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타임스는 서울발로 한국 연예계의 검은 이면에 관해 쓰면서 그 대표적 예로 지난 2009년 27세로 자살한 떠오르는 스타 장자연의 경우를 들었다.
장자연은 유서에서 매니저의 압력으로 영화감독과 신문사 간부 및 회사 회장들에게 섹스를 제공하고 또 술시중을 들어야 했다고 적었다.
장자연 사건 후 검찰은 유서에 기명된 성적 서비스 향유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했지만 장씨의 매니저 2명만 기소하는데 그쳤다. 한편 지난해 한국의 한 인권옹호단체가 여배우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60%가 출세를 위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답했다.
타임스는 한국의 한류가 아시아를 휩쓸고 서양에로까지 파장을 일으키자 수많은 젊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스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연예계로 몰려들면서 매니저와 에이전트들이 강요하는 ‘노예 계약’과 함께 이들에 대한 성적 착취의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과 기성 연예인들이 좁은 시장을 놓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될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명성과 부를 위해선 어떤 대가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젊은 연예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문은 한국적 전통인 남성위주와 권위주의 사고방식도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성적 착취의 한 원인으로 들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들이 전속 채홍사까지 두고 유명 스타들의 성적 서비스를 즐긴 것이 그 좋은 예로 이런 사실은 당시 공개된 비밀이었다.
그러나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성적 착취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와 중국의 유명 스타들도 배역을 대가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악습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할리웃에는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라는 말이 있다.
이 캐스팅 카우치는 장자연의 매니저 사무실에 있는 비밀실에서 발견된 침대와 같은 것이다. 과거 할리웃의 스튜디오의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에이전트들이 배역을 미끼로 자기 사무실의 카우치에서 젊은 여성 스타 지망생들과 섹스를 즐긴 데서 유래하는 말이다.
특히 할리웃 황금기의 스튜디오는 남성들이 모든 실권을 쥐고 있어(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메이저의 여성 회장으로는 소니의 에이미 패스칼 하나뿐으로 그 직책도 공동 회장이다) 할리웃의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여성 스타 지망생들은 절대 권력을 쥔 이들 남자들의 카우치에 성적 제물로 오르곤 했었다.
이런 얘기는 조지 페파드가 영화사 사장(하워드 휴즈가 모델)으로 나와 자기 여자들을 영화에 기용해 스타로 만들어주는 야한 드라마 ‘카펫배거스’(사진-앨란 래드의 유작)에서도 볼 수 있다.
요즘은 과거처럼 캐스팅 카우치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 하지만 아직도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할리웃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 일례로 빅히트 시리즈 ‘트랜스포머즈’의 섹시 스타 메이건 폭스는 지난 2009년 할리웃의 유명 감독들이 배역을 미끼로 성적 상납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시리즈 제1편과 2편에 나온 폭스는 시리즈의 감독 마이클 베이를 독재자라고 비판했다가 제3편에서는 다른 배우로 교체됐다. 이것 역시 할리웃 남성파워 남용의 실례 중 하나다.
또 배우 우디 해럴슨은 자신들의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들이 혐오하는 사람들과 잠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봤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배우 제니 매카디도 자기 또래 중에서 배역을 위해 섹스를 제공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스타가 된다는 것은 정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LA 특히 할리웃과 서부 LA의 식당과 바의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들은 거의 다 할리웃의 문을 두드리는 스타 지망생들이라고 봐도 좋다. 나는 종종 할리웃에서 열리는 영화 프리미어 파티에 참석하는데 파티장은 늘 스타 지망생들인 팔등신 미녀들로 만원을 이루곤 한다.
이렇게 스타 자리를 노리는 지망생은 많은 반면 막상 그들을 받아줄 별자리는 극소수인 것이 할리웃의 현실이다. 이런 스타 지망생의 과잉공급 현상은 한국이나 할리웃이나 마찬가지로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캐스팅 카우치의 폐단을 여전히 유지시켜 주는데 한 구실을 하고 있다. 한탕 해 명성과 부를 거머쥘 야망이 있는 한 캐스팅 카우치도 수명을 이어갈 것이다.
한편 할리웃이 있는 LA는 지난 2009년부터 탤런트 사취방지 조례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례는 탤런트 서비스사들이 스타 지망생들에게 커미션 외에 부당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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