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고국에 관련된 뉴스가 미국 현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지난 11월에 열렸던 G-20 정상회의를 통해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더니만, 곧이어 연평도의 북한 포격사건으로 한껏 긴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먼저 핵 연료봉 재가동 모습을 공개함으로 사랑결핍증 환자의 증상을 보여주던 북한이 극기야 실제적인 무력 행사를 하여 세계 전체에 전쟁의 우려를 한껏 자아내게 한 것이다.
그 후 미국과의 FTA 추가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고, 지난 주에는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결과 발표를 통해 한국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세계 최상위권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피사 테스트는 3년에 한 번씩 있는데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2009년에 치러진 테스트에 관한 것이다. 약 65개 국가의 15세 학생들 중 무작위로 학생들을 선정해 독해력, 수학 그리고 과학 분야의 학력 성취도를 평가한다. 이번 발표에 의하면 이 세 분야에서 국가가 아닌 중국의 상해시를 제외한 나머지 평가 대상국가들 가운데 한국 학생들이 독해력과 수학에서 각 1위 그리고 과학에서 5위라는 좋은 결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미국 학생들의 평가결과가 겨우 중, 상위를 유지한 것에 비교해서 너무나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곳 미국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교육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미국 학생들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쳐진다는 것이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고국의 학생들이 잘 해주는 데에 대해서는 자긍심을 아니 가질 수가 없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모양이다. 한국 학생들이 잘 해준다는 소식에 흐뭇해하고 어깨가 우쭐해지니 말이다.
지난 주에 고국에 관해 이렇게 좋은 소식이 있다 싶더니 그런데 곧바로 이게 웬 폭력이 난무하는 한국 국회의 모습인가. 이곳의 언론에 웃음거리로 등장한 고국 국회의원들의 주먹다짐의 장면엔 그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었겠지만 주위에 차마 고개를 들기 힘들었고 어디 숨을 곳이 없나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난 10월에 이곳의 교육자 두 명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밤늦게까지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군집한 강남 학원가를 비롯해 한국 입시제도가 갖고 있는 여러 병폐로 인해 찌들어진 고국의 학생들의 생활모습을 보았을 때도, 사실은 그래도 교육열만큼은 미국이 본받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자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의회에서 보여준 폭력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제 경제 수준으로 볼 때 세계 10위에 육박하는 고국이지만 정치나 시민의식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는 것이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런데 한국 국회가 지난 주에 보여 주었던 창피한 모습이 비단 고국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이곳의 한인 동포 사회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는 한인학생의 경우에 가해자들이 주로 다른 한인학생들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왕따’는 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물리적 폭력은 아니더라도 분명 정신적인 폭력이다. 그리고 물론 물리적인 폭력도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제법 일어난다.
특히, 한국에서부터 옮겨져 온 왜곡된 선후배 문화가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본다. 또한 자녀들의 훈계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모습도 아직 꽤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사랑의 매’ 는 이곳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굳이 ‘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충분히 있다. 부부사이에서도 당연히 폭력은 금물이고, 교회의 교인들 사이의 분쟁에서도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다.
고국이나 이곳 한인동포 소식을 이곳 언론에서 접할 때 늘 흐뭇하거나 아름다운 소식들로만 채워졌으면 좋겠다. 노벨상을 받았다든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거나,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었다는 소식들을 듣고 싶다. 졸업식에서 많은 한인 학생들이 우등으로 졸업하며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도 보고 싶지만 각자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툴툴 털고 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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