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몬로, 클라크 게이블, 그레이스 켈리, 잉그릿 버그만, 스펜서 트레이시 그리고 캐서린 헵번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및 제임스 스튜어트 등 왕년의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애용하던 베벌리힐스 호텔(사진)이 지난 5월로 개업 100주년을 맞았다.
LA의 다른 유명한 호텔들로는 줄리아 로버츠가 창녀로 나온 ‘프리티 우먼’을 찍은 베벌리힐스의 명품거리 로데오 드라이브 건너편에 있는 베벌리 윌셔 호텔과 매년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거행되는 베벌리 힐튼 호텔이 있지만 호텔 외부를 분홍색으로 칠한 객실 208개의 이 지중해식 베벌리 힐스 호텔의 명성을 따라 갈 수는 없다.
LA 시내와 태평양의 중간지점 선셋 불러버드에 있는 베벌리 힐스 호텔은 건물이 길에서 안으로 깊이 들어간 곳에 있어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는 매년 연말파티를 이곳서 열어 나도 참석하는데 LA에선 보기 드물게 발레들이 대부분 금발의 젊은 백인들이다.
베벌리 힐스 호텔은 스타들뿐만 아니라 하워드 휴즈와 존 스타인벡 그리고 비틀스와 위트니 휴스턴 및 여기서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닐 다이아몬드 같은 막강한 거부와 작가 및 록 아이콘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베벌리 힐스 호텔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폴로 라운지 식당과 23개의 벙갈로다. 폴로 라운지에서는 칵테일을 곁들인 식사와 함께 할리웃의 거래가 논의되고 벙갈로는 스타들의 밀회장소다.
벙갈로는 호텔 본관 건물에서 떨어진 으슥한 곳에 있는데다가 이 호텔은 스타들의 비밀을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지켜주는 것으로 이름나 스타들의 외도 장소로 이용돼 왔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은 할리웃의 내놓은 비밀이다.
여기서 밀회를 즐긴 커플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몬로와 이브 몽탕일 것이다. 둘 다 기혼자들이었던 몬로와 몽탕은 지난 1960년 할리웃에서 영화 ‘사랑합시다’를 찍을 때 이 호텔 벙갈로에서 외도를 했는데 기록에 따르면 둘의 방 번호는 20호와 21호.
또 캐서린 헵번과 스펜서 트레이시 그리고 후에 부부가 된 클라크 게이블과 캐롤 롬바드 등도 모두 이 벙갈로에서 은밀한 사랑을 불태웠다.
호텔이라는 곳이 원래 묵는 사람을 익명화 하면서 사람의 내면에 잠복한 타락기를 부추기는 스릴이 있는 장소다. 나는 프레스 정킷 때문에 자주 뉴욕엘 가는데 호텔에 묵을 때마다 작은 범죄 심리를 느끼곤 한다. 몬로와 몽탕 그리고 헵번과 트레이시도 벙갈로에서의 정사에서 이런 범죄 심리의 쾌감을 느꼈을는지도 모른다.
분홍색으로 화장한 할리웃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베벌리 힐스 호텔은 1950년대에 절정에 이르렀던 할리웃 황금기에 가장 화사한 매력을 뽐냈었다. 기록에 따르면 1914년 달랑 100명이던 베벌리 힐스의 인구가 1950년에는 3만명으로 증가했다.
베벌리 힐스 호텔은 할리웃과 연륜을 같이 하고 있다. 올해는 할리웃의 두 스튜디오 유니버설과 패라마운트가 창립된 지 역시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호텔이 스타와 감독과 제작자들의 요람이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리적 편리함 때문이다. 호텔 북쪽으로 밸리 지역에는 스튜디오들이 있고 호텔 서쪽으로는 스타 등 영화인들이 많이 사는 브렌트우드와 벨에어 등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중간 지점인 이 호텔의 폴로 라운지에서 만나 식사와 함께 계약을 맺기엔 안성맞춤인 곳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결혼 때마다 신혼여행을 여기서 보낼 정도로 베벌리힐스 호텔을 좋아했고 글래머 수퍼스타 에이바 가드너와 데이트 하다가 헤어진 스타인벡이 세 번째 부인을 소개 받은 곳도 바로 이 호텔이다. 그리고 폴 매카트니와 그의 전처 린다가 사랑에 빠진 곳도 또 몬로와 양키스의 강타자 조 디마지오가 처음 데이트한 장소도 여기다.
이 호텔의 또 다른 명소는 풀. 후에 패라마운트의 제작담당 사장이 돼 ‘러브 스토리’와 ‘대부’ 등을 만든 로버트 에반스는 지난 1956년 이 풀 주변을 어슬렁대다가 당시 수퍼스타였던 노마 쉬어러(‘로미오와 줄리엣’)의 눈에 띄어 배우로 데뷔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도 풀 주변에는 남이 듣도록 자기 이름을 호텔 측에 방송해 달라고 부탁하는 스타 지망생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LA 타임스는 최근 이 호텔의 개업 100주년 기사를 통해 요즘 이 호텔을 자주 찾는 스타들로는 워렌 베이티, 알 파치노, 러셀 크로우, 리스 위더스푼 및 마크 왈버그 등이 있다고 썼다.
베벌리 힐스 호텔은 지난 1987년 브루네이의 군주가 사 현재는 국제 호화 호텔그룹인 도체스터 컬렉션에 속해 있다. 베벌리 힐스 호텔은 오는 9월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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