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봉되는 코리안 웨스턴 ‘검객의 길’로 할리웃 무대에 데뷔한 장동건(38)과의 인터뷰가 지난달 18일 그의 숙소인 베벌리 힐튼 호텔서 있었다. 검은 신사복에 회색 타이를 한 장동건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준수한 미남이었다.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와의 통역을 대동한 인터뷰 전 나는 먼저 그를 호텔 복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장동건은 첫 할리웃 진출 기자회견에 상당히 긴장한 듯 했는데 내게 “영어가 익숙지 못해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이에 “나도 브로큰잉글리시로 말한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그를 격려했다. 나는 이어 장동건에게 부인 고소영씨의 활동 재개에 관해 묻자 그는 “지금 막 아기를 낳아(지난 10월 첫아들 출산) 당분간 아기 키우는 일에만 전념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장동건은 예의 바른 한국인답게 인터뷰 내내 두 손을 앞에 모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고 조용한 음성으로 신중히 질문에 답했는데 답이 끝날 때마다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해 동료 회원들의 미소를 샀다.
장동건은 할리웃 데뷔에 대해 “과거 외국 배우들과 일한 적은 있지만 할리웃 영화는 처음이어서 기대가 컸던 만큼 신경이 무척 쓰였다”면서 “그러나 공연한 케이트 보스워드와 제프리 러시 등이 도와줘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웃 영화를 야구의 메이저 리그에 비유하면서 “이 영화가 나의 과거 다른 영화들보다 규모가 훨씬 크긴 하지만 배우란 카메라 앞에 서면 연기와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이 일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류스타로서 한국과 아시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동건은 “LA에 오면 날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 편하다”면서 “그러나 머지않은 장래에 이곳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은 인기를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농담을 섞어가며 답했는데 내가 “케이트와의 키스가 달콤했느냐”고 묻자 “그렇다. 영화의 내 인물 성격 탓에 더 뜨겁게 키스를 못한 것이 유감이다”고 능청을 떨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대통령 역을 한 장동건은 어렸을 때 꿈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는데 그 꿈이 영화에서 이뤄졌다면서 자기가 대통령이 된다면 부부들이 아기를 많이 낳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저 출산율을 걱정하는 말인 듯했다.
그는 자신의 신생아에 관해 “내 아들을 보는 처음 순간 이제부터 한 인간으로서 또 배우로서 내 인생이 과거에 비해 완전히 달라질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나라가 생각과 행동에 있어 매우 자유롭고 한국에 비해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용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특히 LA는 멋있는 곳이라고 추켜세웠다.
장동건은 국제 스타가 되기 위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겠다면서 “이 영화를 찍을 땐 지금보다 영어를 잘 했는데 촬영 후 많이 까먹었지만 앞으로 계속 영어 공부를 해 다시 여러분과 인터뷰를 할 때는 통역 없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문제에 대해서 자기가 염려하는 것은 정치 문제보다 굶어 죽는 아이들이라면서 이 문제를 위해 유엔이 지원하는 세계식량기구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 빨간 띠인 장동건은 영화를 위해 6개월 간 검술을 연습했다면서 자기는 연기하는 무술인이 되기보다는 무술하는 연기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좋아하는 할리웃 영화는 웨스턴과 갱영화. 특히 알란 래드가 나온 웨스턴 ‘셰인’을 좋아하며 갱영화로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옛날 옛적 미국에’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를 좋아한다고. 영화배우로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자신의 영웅이라고 꼽았다.
장동건이 웨스턴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 장르의 광인 그의 아버지가 자기가 어렸을 때 때로는 싫은데도 억지로 극장으로 데려가 구경을 시킨 덕분이라고 한다. 존 웨인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도 다 그때 봤다.
그는 ‘검객의 길’의 출연을 결정한 중요한 이유도 자기 역이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한 마을에 도착해 나쁜 자를 처치하고 다시 떠나는 얘기인 ‘셰인’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여러 편의 액션영화에 나온 장동건은 실제로 중고교생 때 싸움을 많이 했다고. 마지막 싸움은 고3 때로 불행하게도 자기가 남의 엉덩이를 걷어 찬 게 아니라 상대한테 자기 엉덩이가 걷어 채였다며 웃었다.
나는 인터뷰 후 장동건과 악수를 하면서 “당신이 자랑스럽다. 영화가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그는 “고맙습니다”라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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