 연방군 무기고를 공격했던 사건을 노예들과 함께 연방군에게 대항하기 위한 음모로 많은 역사가들은 평가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노예소유주들에 대한 반항이었으며 링컨이 감행한 남북전쟁의 촉발제가 됐음을 추후에 역사가들은 인정하게 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의 흑인군의 역할, 그 뒤 여러 분야에서 흑인의 공헌은 교과서에서 역사의 종속자가 아니라 동반자의 위치를 단단하게 해 주었다. 흑인 대통령을 뽑은 미국사람들은 흑인을 미국역사 속에서 역사의 동반자로 더욱 굳혀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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