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집 부근의 웨스트우드에 있는 마릴린 몬로의 묘를 찾아갔다. 지난 5일은 섹스 심벌이라는 십자가를 평생 짊어지고 다녀야 했던 몬로가 3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묘 앞에는 전 세계 팬들이 보내온 화환과 팬레터 그리고 몬로의 사진과 그림들이 몬로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다(사진). 한 카드는 ‘노마 진(마릴린의 실명) 유 아 소 러브드. 네버 비 포가튼. 인듀어링 러브’라고 변치 않는 사랑을 담았다.
심장 모양의 백장미 화환은 요절복통할 몬로의 코미디 ‘섬 라이크 잇 핫’ 팬클럽이 보내왔고 프랑스 팬클럽이 보내온 삼색 리번을 매단 화환도 있다. 아침부터 러시아와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이 몬로의 묘를 찾아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몬로의 이름이 적힌 동판은 몬로의 팬들이 손으로 만지고 입술로 키스를 하는 바람에 닳아 그 동안 몇 차례 새 것으로 갈았다. 몬로의 두 번째 남편이었던 양키즈의 강타자 조 디마지오는 자기가 사망할 때까지 매일 몬로의 묘에 꽃을 놓아주도록 묘지 관리인에게 부탁했을 만큼 몬로를 사랑했었다.
몬로는 창녀의 헤픈 성적 매력과 세상 때가 안 묻은 어린 소녀의 순결을 완벽하게 함께 지닌 우리 세대의 한 지속적이요 수수께끼 같은 우상이었다. 그녀는 지적이고 결단력과 유머를 지녔으며 또 자기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한 배우였는데도 섹스 심벌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평생을 ‘덤 블론드’(멍청한 금발)로 오인됐었다.
어렸을 때의 불행한 성장과정과 섹스 심벌의 중압감 때문에 몬로는 늘 자신에 대한 확신감을 찾지 못해 불안해했다. 그래서 스타가 돼서도 카메라 앞에 서기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터질 것 같은 풍만한 육체와 뼈마디를 녹여버릴 산성의 허스키한 음성 그리고 아이 같은 얼굴을 가졌던 몬로는 당시만 해도 배우를 하나의 상품으로 여겼던 남성 위주의 할리웃과 이런 상품을 원하는 남자들에 의해 가차 없이 착취당한 피해자였다.
현실과 영화에서 뭇 남자들이 그녀를 원했는데 존과 바비 케네디는 번갈아가며 몬로와 정사를 즐겼고 지하철 통풍구 위에 선 몬로의 치마 자락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으로 유명한 ‘7년만의 외출’에서는 몬로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유부남 토마스 이웰이 몬로를 갖고 싶어 안달을 한다.
미 지성의 대표자였던 극작가 아서 밀러가 몬로의 세 번째 남편이 됐을 때는 ‘두뇌와 육체의 결합’이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 ‘사랑합시다’에서 몬로와 공연한 프랑스의 가수이자 배우인 이브 몽탕은 영화를 찍을 때 몬로와 베벌리힐스 호텔 벙갈로에서 진짜로 ‘사랑’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남자들이 욕심을 낸 몬로는 어쩌면 그들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섹스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 나는 자연대로 산다’고 말한 몬로는 어둡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또 할리웃에서 성공하기 위해 스크린의 섹스 여신으로 자신을 재생시킨 여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크린에서 본 성적 매력의 여제사장과도 같은 몬로는 진짜 몬로가 아니다.
몬로는 제임스 딘처럼 차라리 죽어서 전설이 된 사람으로 그녀의 죽음의 원인을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그녀의 모든 것은 의문이 잠복한 전설의 소재가 되었다. 몬로의 사체는 LA 서쪽 브렌트우드의 그녀의 자택에서 나체로 발견됐는데 사망의 원인을 놓고 자살과 약물과다 복용에 의한 사망 그리고 심지어 마피아에 의한 타살설까지 나돌았었다.
‘아스팔트 정글’과 ‘이브의 모든 것’에서 단역으로 나온 몬로의 출세작은 ‘나이애가라’. 여기서 그녀는 몸에 꼭 끼는 드레스를 입고 엉덩이를 좌우로 야단스럽게 움직여가면서 걸어 ‘몬로 워크’라는 말이 나왔다. ‘몬로 워크’는 ‘섬 라이크 잇 핫’에서 다시 한 번 과시됐다.
몬로는 춤과 노래 솜씨가 뛰어나 여러 편의 뮤지컬에서 탐스러운 몸을 뒤틀어가며 춤추고 노래를 불렀는데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에서 그녀가 부르는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최고의 친구’는 들으면 화들짝 놀랄 만큼 섹시한 노래다.
내가 좋아하는 몬로의 영화는 아서 밀러가 각본을 쓴 ‘미스피츠’다. 저물어가는 서부에 바치는 비가로 몬로는 클라크 게이블과 공연했는데 그 어느 다른 영화에서보다 그녀의 공허하고 무너지기 쉬운 내면이 잘 드러나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몬로와 게이블의 유작이다.
몬로는 이 영화 개봉 다음해 그녀의 전속사인 폭스의 ‘섬싱스 갓 투 기브’를 찍을 때 근무태만으로 해고당한 뒤 얼마 안 돼 사망했다. 한편 몬로의 첫 남편으로 몬로와 이혼 후 LA경찰서 형사로 활동했던 제임스 도허티가 지난 13일 캘리포니아 샌라파엘에서 84세로 사망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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