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반도를 걱정한다. 분단 이후 남북한 간에 요즘처럼 서로 적대적 대결로 인한 긴장이 높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서슴없이 전쟁도 불사한다는 도발적 행동과 위협적 선언을 하고 있고 남한과 미국은 이에 맞서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했다.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가 문을 닫은 지 몇 주가 지났다.
그러나 북한은 UN의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방법을 거부하고, 이런 저런 조건을 제시하며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전쟁의 위협과 긴장을 높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남북한의 위기적 상황에 대한 인식과 그 해법에 대하여는 다양한 관점들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파국적 위기로 치닫는 남북한 문제를 바라보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평화적 해법 곧 ‘평화’의 정신을 유지하는 일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평화는 인간관계나 국제 관계 속에서 갈등이나 단절된 관계를 풀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요, 모든 갈등 해소와 관계 회복의 진정한 목적이다.
평화는 모든 사회와 국가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이지만 말로 개념화 하기는 쉽지 않다. 대개 좁은 의미로 평화를 정의하면 전쟁이나 폭력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말 한다. 그러나 이는 평화의 극히 일부분이다. 한국의 평화운동가 함석헌선생은 평화를 하늘로부터 받은 자연한 것으로 여겨 굳이 평화의 개념을 정의(定義)하지 않고 신념이요 신조로 사용하였다.
우리말 ‘평화’는 한자어 평(平)과 화(和)의 합성어이다. ‘춘추좌전’(春秋左傳)을 보면 보통 ‘平’은 전쟁 등으로 빚어진 국가와 국가, 제후(諸侯)들 사이의 원한, 증오 등으로 얽힌 불화 관계를 해소하고 우호관계를 되살린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和’는 여러 가지 사물이나 사건들이 조화를 이루는 뜻으로 사용 되었다.
이외에 평화를 뜻하는 말로 영어의 피스(peace), 유대교의 살롬(salom), 그리스의 에이레네(eirene), 로마의 팍스(pax), 중국의 화평(和平), 인도의 샹티(santi)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용어를 보면 정의(正義), 질서, 친화와 평온, 마음의 평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넓은 의미로 평화를 본다면 개인 내면의 평안은 물론, 사회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것, 국가와 국가 간에 그리고 자연의 모든 사물이나 사건들이 서로 고르게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평화는 개인의 내면, 사회 구성원, 국제 관계, 그리고 자연세계 안에서 지켜 내야 할 최고의 가치이며 이상이다. 그런데 평화의 어려움은 평화는 결코 힘 있는 어느 한 사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평화는 반드시 나와 상대방 곧 쌍방의 우호적 관계에서 나온다. 평화는 혼자 이루어 낼 수 없다. 그러므로 평화는 서로 마음을 열고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임하는 대화와 경청과 기다림 그리고 타협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남북한의 지향점은 평화이어야 한다. 평화만이 국제 사회 안에서 남북한이 살길이다. 그 첫 걸음이 서로의 ‘평화 개념’에 대한 경청이다. 남북한은 똑같이 평화를 말하지만 그 의미는 서로 판이하게 다르다. 북한은 “조선반도에서 군사적인 행동이 중지된 가운데,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되어진 상태"를(북한사회과학출판사, 조선말대사전, 1992) 완전한 평화라고 이해하는 것 같다. 남한의 평화 개념은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무력충돌 없이 한반도 전체가 평온하고, 북한이 적화통일의지를 완전히 포기한 상태"라고 이해한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평화로 가기 위하여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열고 신뢰 가운데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서로 너무도 다른 ‘평화 개념’을 하나로 맞추어 가는 일이다.
남북한 갈등과 위기를 해결하는 정답은 평화이다. 그 문제를 푸는 방법도, 문제를 푸는 목적도 ‘평화’이어야 한다. 평화가 남북한 모두에게 가장 공리적인 길이요, 가장 이상적인 길이다. 그러므로 평화에 대한 노력과 평화에 대한 상상력을 놓지 말아야 한다. 평화만이 인류가, 지구촌의 국제 사회가 더불어 풍성한 생명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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