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봐도 신사인 조지 클루니가 자신의 상표와도 같은 미소를 환하게 지으며 애인 스테이시 키블러와 함께(사진) 레드 카펫을 밟았다.
인터뷰를 통해 서로 구면인 클루니는 레드 카펫 입구에서 표를 점검하는 나를 보더니 “헤이, 만나서 반갑네. 그런데 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야” 라며 짐짓 놀란 시늉을 했다. 난 그와 악수를 나누면서 다소 겸연쩍게 “나 시큐리티 노릇하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지난 13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나는 시상식의 주관처인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으로서 식에 참석하는 스타들의 표를 점검하는 일을 했다.
클루니의 뒤를 이어 약간 깍쟁이 같이 생긴 동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레드 카펫을 밟았다. 디카프리오도 날 보더니 “헤이 버디”라며 악수를 하면서 약간 이상하다는 눈치였다.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와 그의 배우 아내 케이트 캡쇼, 키다리 갈비씨 니콜 키드만과 그의 컨트리 싱어 남편 키스 어반, 덴젤 워싱턴, 제시카 채스테인, 앤 해사웨이, 크리스토프 월츠, 잭 블랙, 앨란 아킨, 빌 머리 및 조디 포스터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줄줄이 카펫을 밟았다.
등을 허옇게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이 쌀쌀한 날씨에 “아이구 추워”라며 호들갑들을 떨었다. 레드 카펫 입구에 마련된 옥외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스타들이 리모에서 내릴 때마다 그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죽겠다고 아우성들을 쳐댔다. 한 때 전성기에 ‘하늘에 뜬 별들보다 더 많은 스타들을 가졌다’고 자랑하던 MGM의 모토가 생각났다.
시상식이 시작되면서 나는 수상 스타들을 무대 뒤에서 기자실까지 안내하는 일을 하면서 “축하한다”를 계속해 되뇌었다. 이 날 007 시리즈 ‘스카이폴’의 주제가로 상을 탄 풍성한 육체의 새 아기 엄마인 영국 가수 아델은 하이힐을 벗어 손에 든 채 감격에 “아이고머니”를 연발하며 맨발로 걸어 다녔다.
이번 시상식은 놀랄 일이 많았던 쇼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랄 노’자는 빌 클린턴의 등장. 클린턴은 자신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 작품상(드라마) 등 총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링컨’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링컨’은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달랑 주연상 하나 받는 것으로 끝났다.
시상식에는 언론재벌로 폭스사의 회장인 루퍼크 머독도 참석했다. 그런데 이 골통 보수분자는 “스필버그가 오늘 밤 상을 받는 것에 너무 급급해 자신에게 신세를 진 빌 클린턴을 대륙을 거쳐 날아오게 했다”고 비아냥댔다. 소갈머리 좁은 친구다.
그 다음으로 놀란 일은 이 날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을 받은 조디 포스터의 동성애 공식 선언. 포스터의 발언은 전 세계로 시상식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센세이셔널한 것이긴 하나 그가 자신의 성적 기호를 공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날 시상식은 내가 지난 2006년 HFPA 회원이 된 이래 치러진 쇼 중에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클린턴과 포스터의 깜짝 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런 재미는 시상식의 사회자인 두 여자 코미디언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의 찰떡궁합이 빚어낸 매끄러운 진행 때문이었다.
둘은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서 명콤비로 호흡을 맞춘 경험을 살려 전 사회자인 릭키 제르베즈와는 달리 신랄하나 가혹하지 않은 유머와 위트를 구사하며 영리하고 재치 있게 쇼를 진행, 참석자들의 폭소와 함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와 함께 시상자로 등단한 코미디언 윌 퍼렐과 크리스틴 윅의 배꼽이 빠지게끔 우스운 진행도 일품이었다.
이 덕택에 NBC TV로 중계된 시상식의 시청률이 지난 6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미 전국에서 1,970만명이 쇼를 봤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시청률이 무려 17%나 증가한 것이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웃 최고의 파티’라고 불린다. 시상식 중에도 스타들이 먹고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느슨한 분위기와 함께 시상식 후 이어지는 각 영화사가 마련하는 흥청망청 파티 때문이다.
스타들과 팬들이 한데 어울려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면서 밤을 지새우는데 WB 파티에 들렀더니 이날 쇼의 시상자 중 하나인 액션스타 제이슨 스테이탐이 기분이 좋은지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그를 끌어안고 한 컷. 할리웃의 말썽꾸러기 멜 깁슨이 경호원의 안내를 받으며 인파를 꺼리는 쥐처럼 조용히 파티장을 벗어나는 모습을 목격했다.
와인스틴 파티로 부인의 어깨를 다정히 감싸 안고 가는 더스틴 호프만이 귀여웠는데 파티에는 이 날 ‘쟁고 언체인드’로 각본상을 탄 떠벌이 퀜틴 타란티노가 애인에게 뽀뽀를 하며 기분을 내고 있었다. 파티장을 나오는데 이 날 ‘제로 다크 서티’로 여우주연상(드라마)을 탄 제시카 채스테인이 들어온다. “축하한다”는 내게 “댕큐”라며 미소를 짓는 모습이 곱다. 별들의 합창이 밤이 깊도록 왁자지껄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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