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진보파인 왕년의 수퍼스타 제인 폰다(74)가 리 데니얼스가 감독할 영화 ‘버틀러’(The Butler)에서 초보수파인 로널드 레이건 전 미대통령의 부인 낸시로 나온다는 뉴스가 나오자 미 보수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대의 음성을 높이고 있다.
오는 6월 부터 촬영에 들어갈 영화는 워싱턴포스트의 기자 윌 헤이굿이 지난 2008년 신문에 쓴 1952~1986년 백악관 집사를 지낸 흑인 유진 알렌(포레스터 위타커)의 생애를 다룬다.
폰다의 낸시 역 선정 발표가 나오자 낸시의 전 홍보비서 실라 테이트는 “멍청한 짓”이라고 촌평을 했는데 이밖에도 많은 보수파들이 보수적인 폭스뉴스에 입에 담지 못할 상소리를 담은 항의 e-메일을 보내 왔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폰다가 이렇게 보수파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까닭은 반전파인 그가 지난 1972년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월맹을 방문해 보여준 행동 때문이다. 폰다는 그 때 철모를 쓰고 월맹군과 함께 대공포전차에 앉아 마치 미군기를 향해 사격을 하는 듯한 포즈(사진)를 취해 그 뒤로 ‘하노이 제인’이라는 별명이 붙게 됐다.
폰다는 그 한참 뒤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나는 나의 과거 행동을 무덤에 갈 때까지 후회할 것”이라면서 “나는 너무나 무분별했었다”라고 여러 번 사과를 했지만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과 보수파들은 아직도 그를 완전히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할리웃에서 정치적 인물에 관한 영화를 만들 때 배역 선정 때문에 논란이 인 경우는 여러 번 있다. 지난 2003년 CBS가 미니 시리즈 ‘레이건 일가’에서 진보파인 제임스 브롤린을 레이건으로 기용하자 보수파들이 들고 일어났었다. 보수파들의 심기가 더 안 좋았던 이유는 브롤린이 철저한 민주당 지지자로 가수요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남편이었기 때문. 결국 이 시리즈는 케이블 TV 쇼타임에서 방영됐다.
지난해에는 히스토리 채널이 ‘케네디 일가’를 만들자 이번에는 진보파들이 아우성을 쳤다. 보수파 제작자 조엘 서노가 케네디가를 욕되게 묘사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리즈도 결국 케이블 TV 릴즈로 넘어갔다.
여권 운동가이며 임신중절 옹호자이자 반전주의자인 폰다는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여러 차례 변신을 한 캐멜레온과도 같은 사람이다.
나는 지난 2007년 폰다를 그의 오래간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조지아의 규칙’ 관련 인터뷰 차 만났었다. 당시 69세였던 폰다는 나이답지 않게 고혹적이면서 우아했는데 에어로빅으로 가꾼 몸매가 낭창낭창했다.
그 해 폰다는 뒤늦게야 부시의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뜻을 표명하고 워싱턴의 반전시위에 참가 했는데 이런 뒤 늦은 행동의 이유를 “‘저 여자 또 나서네’라는 말로 반전운동의 소리를 약화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폰다는 이어 “나이를 먹은 지금이 과거보다 더 행복하다”면서 “나는 회고록에 내 삶을 3막으로 나눠 썼는데 3막은 60세부터 시작되는 진짜 인생의 출발이며 이때까지의 삶은 예행연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뒤늦게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된 폰다는 인터뷰에서 “마침내 무명씨인 새 애인을 만났다”고 말했는데 폰다는 현재 그 무명씨인 음악 제작자 리처드 페리(69)와 할리웃힐스에서 동거하고 있다.
폰다는 자신의 섹스 라이프에 대해서도 매우 솔직했는데 “내 얼굴과 몸에 주름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래서 난 섹스를 할 때 머리 맡에 촛불을 켜놓는다. 해변 섹스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폰다는 이어 자신의 삶의 규칙들로 ▲시간을 지킬 것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 것 ▲거짓말 하지 말 것 ▲남에게 나쁘게 굴지 말 것 ▲못된 사람은 피할 것 ▲용서할 것 ▲자기 잘못에 책임을 질 것 등을 들었다.
명우 헨리 폰다의 딸인 제인 폰다는 스릴러 ‘클루트’(1971)와 반전영화 ‘귀향’(1978)으로 두 차례나 오스카 주연상을 탄 연기파다. 폰다는 인터뷰에서 자기는 젊음에 집착하는 할리웃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면서 밝고 활기찬 좋은 역만 있다면 언제든지 출연할 뜻이 있다며 연기가 자신의 천직임을 강조했다.
폰다의 마지막 꿈은 죽기 전에 70 넘은 남녀의 화끈하고 에로틱한 관계를 그린 영화를 만드는 것. 폰다가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우리는 일단 오는 6월에 개봉될 가족 드라마 ‘평화, 사랑 그리고 오해’(Peace, Love and Misunderstanding)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폰다와의 인터뷰가 기대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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