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파괴로 인한 방사능 누출의 후폭풍으로 할리웃이 흔들거리고 있다. 할리웃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지금 대재난을 당한 일본에서 이미 개봉됐거나 앞으로 개봉될 영화들을 극장에서 조기 철수시키거나 개봉 일자를 재조정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스튜디오들이 입을 재정적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문가들은 스케줄 재조정은 올 한해가 다 가도록 스튜디오들이 다뤄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스튜디오가 한 영화의 개봉일을 재조정하면 나머지 다른 영화들의 스케줄도 따라서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11일 지진이 나자마자 워너 브라더스(WB)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히어애프터’를 극장에서 내렸다. 죽음과 슬픔과 후생을 다룬 이 영화는 처음에 태평양의 한 해변 휴양지를 쓰나미가(사진) 덮쳐 물에 떠내려가는 사체와 잔해들의 장면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스트우드는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참화와 상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며 WB의 조치에 동의했다. 한편 WB는 지난 15일에 미국에서 출시된 이 영화의 DVD 판매액 중 100만달러를 일본 재난 구호기금으로 기부한다고 밝혔다.
WB는 또 지난 17일에 개봉할 예정이던 악령 추방영화 ‘라이트’의 개봉도 연기했고 오는 14일에 선보일 예정인 폭력이 난무하는 ‘서커 펀치’의 개봉 스케줄도 재고하고 있다.
또 소니는 1일 개봉할 예정이던 ‘배틀: LA’ 개봉을 취소했다. 외계인들이 LA를 침공해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는 22일에 개봉 예정인 제임스 캐메론이 제작한 ‘생텀’과 16일에 개봉 예정인 핵무기 경쟁을 다룬 기록영화 ‘카운트다운 투 제로’의 개봉도 연기됐다. ‘생텀’은 남태평양의 섬을 사이클론이 덮쳐 사람들이 수장되는 장면이 수난을 당한 일본 사람들에게 적당치 않다는 생각에서다.
이 밖에도 일본의 대배급사인 쇼치쿠는 지난 26일 개봉 예정인 1976년에 일어난 중국 당산 대지진을 다룬 중국의 블락버스터 ‘대지진’의 개봉을 취소했다.
일본은 할리웃 영화의 해외시장 총 판매액의 10%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지난해에 할리웃이 일본에서 번 돈은 총 25억달러였다. 이런 시장이 대재난을 당했으니 할리웃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데 지진 발생 후 소니 주식은 일본시장에서 8.9%가 하락했고 디즈니와 뉴스코프(폭스 모회사) 및 바이아컴(패라마운트 모회사)의 주식도 월가에서 동반 하락했다.
지진이 난 첫 주말 개봉된 디즈니의 만화영화 ‘탱글드’는 달랑 160만달러를 벌었고 폭스의 ‘나니아 연대기: 던 트레이더의 항해’와 올해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킹스 스피치’는 수입이 각기 전 주 대비 66.2%와 72.5%가 떨어졌다. 통계에 따르면 지진 후 첫 주말 전 일본 극장의 총수입은 무려 60~70%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는 모두 3,000개의 스크린이 있는데 지진 후 도쿄와 일본 북부 110개(전체 극장의 16%) 극장이 안전 점검과 단전 등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일본 북부에서만 총 20개의 극장이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영화계도 지진 여파로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칸영화제서 선보인 타케시 키타노 감독의 야쿠자 영화 ‘분노’의 속편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파괴된 원전복구가 만에 하나라도 잘못될 경우 할리웃이 입을 타격은 더욱 막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스튜디오의 간부는 “우리는 지금 매 시간과 매일 마다 일본 내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원전이 제대로 복구가 안 돼 방사능 피해가 커질 경우 할리웃이 입을 손실은 가히 핵폭탄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예 전문주간지 할리웃 리포터가 보도했다.
과거 할리웃이 해외에서의 재난으로 영화 개봉 스케줄을 크게 바꿔야 했던 경우는 지난 2009년 멕시코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그러나 “할리웃이 일본의 재난으로 입은 피해 규모는 멕시코의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라고 이 간부는 덧붙였다.
할리웃은 이제 올 여름에 일본에서 개봉될 블락버스터급 영화들이 팬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받을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디즈니는 오는 5월21일 ‘카리브의 해적: 온 스트레인저 타이즈’를 WB는 7월15일에 ‘해리 포터와 데슬리 할로우즈 파트2’를 그리고 패라마운트는 7월 말 ‘트랜스포머즈: 다크 오브 더 문’을 각기 개봉할 예정이다. 과연 해적 자니 뎁과 해리 포터 그리고 장난감 로보트의 위력이 쓰나미의 위력을 능가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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