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언어와 함께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간주된다. 특히 오늘날에는 종교나 관습, 그리고 평상시에 거의 입지 않는 전통 의상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정체성은 사람들이 자기 민족만의 언어로 말하고 행동하고 음식을 먹음으로써, 즉 이탈리아에서는 빵과 파스타를, 한국에서는 밥에 반찬과 국을 먹음으로써 더욱 강화되며 많은 사람들은 민족 고유의 음식이 처음부터 존재했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라마다 환경과 풍습은 달라도 음식에 있어서는 재료만 조금 다를 뿐 매우 흡사한 요리가 많다는 것이다. 누들로드로 불리며 동방에서부터 유럽과 아시아를 거쳐 발전과 변형을 거듭해 인스턴트식품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하나로 엮어낸 국수가 대표적이고, 소금에 절인 채소와 생선, 다양한 쌀로 만든 밥요리, 감자와 옥수수 요리, 달걀 요리 등 흔한 재료를 사용해 비슷한 조리법을 사용한 음식들이 있다.
언어와 생김새가 다르지만 사람 먹고 사는 일이 다 고만고만해서 일까.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비슷한 음식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참 크다.
우리가 즐겨 먹는 ‘만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만들어지는 대표 음식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간식이나 곁들임 음식으로 자리 잡은 만두, 중국의 수많은 형태의 만터우, 바오쯔, 짜오즈, 쩡짜오, 완탕, 일본의 군만두인 교자와 팥을 넣은 만주, 티벳과 네팔 식의 찐만두 모모(Momo), 이탈리아의 토르텔리니(Tortellini)와 라비올리(Ravioli), 터키의 만트(Manti), 동유럽의 페로기(Perogi), 남미의 엔파나다(Enpanada),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바레니키(Vareniki) 등 많은 형태의 만두가 세계에 있다.
중국선 속이 찬 찐만두‘바오즈’
속이 빈 찐빵‘만터우’로 구분
티벳-모모, 터키-만트 등 불러
우선 아시아에서는 만두의 기원이 중국임을 의심할 수 없기에 중국의 만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부르는 이름인 ‘만두’의 유래는 중국의 만터우(Mantou)가 가장 가깝다. 오늘날 만터우는 밀가루 반죽을 길고 두툼하게 밀어 두었다가 잘라서 쪄내는 속이 빈 밀가루 빵을 말한다. 송나라 이전에 이 만터우는 속이 비거나 속이 찬 빵 모두를 의미했는데, 송나라 때부터 속이 찬 빵을 ‘바오즈’(baozi, 주로 찐만두)로 부르면서 중국의 만터우는 점차 속이 빈 찐빵만을 지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름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최근 대만을 방문한 연예인 이승기가 7접시를 먹었다는 샤오롱 바오는 상해의 만터우(샤오롱 만터우)로 불리던 것이 오늘날 상해를 벗어난 다른 곳에서는 샤오롱 바오라고 구분하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중국에서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채소로 만든 소를 넣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동그란 주머니 형태의 바오즈(찐만두), 초승달 모양의 자오즈(교자·군만두)가 그것으로, 요즘의 우리식 만두보다 만두피가 훨씬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이는 중국의 만두가 주식으로 밥과 같이 여겨져 충분한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식 만두는 한국인의 얇은 피 선호에 따라 점점 얇아져 주식보다는 간식, 밥이나 자장면에 곁들이는 부식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됐다. 중국에서는 설날인 춘절이나 생일 같이 특별한 날은 만두를 꼭 챙겨먹고, 거리 음식으로 또 일상의 식사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에 갖가지 속을 채워 익혀내는 만두는 사실 누가 해도 크게 잘못 만들기 어려운 맛있는 음식이다. 수많은 모양과 맛을 가진 만두가 온 세상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동안 컴포트 푸드로 사랑을 받아온 이유다.
푹신하고 부드러웠던 만두피
요즘에는 종잇장처럼 얇아져
<한국의 만두>
조선시대에는 만두라는 단어보다 대체로 ‘상화’라는 말을 썼고 ‘만투’라고도 했다고 한다. ‘만두’라는 말은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야 사용되었는데, 청나라에 의해 여러 호란을 겪으면서 중국 음식인 상화를 오랑캐 머리와 그 음이 같은 ‘만두’라 이름 붙였다는 설도 있다. 우리도 잘 모르는 한국의 여러 가지 만두를 알아보자.
