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앵카도 자신의 빅히트 곡 ‘크레이지 러브’에서 “나는 너를 몹시 사랑하지만 이것이 크레이지 러브라는 것을 알지”라면서 “위에 있는 하늘이여 날 이 크레이지 러브로부터 놓아주세요”라고 숨넘어가는 소리로 노래했듯이 사랑은 미친 짓이다.
사랑을 하면 달콤하고 독성이 강한 정열에 오염돼 제 정신을 잃게 마련이어서 자살도 하고 또 살인까지도 한다. 도니제티의 희곡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가 팔았고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비극의 주인공인 이졸데가 마셨던 사랑의 묘약은 액화한 정열이다.
정열은 이런 미치광이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 쉽게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다 잠재적 범죄자라고 해도 되겠는데 다윗이 유부녀 바스세바에게 반해 그녀의 남편 우리아를 사지로 내보낸 것도 일종의 정열의 범죄라고 하겠다.
가톨릭 신자로서 자살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정사의 절정에서 애인의 성기를 절단한 사다(‘감관의 영역’) 그리고 하룻밤 섹스를 즐긴 뒤 자기를 피하는 남자에게 식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알렉스(‘치명적 매력’) 및 14세난 소녀 롤리타를 데리고 사랑의 줄행랑을 놓은 중년의 대학 교수 험버트(‘롤리타’) 등은 모두 정열의 범죄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정열의 범죄 피해자로 가해자와 결혼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린다 퓨객이 지난 1월 고향인 뉴욕서 75세로 사망했다. 영화와 소설보다 더 화끈하고 흥미진진한 이 범죄의 피해자로 검은 머리와 크림색 피부에 몸의 커브가 굽이굽이질대로 진 서민층의 린다가 개인 비행기까지 가진 부자 사업가이자 변호사로 자기보다 나이가 10세나 많은 버튼을 만난 것은 그녀가 방년 20세 때.
뉴욕 브롱스의 공원에 있는 린다를 보고 첫 눈에 반한 버튼은 린다에게 장미꽃을 보내고 린다가 출근할 때면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캐딜락 컨버터블로 린다를 직장까지 데려다 주면서 구애, 둘은 애인이 됐다. 그러나 1년간의 열애 끝에 버튼이 아이까지 둔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게 된 린다가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곧 이어 다른 남자를 사귀어 약혼을 하면서 버튼은 린다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나와 자고 결혼하지 않으면 끔찍한 결과를 겪게 될 것이다.”
이어 버튼은 “내가 널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널 가지지 못한다”라고 선언한 뒤 하수인을 시켜 린다의 얼굴에 잿물을 뿌렸다. 이로 인해 린다는 한 쪽 눈을 실명하고 얼굴에 상처를 입었고 버튼은 죗값으로 14년간 옥생활을 했다.
이 사건은 프리츠 랭이 감독한 걸작 필름느와르 ‘빅 히트’에서 깡패 리 마빈이 변심한 애인 글로리아 그래엄의 얼굴에 펄펄 끓는 커피를 들이붓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모든 정열의 범죄는 필름느와르의 좋은 소재다.
버튼은 수감 중에도 린다에게 편지와 돈을 보냈는데 그는 한 편지에서 “내가 저지른 짓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결코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의 변치 않는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 린다는 버튼의 가석방 청문 때마다 “관에 담겨 나오기 전에는 절대로 안 된다”며 결사반대를 했는데 그녀의 보호임무를 맡았던 경찰에 의하면 린다의 그런 강력한 태도 속에서 그녀의 버튼에 대한 모종의 관심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린다는 버튼이 옥생활을 하는 동안 그림공부를 하면서 리셉셔니스트로 일을 했는데 애인도 있었지만 그녀가 유리 눈알을 감추기 위해 쓰고 다닌 검은 안경을 벗자 그 자리에서 도망 가버렸다.
버튼은 지난 1974년 가석방됐는데 석방 후 지역 TV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린다에게 공개 구혼을 했고 이 방송을 본 린다는 버튼의 구혼을 수락, 둘은 같은 해 11월에 결혼했다.(사진) 당시 버튼은 빈털터리였고 일을 하던 린다가 오히려 버튼보다 돈이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결혼은 당시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았는데 린다는 한 TV 프로에서 “아마도 마음속으로 내가 버튼을 사랑하고 있었겠지만 내게 있어 이 결혼은 버튼에 대한 가장 통쾌한 복수”라고 고백했다. 린다와 버튼의 파란만장한 관계는 기록영화 ‘크레이지 러브’에서 상세히 묘사돼 있는데 매우 재미있는 영화다.
린다는 지난 1970년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인생은 나와 버튼 대 세상의 대결이었다”면서 “결국 우리도 남들과 같은 따분한 삶을 사는 노부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술회했다. 증오가 사랑이 된 ‘정열의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인 버튼과 린다는 39년을 해로했다. 이제 혼자 남은 버튼은 85세. 외롭겠다. 사랑을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