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목요일(25일)은 흩어졌던 온 가족이 한데 모여 터키를 잡아먹으면서 가족 간의 사랑과 연결을 재다짐하고 재충전하는 댕스기빙 데이다.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한 해를 무사히 보내면서 작건 크건 간에 결실을 맺게 해준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우리 가족도 남들처럼 이 날 한데 모여 터키 먹고 포도주를 마시지만 난 미국생활 30년이 넘는데도 아직 이 날이 남의 명절 같기만 하다. 특히 맛없는 터키요리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적잖이 부담이 된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는 터키 대신 닭고기를 먹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생활이 미국화해 이젠 터키고기를 먹긴 한다. 그러나 난 고기보다 그레이비 맛으로 먹는다. 하나의 의식처럼 된 것이어서 꾹 참고 먹는다.
그런데 ‘터키’는 속어로 흥행에서 참패한 형편없는 영화나 연극을 일컫는다. 터키가 이렇게 수모를 당하게 된 까닭은 벤자민 프랭클린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상징하는 새를 선정할 때 터키가 대머리 독수리에게 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댕스기빙 데이를 맞아 가족이 모여 앉아 볼 만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은 모두 DVD로 나와 있다.
쪻‘해나와 그의 자매들’(Hannah and Her Sisters·1988)-우디 알렌이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또 출연도 한 그의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댕스기빙 데이에 뉴욕 센트럴팍 부근에 있는 해나(미아 패로)의 아파트에 그의 두 자매를 비롯해 온 가족이 모여 저녁 준비를 하면서 이들의 삶의 희로애락이 아름답게 연결된다. 옛 노래들과 함께 가슴을 훈훈하고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로 가족의 아이들 중 하나가 지금은 알렌의 부인이 된 순이-프레빈이다. 오스카 남녀 조연상(마이클 케인과 다이앤 위스트) 및 각본상 수상.
쪻‘비행기, 기차 그리고 자동차’(Planes, Trains & Automobiles·1987)-타지에서 댕스기빙 데이에 맞춰 집에 돌아가려고 공항에 도착한 회사 간부(스티브 마틴)가 악천후로 출발이 지연되면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려고 하나 모든 것이 두절된다. 이 남자는 우연히 시끄러운 뚱보(존 캔디)와 걸맞지 않는 짝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죽을 곤욕을 치른다. 우정과 가족에 관한 즐거운 코미디. 존 휴즈 감독.
쪻‘아이스 스톰’(Ice Storm·1997)-릭 무디의 소설이 원작. 1970년대 코네티컷주 교외에 사는 중상층 부부들이 삶의 지루함과 절망적 분위기를 잊기 위해 짝 바꾸기 놀음을 한다. 비극적 결말이 댕스기빙 데이에 일어난다. 케빈 클라인, 조운 알렌, 시고니 위버, 일라이자 우드, 크리스티나 리치 출연. 앙리 감독.
쪻‘할러데이 귀향’(Home for the Holidays·1995)-댕스기빙 데이에 한 자리에 모인 온갖 괴짜들로 구성된 가족이 서로 악을 쓰며 다투고 웃고 떠들고 울고 불면서 별난 가족 단합대회가 벌어진다. 매우 시끄러운 영화로 가족의 모임은 때로 악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코미디 드라마. 할리 헌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 조디 포스터의 감독 데뷔작.
쪻‘34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1947)-맨해턴에서 열리는 메이시의 댕스기빙 데이 퍼레이드로 시작되는 할러데이 시즌 단골영화. 산타 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소녀(어린 나탈리 우드)가 백화점의 산타할아버지를 통해 세상에는 마법적인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린 오하라 주연.
쪻‘피시즈 오브 에이프릴’(Pieces of April·2003)-애인과 함께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독립적인 여자(탐 크루즈의 아내 케이티 홈즈)가 댕스기빙 데이를 맞아 삐딱한 가족을 초청해 모처럼 터키요리를 대접하려고 하나 오븐이 고장 난다. 작지만 진실하고 삼삼한 코미디 드라마.
쪻‘찰리 브라운의 댕스기빙’(Charlie Brown Thanksgiving· 1973)-만화와 TV로 유명한 피너츠 갱인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찰리의 애견 스누피 등이 한 자리에 모여 댕스기빙 데이를 축하한다. TV 쇼로 에미상 수상.
이와 함께 영화사상 최악의 ‘터키’로 기록된 영화들을 소개한다.
통일교 돈으로 만든 인천 상륙작전을 그린 ‘인천!’, 존 웨인이 징기스칸으로 나온 ‘정복자’(The Conqueror), 케빈 코스너가 감독하고 주연한 ‘포스트맨’(The Postman), 조지 클루니의 ‘뱃맨과 로빈’(Batman & Robin) 및 존 트라볼타의 ‘배틀필드 어스’(Battlefield Earth).
그러나 아마도 최고의 ‘터키’는 에드 우드가 감독한 진짜 싸구려 영화 ‘외계의 플랜 9‘(Plan 9 from Outer Space)일 것이다. 해피 댕스기빙!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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