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돼 놀라 제 멋대로 일어선 듯한 머리칼을 한 팀 버튼(52·사진)을 보면 프리츠 랭의 영화 속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연상케 된다. 괴이한 창의성과 상상력을 지닌 버튼은 스크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라 불러도 좋을 만큼 병적으로 어둡고 독특한 시각 스타일을 지닌 영화감독이다.
그의 애니메이션 ‘사체 신부’와 ‘크리스마스 전의 악몽’을 보면 사체를 조립해 인간으로 재생시키려는 또 다른 매드 사이언티스트 프랑켄스타인의 작품을 보는 기분이다. 버튼은 어렸을 때 외톨이로 자라면서 고독을 빈센트 프라이스와 크리스토퍼 리의 공포영화들을 보면서 달랬는데 이 때 받은 영향이 그의 영화에 다분히 미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버튼의 많은 영화들은 한 마디로 말해 악몽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그런데 이 악몽이 아이들이 꾸는 것처럼 동심과 기이할 정도로 아름답게 조합이 돼 악몽이 오히려 즐겁다. 그는 아름다운 악몽의 마법사다.
지금 LA 카운티 뮤지엄(LACMA)에서 열리고 있는 팀 버튼의 작품 전시회를 보기 전에 작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개봉에 맞춰 버튼과 가진 인터뷰를 들춰 봤다.
역시 하늘로 곤두선 머리에 옅은 푸른색 안경을 낀 버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줄무늬 양말을 신고 나왔다. 버튼은 이 줄무늬 양말에 대해 자기는 늘 하늘에 떠다니는 것처럼 살았는데 어느 날 줄무늬 양말을 신으니 발이 땅에 닿는 듯이 느껴져 그 뒤로 늘 그것을 신는다고 말했다. 무슨 도깨비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괴짜다운 양말론이다.
나는 버튼에게 질문에 앞서 “당신은 프리츠 랭 영화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닮았다”고 말했더니 그는 “칭찬해줘 고맙다”며 좋아했다.
이어 나는 “당신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소유자인데 꿈을 컬러로 꾸는가 아니면 흑백으로 꾸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버튼은 “내 영화도 컬러와 흑백이 있듯이 두 가지로 다 꾼다”면서 “흑백은 내가 개처럼 꾸는 꿈이요 컬러는 인간으로서 꾸는 것”이라고 자기 꿈을 분석했다. 버튼은 또 자기는 늘 기괴한 상태에 있는 것처럼 느끼며 산다고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스위니 타드’ 및 ‘찰리와 초컬릿 공장’ 등 그의 여러 영화에는 자니 뎁과 그의 아내 헬레나 본햄 카터(이 여자 옷과 헤어스타일 역시 매드 사이언티스트 부인답다)가 단골로 나온다. 버튼은 그림을 비롯해 뎁과 자기는 취미가 매우 비슷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LACMA 전시회는 지난 2009년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먼저 선을 보여 빅히트했다. 버튼은 기자회견 당시 자신의 전시회에 대해 “나는 미술관을 자주 찾는 사람은 아니다”면서 “사람들이 내 작품에 모여드는 것은 그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작품들과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LACMA 전시회에는 버튼의 스케치, 그림, 조각, 영화와 비디오, 사진, 인형 그리고 영화 소품과 포스터와 그래픽 아트 및 만화 등 총 700여점이 선을 보이고 있다. 전시회는 *‘서바이빙 버뱅크’(1958~76)와 *‘뷰티화잉 버뱅크’(1977~84) *비연드 버뱅크(1985~현재) 등 버튼의 예술가로서의 성장기를 셋으로 나누어 마련됐는데 LA 인근의 버뱅크는 버튼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서바이빙 버뱅크’ 전시실에는 드로잉이 많았는데 이는 버튼이 어렸을 때 아웃사이더로 자라면서 그림에서 위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의 고독과 불안을 보여주듯이 인물들이 괴물들이다. 그는 이어 칼아츠를 나온 뒤 디즈니사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1985년 ‘피-위의 대모험’으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전시실은 괴물과 외계인들이 현혹되고 시달리는 악몽의 꿈자리 같다. 무서운 악몽, 아름다운 악몽 그리고 장난기 심한 악몽들이 방마다 일그러진 웃음을 웃거나 해골의 그 것처럼 텅 빈 눈으로 윙크를 보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버튼이 전시회를 위해 새로 만든 카루셀. 공중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색깔의 카루셀이 버튼 영화의 단골 작곡가 대니 엘프만의 귀신 나올 것 같은 음악에 맞춰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전시회는 너무 작품이 많아 산만하기 짝이 없다. 신문 스크랩 등 별의별 잡동사니까지 내놓아 마치 버튼의 거라지 세일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버튼의 머리칼처럼 전연 정리정돈이 안 돼 눈과 머리가 어지럽다. 그러나 내 느낌과는 상관없이 전시회는 주말이면 매진사태를 이루면서 빅히트 중이다.
한편 8월 한 달 간 매주 금요일(하오 8시) 뮤지엄 옆 행콕팍에서 버튼의 영화가 무료로 야외 상영된다. 상영될 영화는 ‘사체 신부’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피-위의 대모험’ 및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시회는 핼로윈인 10월30일 자정에 끝나는데 이날 의상 콘테스트와 화려한 파티로 폐막이 장식된다.
문의 (323)857-6010.lacma.org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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