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월 27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캐피탈 스테튜 홀 (Capitol Statue Hall)에서 거행된 ‘현대 민권운동의 어머니’라고 불리 우는 로사 팍스(Rosa Parks) 여사의 동상개막식을 저녁 TV뉴스시간을 통해서 보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 상하원의원, 정부요인, 민권운동가 등 많은 관계자들이 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홀에는 대통령들을 비롯해서 미국 역사에 공헌한 대표적인 인물들의 동상이 있는 곳이다.
팍스 여사 동상은 흑인으로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이후 두번째 동상이다. 나의 관심을 특별히 끄는 장면은 팍스 여사가 생전에 출석했던 교회의 교인들 모습이다. 팍스 여사는 2005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디트로이트에 있는 한 교회 ‘African Methodist Episcopal’에 출석하면서 집사로 봉사했다.
그는 흑인이 다른 인종과 똑같은 민권을 누리는 것은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의 창조원칙이며 기독교 근본 윤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날 참석교인들은 팍스 여사의 신앙과 교회생활을 회고하는 말들을 나누었다고 한다.
팍스 여사는 1955년 12월 1일 목요일 앨라바마주 몽고메리에서 퇴근길에 버스를 탔다. 운전사가 자리를 백인에게 양보하라고 ‘명령’했다. 팍스여사는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부여한 인간의 기본 권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었다.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희생을 각오한 ‘모험’이었다.
여사는 ‘동등하지만 분리’(Equal but Segregate)라는 당시 남부에서 적용됐던 짐 크로우 법 (Jim Crow Law)에 의해 경찰에 체포됐으며 재판에 회부됐다.
이 사건은 흑인민권운동의 시초가 되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중심으로 한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을 유발시켰으며 이 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져나가는 계기가 됐다. 흑인은 1870년 개정헌법에 의해 참정권을 획득했으나 백인과 함께 버스를 탈 수 있는 민권은 이로부터 85년이 흐른 뒤에야 성취된 것이다.
작년 가을 워싱턴 관광을 아내와 함께 사흘 동안 걸어서 했다. 많은 미술관 박물관 기념관 동상 등을 둘러보다가 마지막 날 의회도서관과 의사당에 들렀다. 우리가 의사당에 도착했을 때는 문을 닫을 시간인 오후 5시가 다 됐다. 나는 경비원에게 스태튜 홀에 있는 데미안 신부의 동상을 볼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경비원은 마감시간이 됐기 때문에 가 볼 수는 없지만 먼발치에서 볼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었다. 나는 의사당 안에 있는 동상들을 과거에 여러 번 본 적이 있었지만 데미안 신부의 동상은 보지를 못했다. 한센 환자를 돌보다 일생을 마친 선교사 가운데 데미안(Damien de Veuster, 1840-1889) 신부를 잊을 수 없다.
데미안 신부는 하와이 섬들 중 하나인 몰로카이 섬에서 한센 자들을 돌보다가 자신이 한센병에 걸려 한센 환자로 1884년 4월 15일 49세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벨기에서 태어난 데미안 신부는 1873년 33세에 당시 하와이 왕조가 건립한 한센환자 격리 수용소인 몰로카이 섬으로 선교사 파송을 받았다. 하와이 왕조의 카메하메하 5세는 하와이 여러 섬에 흩어져 있던 한센환자들을 이 섬으로 이주시켜 방치해 두었다. 데미안 신부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집을 짓고 관을 만들고 무덤을 파는 일들을 감당했다.
데미안 신부가 몇 년 동안 이곳 한센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했지만 이들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한센 환자들이 해변에 모여 나누는 이야기를 데미안 신부는 엿듣게 됐다. “자신이 한센 환자가 아니면서 우리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 이 말을 들은 데미안신부는 자신이 환센 환자가 되어 그들과 함께 하면서 희생적으로 그들을 돌보며 복음을 전하다 생을 마쳤다. 그의 시체는 그가 태어난 벨기에 루뱅에 안장되었다.
하와이 주민들의 ‘항의’로 그의 시신 일부가 몰로카이 섬으로 옮겨져 ‘데미안 신부 기념관’ 앞뜰에 안장되었다. 하와이 주는 4월 15일을 ‘사랑의 순교자 데미안 신부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의 동상은 워싱턴 국회의사당 스태튜 홀에 하와이를 대표하는 인물로 서 있으며 하와이 주의회 의사당 앞에도 똑같은 동상이 서있다. 이 홀에는 미국 50개 각 주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동상에 서있다. 데미안 신부 동상은 하와이를 대표하는 인물로 이곳에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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