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던가. 종각추진위원회에서 우리 지역 신문에 건립될 종각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한 바 있었는데 그 때 필자는 지붕선이 중국형으로 과장되게 굽어 오름을 보고 이는 절조 있고 부드러운 곡선미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지붕선이 아니라고 이정화 건립위원장에게 이의를 제기한 것이 인연이 되어 건립위원회 기술고문이라는 들러리를 서면서 주요 진행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목조 종각과 기와지붕이 완성된 현 시점에서 볼 때 명작 탄생은 확실해 보여 동포 여러분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무릇 명품의 요소라 하면 가늠하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첫째, 입지의 완전성이다. 실토하자면 종각 건축 부지로 메도우락 식물 공원이 선정되었다는 기사가 발표되었을 때 필자는 얼른 믿기지가 않을 만큼 놀란 바 있다.
집에서 5~6분의 거리에 있으면서 아내가 생전에 연회비를 내고 함께 걷기를 곧잘 하여 속속들이 잘 아는 공원으로 가히 최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공원의 분위기는 사방에서 기울어져 내려오는 부드러운 언덕 사이에 세 개의 연못을 계단식으로 품고 있는 은둔의 골짜기와 같은 공원으로 인도의 타골이 묘사한 대로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국적 정서의 아늑한 명당이다. 종각은 스카이라인을 배산으로 두른 언덕 위에 안존하게 서 있으며 앞에는 제일 큰 중앙 연못을 두고 있으니 이가 곧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 아니겠는가.
위치로 보아도 수도의 관문인 덜레스 공항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중간 거점의 타이슨스 코너에서 6~7분 거리이며 타이슨스 코너는 2013년에 메트로가 개통될 융성의 타운이 될 것이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조형물인 경우 만드는 이의 솜씨가 절대적인 성패의 요인인데 코리안 벨 가든의 경우 우리 고장의 데이빗 정 교수가 심혈을 기울인 설계로 시작하여 한국의 비중 있는 장인들이 동원되어 종각을 깎아 세우고 전통기와를 빚어 덮으며 동종을 부어 만들고, 여기에 더하여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표상물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창제 거북선 모형을 곁들여 한국식 정원으로 마무리 한다 하니 미 동부 유일의 본격 한국 전통 정원임이 틀림없다.
셋째, 어떤 조형물이 살아 있는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조형미 속에 박동하는 혼, 곧 개발의 뜻과 정신이 담겨야 하는 법인데 코리안 벨 가든의 경우 시대적 적시성과 동서를 아우르는 절묘한 조화의 정신이 담기게 되었으니 이것이 곧 명품의 완성도를 드높이는 우리 워싱턴 한인 동포들의 행운이 아닐까 싶다.
그 하나는, 어느 때 보다도 한미관계의 회복과 긴밀한 유대관계가 절실한 이때 미국 정부측인 훼어팩스 공원국이 부지를 허용하고 한인 동포 사회가 주축이 되어 한국 정부 및 지자체의 출연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한미 협력의 생생한 표상물이 되는 셈이다.
그 둘은, 코리안 벨 가든은 절묘하게도 인간애(人間愛)가 테마처럼 깃들인 사랑의 정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연유는 정원에 함께 할 훈민정음 표상물을 따라 ‘어리석은 백성들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지어’ 내신 치자(治者) 성군 세종의 극진한 인간애를 느끼게 하고 모형 거북선을 보면서는 시민 이순신의 동포를 위하여는 자기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시던 희생과 헌신의 참사랑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에 더하여 메도우락 공원은 루즈벨트 행정부의 경제고문으로 뉴딜정책의 산파역이었던 Gardiner C. Means 박사와 저명한 사회역사학자이신 그 부인 Caroline Ware 박사가 유언으로 사회에 환원한 대지 75 에이커를 기반으로 조성된 인간애를 담고 있는 공원이니 코리안 벨 가든은 인류 지상의 덕목인 인간애가 살아 숨 쉬는 사랑의 기념공원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배홀림 기둥목재를 전통방식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숙성건조하지 못하여 터짐의 현상이 보이는 점과 다른 나라 이민자를 고려한 훼어팩스 공원당국의 요청으로 단청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자랑스러운 우리의 숨결과 모습으로 다가오는 코리안 벨 가든은 분명 명작임이 분명하고 한국적인 정원의 마무리를 위하여 식목 및 조경에 워싱턴 일반 동포들의 풀뿌리 정성을 모아 달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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