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먹으면 남는 것은 추억뿐이라더니 나는 요즘도 팝송을 들으면 ‘올디스 벗 구디스’만 듣는다. 나는 매주 일요일 아침(오전 10시10분~11시) 우리 신문의 자매방송국인 라디오서울(AM 1650)에서 방송하는 ‘일요 시네마’에서도 2곡의 팝송을 내보내는데 이 것 역시 ‘올디스 벗 구디스’들이다. 이 방송을 듣는 대부분의 청취자들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올디스’의 팬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시절까지 음악감상실과 다방에서 미 팝송을 들으면서 성장했는데 이것들이 내게 미친 영향은 할리웃 영화만큼이나 지대하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 온 뒤로 한국서 노래로만 듣던 가수들의 공연이 있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들으러 가곤 한다. 좀처럼 공연 모습을 보기 힘든 이들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세리토스 공연센터(12700 Center Court Drive/562-467-8818)다.팝, 재즈, 오페라, 클래시컬 뮤직, 서커스 및 연극 등 온갖 장르의 공연과 연주를 하는 이 공연센터의 프로그램 중에 ‘메모리 레인’ 시리즈가 있다. 이 시리즈가 바로 옛 팝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리즈다.
폴 앵카, 닐 세다카, 탐 존스, 자니 마티스, 글렌 캠블, 태미 위넷, 패티 페이지, 고기 그랜트 등의 노래와 로저 윌리엄스의 잔소리를 곁들인 피아노 연주를 들은 것도 다 이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들을 때마다 감회가 깊다. 알 마티노와 해리 벨라폰테의 노래는 다른 곳에서 들었는데 내가 꼭 한번 만나고 싶은 가수가 ‘아임 소리’를 부른 ‘리틀 다이너마이트’ 브렌다 리다.
나는 오는 14일(하오 3시)에 다시 이 ‘메모리 레인’을 찾아가려고 한다. 전 세계에 트위스트의 선풍을 일으켰던 처비 체커(69·사진)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커먼 베이비”하며 시작되는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려지는 ‘트위스트’로 세상을 트위스트 광기로 몰아넣었던 처비 체커의 노래를 내가 처음 들은 것은 고등학생 때다. 이 노래는 1960년에 발표돼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는데 그 때 한국에도 직수입돼 장안의 남녀노소가 모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고 해도 될 만큼 대단한 인기를 모았었다.
내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이런 미 팝문화의 광기로는 트위스트 외에도 1959년에 닐 세다카가 불러 동네 꼬마들까지 불렀던 ‘오! 캐롤’(당시 세다카의 애인으로 역시 가수인 캐롤 킹에게 바친 노래)과 훌라후프를 들겠다.
빠른 템포의 트위스트는 노래도 노래지만 춤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큰 바람맞은 사시나무처럼 온 몸을 떨고 흔들어대며 추는 트위스트는 당시 서울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였다하면 추곤했다. 건강에도 좋다고들 하면서 너도 나도 추었었다.
‘트위스트’는 지난 1960년에 이어 지난 2008년 빌보드에 의해 사상 최고 싱글 넘버원으로 선정돼 두 번이나 탑에 오른 기록을 남겼다.
처비 체커는 ‘트위스트’에 이어 ‘트위스틴 USA’와 ‘레츠 트위스트 어겐’ 그리고 ‘림보 락’ 등 히트곡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트위스트의 왕’이라 불렸었다. 그래미상 수상곡인 ‘레츠 트위스트 어겐’은 12일 개봉되는 1960년대가 시간대인 영화 ‘헬프’(영화평 ‘위크엔드’판 참조)에도 나온다.
프레슬리와 프랭키 애발론 및 패이비언(처비 체커의 고교 동기) 등 인기 팝가수들이 종종 영화에 나왔듯이 처비 체커도 ‘트위스트 어라운드 클락’과 ‘돈 노우 더 트위스트’ 같은 영화에 나왔지만 대부분 가수들의 노래자랑 영화처럼 신통치가 못하다.
처비 체커의 전성기는 몇 년 못 갔다. 1962년 ‘림보 락’을 마지막으로 탑 텐 히트곡을 내지 못했고 1965년 이후부터는 대중의 기호가 변하면서 그의 히트곡 제조자로서의 생애도 끝이 났다. 처비 체커는 그 뒤로 1960년대 후반은 유럽에서 순회공연과 음반 취입을 하며 보냈고 1970년대 이후로 지금까지 미 전국을 돌며 ‘올디스’ 공연을 하고 있다.
사우스필라델피아 달동네서 성장한 처비 체커(본명 어네스트 에반스)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와 함께 프레슬리와 제리 리 루이스 및 패츠 도니모 등 인기가수들의 목소리 흉내를 잘 냈다고. 그는 고교 졸업 후 닭고기 가게에서 일하면서 노래와 농담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그의 재주에 감탄한 가게 주인이 ‘처비’(통통한 그의 생김새에 붙인 별명)를 인기 TV 프로 ‘아메리칸 밴드스탠드’의 호스트 딕 클락에게 소개하면서 스타의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런데 다재다능한 처비 체커는 후에 ‘트위스트’의 성공이 오히려 진짜 가수로서의 자기 생애를 망쳐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 보면 ‘트위스트’가 내 인생을 망쳐놓았다. 난 나이트클럽 가수로 대성할 길에 들어섰었는데 이 노래 때문에 비평가들이 날 ‘댄스곡 가수’로만 취급했다”고 술회했다. 오는 일요일 처비 체커의 노래를 들으면서 앉은 채로 엉덩이를 흔들다 올 생각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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