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은 후 다음날 아침식사를 할 때까지 최소한 16시간의 시차를 두면 체중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후 7시. 엄마가 앞치마를 벗어 벽걸이에 걸어놓으면 하루의 일과가 마감됐음을 선포한다. 주부가 집안일에서 풀려나는 시간이다. 주방일이 끝나면 주부의 하루도 끝난다. 물론 옛날 얘기다. 길어진 출퇴근, 구분이 사라져버린 근무시간, 하루 온 종일 주 7일간 끊임없이 계속되는 TV 프로그램, 밤늦도록 반복되는 운동연습 등으로 일상의 시간표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탓이다. 주부의 공식 일과가 딱히 몇 시에 끝난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제 주방이 더 이상 일곱 시에 닫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른 저녁으로 어떤 음식이건 마음껏 먹고
다음날 아침 전까지 금식하면 살 절대 안쪄
일부선“아직 속단 일러 임상실험 더 거쳐야”
심야 TV 토크쇼를 보다가 냉장고를 뒤져 간식을 꺼내먹는다든지 치즈를 안주삼아 와인을 마시기도 한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저물면 잠자리에 들던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온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하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일렀다. 저녁식사에서 조반 사이의 시간적 공백이 그만큼 길었다는 얘기다.
저녁식사뿐 아니라 무언가 먹는 행위는 대부분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집중됐다. 농부들은 조반을 들기 전에 일을 하고, 배부르게 아침을 먹는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도 계속 땀을 흘린다.
농경시대 미국인들의 몸피가 평균적으로 현대인들에 비해 가늘었던 것은 아마도 이처럼 이른 식사시간 및 노동의 일상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최근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은 미국의 새로운 돌림병인 비만이 식사시간과 관계가 있다는 예상치 못했던 단서를 흘렸다.
실험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케익이건 사과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은 만큼 먹은 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할 때까지 최소한 열여섯 시간은 단식을 하라는 것. 그처럼 간단한 방법으로 체중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라욜라 소재 솔크 인스티튜트의 생물학자 사트치다난다 팬다는 매번 식사를 할 때마다 칼로리를 계산하지 않으면서도 체중을 감시하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팬다와 그의 연구팀은 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후 100일 동안 차별화된 방식으로 먹이를 주었다. 두 그룹의 쥐들은 고지방, 고칼로리 먹이로 저녁식사를 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밤낮 구별 없이 원할 때마다 먹이에 접근할 수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쥐가 하루 중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밤의 여덟 시간 동안에 한해 음식 접근이 허용됐다.
인간에 비유해 말하자면 두 번째 그룹은 밤에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거나 배우자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와인 잔을 비우는 호사를 누릴 수 없다. 따듯한 심야 밀크 한 잔도 안 된다.
100일 뒤의 차이는 놀랄 정도였다. 일찌감치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한 뒤 16시간 동안 단식을 한 쥐들은 살이 찌지 않았다. 고지방식 섭취에도 불구하고 기름지지 않은 먹이를 제공받은 쥐들과 체중 증가 면에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 종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식사’를 한 쥐들은 제한된 시간에 한해 고지방 먹이를 제공받은 쥐들과 같은 양의 지방과 칼로리를 섭취했으나 100일 후에는 살찐 ‘뚱보 쥐’로 변해 있었다.
이들의 문제는 단순히 비만에 그치지 않았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치가 치솟았고 지방간 질환과 각종 대사장애가 이어졌다.
반면 기름진 먹이를 먹은 후 16시간 동안 단식을 강요받은 쥐들은 간질환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도 기름기 없는 먹이를 섭취한 쥐들과 차이가 없었다.
16시간 단식을 한 쥐들은 바퀴 돌리기에서도 다른 비교집단에 속한 ‘동료’들에 비해 더욱 강한 지구력을 과시했다.
고칼로리와 고지방 다이어트를 결합한 결과는 체중 증가였다. 간에 지방이 끼었고 동맥에는 콜레스테롤이 축적됐다. 혈당 농도 역시 늘어났다.
하루 16시간 단식한 쥐들의 소화 호르몬,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를 살펴보면 간 효소가 콜레스테롤을 부지런히 담즙산으로 분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추가 칼로리를 열로 전환하는 체내 ‘갈색지방’이 활성화되고 간이 포도당 생산을 중단한다.
250파운드의 몸집을 지닌 레오 가르시아(37)는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간식을 참는 간단한 방법만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혹했다며 클럽에 가입해 심장강화 운동을 하는 것보다 훨씬 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16시간 단식법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실험실의 쥐들은 패스트푸드점의 심야 스페셜에 유혹을 당할 염려가 없고 연구실 기술자들이 정한 메뉴를 바꾸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야행성인 쥐들의 생체리듬은 인간과 다르다. 일부 과학자들은 스테이크를 하루 8시간동안 먹고 16시간 동안 단식을 하는 방법으로 비만을 막거나 되돌릴 수 있다고 결론짓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거의 틀림없이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보스턴대 의과대학의 바바라 콜키는 “사실이기를 희망하지만 그럴 리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1992년에 발표된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식사를 피하고 대신 조금씩 자주 먹으면 인슐린 통제와 장수에 보탬이 된다.
팬다는 그의 연구 결과를 비만과의 전쟁에 활용하기에 앞서 조금 더 다듬고 임상실험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쥐의 비만방지에 효과를 보인 16시간 단식법이 인간에게는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인이다.
그러나 야간금식은 경비가 들지 않을 뿐더러 눈에 띄는 부작용도 없고 ‘체중감시’를 위해 칼로리 계산을 따로 할 필요도 없다.
현재 미국의 성인 비만인구는 7,800만명, 어린이 비만자 수는 1,250만명에 달하지만 이들에 대한 확실한 약물치료는 없고 요요현상을 동반하지 않는 체중손실을 위한 행동변화의 단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외에 앉은뱅이 생활습관, 달디 단 소프트드링크, 1인분 음식량 증가와 열량이 높은 미국 식당의 음식물 등 환경적 요인들이 결합해 비만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팬다는 연구원들이 음식물에 대한 인체의 반응에 미치는 타이밍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가 지면 그것으로 일상이 종결되던 과거의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의 사교활동과 가족시간은 저녁에 시작된다며 결국 지난 40~50년 사이에 음식을 먹는 시간이 늘어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른 저녁부터 아침 사이, 음식을 삼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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