*꿩만두-서울과 충청북도의 향토음식으로 얇게 민 만두피에 꿩의 가슴살, 무, 숙주, 양파를 다져서 만든 소를 넣어 찐 만두.
*어만두-궁중음식으로 민어, 광어, 병어 등의 흰살 생선과 채소를 다져 모양을 만들고 녹말가루를 묻혀 찌거나 삶아낸 만두.
*규아상-미만두라고도 하며 해삼모양으로 만들고, 푸른 담쟁이 잎을 깔아 찐 만두.
*숭채만두-닭고기와 채소를 다져넣고 배춧잎으로 감싸 찐 만두.
*편수-사각형으로 예쁘게 접은 모양으로 여름 호박으로 속을 채우고 차갑게 식힌 육수에 띄워내는 만두.
*밤만두-밤으로 만든 소를 넣고 둥글납작하게 빚어서 구운 밤과자.
*동아만두-동아를 얇게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만두소를 넣고 송편처럼 만들어 녹두 녹말을 씌워 찜통에 찐 만두.
*감자만두-감자녹말로 빚은 만두피에 돼지고기, 표고버섯, 당근, 양파, 부추 등을 기름에 볶은 소를 넣어 만든 만두.
*호밀만두-호밀로 만두피를 만들어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빚은 만두.
*김치만두-잘게 썬 김치와 각종 채소를 넣어 빚은 만두.
<직접 만드는 만두피>
조선의 조리서인 ‘규합총서’를 보면 만두피는 중국식인 술을 넣고 발효하여 부풀린 반죽을 쓰고 있다. 이렇게 만들면 만두피는 찐빵 껍질과 만두피의 중간쯤으로 두툼하게 푹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시중에 판매되는 만두는 옛날의 모습을 간직한 푹신하고 부드러운 만두피를 가진 것이 많았는데, 요즘의 만두피는 모두 종잇장처럼 얇아졌다. 한국인이 얇은 만두피의 식감을 선호하고 만두피가 얇아야 잘 빚은 만두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만두피 제조업체에서 냉동 만두피를 제조해 유통을 간편히 하고 장기보관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이스트 발효 만두피와 일반 만두피 레서피를 알아보자.
* 이스트 발효 만두피
▶재료 강력분 밀가루 1kg, 드라이 이스트 16g, 설탕 80g, 소금 16g, 따뜻한 물 500ml, 실온에 둔 버터 4큰 술
▶만들기
1. 보울에 곱게 채 친 밀가루 위에 드라이 이스트, 소금, 설탕을 서로 닿지 않게 간격을 두고 놓은 다음 물기 없는 손으로 살살 섞어 각각 밀가루를 덧입히는 느낌으로 코팅한다.
2. 따뜻한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반죽한다.
3. 한 덩어리가 되면 버터를 넣고 치댄다.
4. 매끈한 상태의 반죽이 되면 실온에서 50분 정도 발효한다.
5. 반죽의 양이 두 배로 부풀고 중간을 손가락으로 눌러봤을 때 반죽이 다시 올라오면 더 발효하고, 누른 자국이 그대로 있으면 발효가 완성된 것이다.
6. 반죽을 한 번 더 치대서 가스를 빼고 도마에 밀가루를 뿌리고 둥글게 자른다. 10분쯤 휴지시키고 밀대로 밀어 만두피를 만든다.
* 찢어지지 않는 쫄깃한 만두피
▶재료 밀가루 3컵, 감자 100% 녹말가루 1/2컵, 소금 1/2작은 술, 기름 1큰 술, 달걀흰자 2개, 물 1컵
▶만들기
1. 물을 제외한 재료를 보울에 넣고 잘 섞은 후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치댄다.
2. 많이 치댈수록 쫄깃한 식감이 살아나므로 최소 100번은 치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15~20분 정도 치댄다.
3. 완성된 반죽을 비닐 팩에 넣고 밀봉해 냉장고에 넣어 하루정도 숙성한다.
4. 숙성시킨 반죽을 꺼내 길고 둥글게 밀고 약 60g 정도가 되도록 자른다.
5. 도마에 밀가루를 조금씩 묻혀가면서 밀대로 살살 밀어 만두피를 만든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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