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 옛날 나니와(옛 오사까)의 봄놀이 때 전날 밤 몰아치는 비바람을 인부들이 온 몸으로 막아 지켜냈다는 전설 속의 그 벚꽃조차도 기억에서 사라졌다.
설악산 줄기인 인제의 곰배령 계곡 여울물 바위 틈새에선 강에서 거슬러 올라온 천연 기념물인 열묵어, 어름치, 버들치가 따뜻한 햇살에 얼굴을 내밀고 점봉산 양지 바른 산기슭에 핀 희귀 야생화가 물에 흘려보내는 꽃잎에 입질을 시작할 때고, 산 아래 설피마을 꽃잎이네 산장 여주인은 가을 압화 전시회 출품을 위해 벚꽃보다 더 예쁜 야생화를 따다 말리느라 온 산속을 헤매면서도 산장 뒤 후미진 계곡 어디쯤인가에 그물망을 쳐놓고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산장을 찾은 손님을 위해 무지개 송어, 꺽지 등을 키우기 시작 할 것이다.
일본 태평양 연안의 천혜 요새인 이세만, 부처의 사리만큼이나 영롱한 최상품의 스시 쌀을 경작하는 나고야 평야를 가로 질러 흐르는 나가라 강에서는 1,300년을 대를 이어오며 황실에 은어를 대는 몇 안남은 후손들이 가마우지를 훈련시켜 횃불을 밝히며 은어를 잡는 5월 밤의 행사가 곧 열릴 것이다.
이 철의 우리 스시바는 성게가 입맛을 돋우어 주고, 소프트 셸 크랩(SOFT SHELL CRAB)이 있고, SEA BASS, STRIPED BASS가 맛있을 때인데 무엇보다 한여름 고루한 대화의 분위기도 프레쉬하게 바꾸어보고 생선의 선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보자.
락빌의 쉐프 혼다는 여름만 되면 이글거리는 도심의 열기에 파죽음이 되서 바를 찾은 퇴근길 셀러리맨들을 위해 이가 시리도록 찬 맥주도 얼음 통에 넣어 주었으며 사시미(회)랑 다다끼(생선을 다져 놓은것)는 소금을 넣어 얼린 서릿발이 선 듯한 조각얼음 위에 올려 주곤 했었다. 어느 여름엔가는 인근 유태인 회관에 초청돼 스시 만들기를 선보일 때도 빙판만한 얼음조각 위에 오페라 무대만큼이나 화려하면서도 생동적인 스시를 내놓아 ‘쥬이시 맘’ 들에게 스시 소개는 물론 팁으로 시원한 여름을 선사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일본인 주재원들이 많이 사는 락빌의 일본 주부들을 위해 메릴랜드 제섭의 생선도매상에서 생선을 사다 아주 깨끗이 손질해 주기도 했으며 식당 한 벽면엔 작은 도서 선반을 달아 인근 일본 주부들이 서로 책을 교환해 보도록 하기도 했다. 칼 한자루만 메면 어디고 떠날 수 있다는 사내들만의 직업으로 수백년을 이어 오는 스시 문화는 이런 덕목이 있는 쉐프들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머무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뿌리를 내려 외식을 즐기는 이들과 함께 지역 스시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도쿄의 수산시장, 작년에 참다랑어(BLUE FIN TUNA ) 한마리가 8억5000만원에 팔려 세상을 놀라게 했었는데 이번엔 아오모리 현 앞바다 에서 잡은 222킬로그램의 참치가 무려 18억에 팔렸다. 킬로그램 당 무려 844만원… ‘경매’라는 인간이 가진 이기고자 하는 투쟁본능을 부추기는 유혹에 넘어가 턱없이 비싼 값을 치루고 샀지만, 식당 주인은 오랜 세월을 이웃 사돈집 들르듯 찾아준 손님을 위해 종전대로 음식 값을 받았다. 환호하는 손님 앞에 그는 경매 때 손이 올라갈 때 마다 초조했던 순간을 수줍은 듯 얘기했고 손님들은 무슨 무용담 듣듯 황홀해하며 금값보다 더 비싼 참치회 한점을 신비한듯 조심스럽게 음미하며 오랜 세월 스시바를 지켜온 쉐프에게 부라보를 외쳐주었다.
이 순간들이 또한 잊지 못할 스시의 추억으로 기억되어질 것이다. 차려내온 음식을 밥 한 톨 안 남기고 깨끗이 접시를 비워주는 마음이 그렇고, 배달 시켜먹은 도시락을 깨끗하게 씻어서 문 밖에 내어놓는 도쿄의 주택가 골목 주부의 마음가짐이 그렇듯, 애정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베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스시바에 앉은 초자 손님은 스시맨이 바에 앉은 네, 다섯 손님의 주문 정도를 혼자서 제꺽제꺽 받아 소화 시킬 뿐 아니라 끝나고 나면 숫자를 정확하게 불러주는걸 보고 머리 좋은 스시맨 때문에 바에 앉는게 즐겁다고 그런다. 혹자는 그런다, 스시맨이 쌀알로 숫자를 세어 놓았다고….
고대 중국의 하(夏)나라 때 재상까지 오른 이윤이란 요리사는 솥과 도마를 짊어지고 다녔는데 정치를 요리하는 방법에 비유해 탕왕을 도왔다는 고사도 있다. 한식의 세계화에 아무런 치적도 없이 앞장섰던 영부인은 그 숱한 돈을 쓰고도 정산을 못해 절절매는 모양새가 한번쯤은 도마에 올라 난도질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음식문화는 힘이나 모양새는 물론 무슨 기성복 펼쳐 보이듯 달랑 선만 보이는 것만으로는 결코 이루어 질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게 그렇게 힘든 건가…
매미소리가 창궐한다는 이 여름, 스시맨들이여, 여름날 매미소리가 그 얼마나 시원했나만 기억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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