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감탄과 환희로 계절의 여왕 오월을 맞이한다. 푸른 5월은 가정의 상징인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미국, 어머니날)이 들어있는 달이다. 가정의 의미와 가족의 가치가 지닌 중요성에 대하여는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청소년 문제나 학교폭력 나아가 사회문제의 적지 않은 부분이 가족 간의 갈등, 가정교육의 부재, 혹은 가정의 기능 상실과 연관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다른 가정에 대하여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내 가족만의 행복과 이익만을 생각하는 지나친 가족애의 표출인 가족이기주의 또한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가족관계 형성을 위하여 가족 모두의 진지한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가정의 의미와 가족의 가치가 지닌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일이다.
기독교의 경전인 창세기는 가정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인류의 첫 공동체요 행복의 보금자리라고 말씀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오랜 역사를 내려 온 것도 가정을 통해서다. 사람은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에서 자라고, 가정에서 일생을 마친다.(물론 요즘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일생을 마치는 경우가 많지만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우리는 가정에서 부부(夫婦), 부모(父母), 자녀(子女), 형제자매(兄弟姉妹) 관계를 통하여 우리의 삶에 필요한 사랑과 용서, 위로와 격려, 슬픔과 아픔, 그리고 감사와 행복을 경험한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사랑과 돌봄을 통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좋은 가족 관계를 이루며 사는 일은 우리에게 가정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의 뜻이며, 우리 모두의 사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음으로 행복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널리 알려진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나라를 잘 다스리는 길을 묻자 공자께서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대답했다. 그 뜻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의미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아마 이상의 답이 없을지 싶다.
이 대답은 가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길도 아버지가(혹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자리에 있고, 아내가(혹은 남편이) 아내의 자리에 있고, 자녀가 자녀의 자리에 있으면 된다.
문제는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아버지의 자리는 시대를 따라 늘 변하기 때문이다. 어려서 부모를 보고 배운‘아버지의 자리’ 혹은 ‘어머니의 자리’는 나의 시대에서나 필요한 자리였지, 미래를 살아 갈 우리의 자녀들에게 내가 지니고 있는 부모상(像)을 그대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배워야 한다. 요즘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부부학교 등등 프로그램이 많다. 시대나 세상 풍조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가정에 꼭 필요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좋은 부모상을 - 아버지 상, 어머니 상- 갖춰야 한다.
끝으로 혈연에 근거한 가족이기주의를 버리고 모든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기여하고, 새로운 가족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야 한다. 가족애는 결국 다른 모든 가정과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에리히 프롬은 한 가족, 한 민족만 사랑하고 나머지에게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애착이요 이기주의라고 한다. 공자께서도 ‘자기의 부모를 사랑하는 자는 감히 남을 미워하지 못하고, 자기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감히 남을 업신여기지 못한다.’고 했다. 진정한 사랑은 혈연에서 오는 가족애를 넘어 세상 모든 사람, 세계 전체와 관련을 맺는 것이다.
오늘날 다원사회 속에서 가정의 형태와 내용이 매우 다양해져 가고 있다. 사회 변화 속에서 혈연에 기초한 전통적 가족 개념을 넘어 새로운 공동의 가치 추구라는 상호 관계에 기초한 신개념의 가족 형태도 생기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시대 변화에 맞는 가족 개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가정의 달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두가 다 가장 큰 집, 모두가 다 최고로 비싼 집에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최고로 행복한 가정은 다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온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상호 존중과 넉넉한 배려 가운데 마음을 합하면 세상의 모든 가정이 다 최고로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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