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이 앞으로 “박근혜정부”를 쓸 때 “박근혜”와 “정부” 사이를 붙여 달라고 주문했다는 기사를 지난 주 한국 신문에서 보았다. 즉,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붙여 써야 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에서 감수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이명박”과 “정부”를 띄어 썼는데 그 것은 잘못 되었다는 셈이다.
지난 2년 반 이상 한 주에 한 번씩 내가 칼럼을 쓰면서 가장 힘들어 했던 것 중 하나가 맞춤법이다. 국어를 마지막으로 정식 공부한게 미국으로 이민 오기전 고등학교 다녔을 때니 이제 거의 40년이 된다. 그런데 그 사이 철자법도 많이 바뀌었고 띄어쓰기는 원래부터 나에게 쉽지 않았다. 예전에 어른들이 쓰신 글을 읽으며 생소한 철자들을 대할 때 조금 오래된 냄새가 난다 느꼈는데 요즘 학생들이 나의 글을 보면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 내가 쓴 칼럼(김용, 이홍렬 그리고 나)에서 우선 다음과 같은 지적을 받았다.
“씨"를 의존명사로 사용하는 경우, 앞 말과 띄어 쓴다는 것이다. 즉, “김용씨"가 아니라 “김용 씨"라는 거다. “김용”과 “씨”를 띄어 써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대학"은 단과대학, 그리고 “대학교"는 3개 이상의 단과대학과 대학원을 둔 종합대학교를 일컫는다고 한다. 그래서 “다트머쓰대학" 보다는 “다트머쓰대학교"가 맞다고 한다. 그런데 언어의 변화에 관련된 글이 최근 미국 주요 일간지에 실린 것을 보았다.
“Who”와 “Whom”에 관한 것을 예로 들었는데 한 때 틀렸다고 생각되는 것이 일반 대중에 의해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괜찮은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는 것이다. “Who”와 “Whom” 모두 관계 대명사이다. 단, who는 주격이고 whom은 목적격이다. 그러기에 누가 “It is who you know.”라고 했다면, 그 문장에서 who 대신 whom을 써야 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know라는 동사의 목적어로 who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whom 대신 who로 써도 무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니 오히려 whom의 사용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예전에 배운 문법에 의거해 당연히 whom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 대화할 때 whom 보다는 who가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예로 “It is me”라는 문장에서의 “me” 사용이 있다. 예를 들어 그 문장이 “누가 다음 타자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면 당연히 “It is I”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여기서 “It”은 “다음타자”를 가르키고 “is” 다음에 나오는 보어는 주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me는 목적격이니 사용해선 안 된다. 물론, “Whom is he going on a trip with? 그는 누구와 여행을 갑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면 “It is me”가 문법상 맞는 대답일 것이다. 그 경우에서는 목적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문법상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 두 경우 모두 그냥 “me”를 써도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만큼 이제 그러한 사용이 보편화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가 있다. 아직 완전히 변화된 것은 아니지만 종종 사용되고 있는 것이 있다. “Between you and me”라고 해야 하는데 “me” 대신 “I”를 사용하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Between이라는 전치사 뒤에는 목적격의 단어가 들어 와야 한다. 그래서 당연히 “me”를 사용해야지 “I”는 안 되는 것이다. 허나, 오바마 대통령도 연설 때 종종 “I”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았는지 몰라도 나도 가끔 “ I”를 사용하곤 한다. 아직은 “It’s me”처럼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이것도 언젠가 괜찮은 것으로 인정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나는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편지나 연설문을 준비할 때 종종 담당 스탭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일에 가장 가까이서 도움을 주는 스탭은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그러니 영문법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른 법칙을 적용하는 경우를 본다. 그래서 나와 문법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내 스탭은 문법을 생각할 필요 없이 평소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문장을 이용한다. 그러기에 나의 문법에 기초한 문장 분석과 질문에 말문을 잃기도 한다.
영어 문장을 대하다 보면 문장 구조가 어떤 이유로 그런지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래서 혹자는 영어는 법칙보다 예외가 더 많은 언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영어가 사람들의 사용에 따라 또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때 틀린 사용이 더 이상 그렇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리기도 하고 한 때 당연했던 것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한국어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기에 어느 언어이든지 부단히 배움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변화에 따라가지 못 해 뒤쳐지게 될 것이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맞춤법에 어긋났다는 지적을 받을 부분이 얼마나 많을까 무척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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