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장직을 맡고 있는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교육감을 위시해 학군 내의 모든 교직원들에 대한 최종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약 2만7천명에 대한 인사권을 직접 행사한다는 것은 현실상 무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은 직접 고용하고 업무 평가를 하지만 그 외의 다른 교직원들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서는 교육감으로 하여금 교육위원회의 인사권을 대행하게 한다. 단지 교직원의 해임은 교육위원회의 재가가 있어야 하며 교장의 임명도 교육위원들의 동의를 구한 후 행해진다.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행정구조를 보면 교육감 아래로 부교육감(deputy superintendent)이 있고 그 밑에 16명의 교육감보(assistant superintendent)가 포진해 있다. 훼어팩스 카운티 학군에서는 교육감, 부교육감 그리고 교육감보들을 통칭해 Leadership Team(LT)라고 한다. LT 멤버들의 임명도 교육위원회의 재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이 학군 내의 모든 교육행정을 총괄하며 18만명 이상의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진다. 그런데 교육감보들 중 8명은 지역(cluster) 담당이다. 카운티를 8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마다 3개 정도의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포함해 평균 25개 정도의 학교들이 속해 있다. 결국 각 지역담당 교육감보가 25개 정도의 학교들을 책임지고 교육감이 해야 할 업무를 상당 부분 이임 받아 행하는 것이다. 그러한 임무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교장의 업무평가와 고용에 관한 것이 있다. 교장 임명 시 물론 교육감이 최종 후보자를 면접하고 교육위원들의 재가도 거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지역담당 교육감보의 건의가 그대로 받아지기 때문에 그 만큼 지역담당 교육감보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교장에 관한 인사권뿐만 아니라 일정 예산 배정권한도 갖고 있고 특히 소속 학교의 필요 여하에 따라 추가 교사 배치권한도 행사 할 수 있기에 교장들이 항상 눈치를 보고 로비도 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직책에는 대부분 과거에 교장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임명된다. 공석이 생길 때 훼어팩스 카운티 내의 교장들이나 교육청 고위 간부들이 많이 지망한다. 그러나 때로는 외부 학군 지원자들 가운데 선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직책을 맡고 있다가 교육청 내의 다른 부서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타 학군의 교육감으로 영입되어 영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특기할 점은 훼어팩스 카운티 학군내 8명의 지역담당 교육감보들 가운데 6명이 소수민족 출신이라는 것이다. 1명이 히스패닉이고 나머지 5명이 흑인이다. 지난 2-3 년 사이에 네 자리가 비었는데 그 자리들 모두 흑인 교육자들에게 돌아갔다. 또한 다른 LT 멤버들 가운데 흑인 한 명이 더 있음을 생각할 때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내의 최고 고위직 18자리 가운데 6명 즉 3분의1을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훼어팩스 카운티 내에 흑인들의 인구가 10% 미만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반면 히스패닉과 아시안은 각 1명씩, 다시 말해 6% 미만에 불과하다.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히스패닉과 아시안 차지하고 있는 인구 비율이 2011년 기준으로 각 16%와 18%임을 볼 때 이는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흑인들이라고 해서 이러한 고위직 진출 과정에 특별한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흑인들의 교육계 진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와 관찰을 해 온 사람들의 말을 빌자면 흑인들은 상대적으로 교직 진출을 중요시 여겼다고 한다. 흑인사회 내에서 교직 진출은 인정받고 권장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더욱 그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교직에 도전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LT 멤버나 교장 자리에 흑인들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LT직이나 교장 자리에 진출하는 흑인들은 젊은 흑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역할 모델이 되어 교직으로 진출하는 흑인 인재들이 계속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나는 1995년 처음 교육위원이 된 후 항상 아시안 교직자가 상대적으로 적음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교장은 1%, 교감 3.5%, 그리고 교사는 4%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감을 위시해 인사 담당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필요에 따라 특단의 조치도 취해 줄 것을 누누이 주문해 왔다. 그런데 아시안계 주민들이 교육 자체에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성을 부과하면서 교직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는다. 혹시 교직자들의 봉급이 다른 직업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는 것이 교직에의 진출을 주저하게 하느냐는 반문도 받는다. 나를 부끄럽게 하는 지적과 질문이다. 과연 그렇다면 그저 보고 있어도 되는가라는 자책이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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