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은 재향군인의 날이었다. 이 날은 1954년까지는 휴전기념일(Armistice Day)이라고 불렸으며, 원래는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1919년 6월 28일 베르사이유 조약이 체결되면서 공식적으로 종결되었지만, 실질적인 전쟁의 마감은 그보다 7개월 전인 1918년 11월 11일의 오전 11시였다고 한다. 1919년에 윌슨대통령이 11월 11일을 휴전기념일로 처음 공표하면서 1954년까지 이 같은 명칭을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1954년에 이르러 제1차 세계대전 뿐만 아니라 모든 전쟁에서 공헌한 미국 재향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재향군인의 날’로 명칭을 바꾸게 되었다.
이 날이 연방공휴일로 처음 지정된 것은 1938년이었는데, 1971년부터 1977년까지는 11월 11일에 휴일을 갖지 않고 3일간의 주말연휴를 만들어 주느라 매해 다른 날에 기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78년부터 다시 11월 11일로 원상 복구됐다. 재향군인의 날은 연방정부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메릴랜드, 그리고 DC 정부도 휴일로 지정하고 있으나, 공립학교들은 꼭 그렇지 않다. 디씨나 버지니아의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이 날을 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으나 메릴랜드의 몽고메리카운티나 버지니아의 훼어팩스와 라우든카운티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훼어팩스 공립학교의 학사일정 결정은 매년 12월경에 한다. 그래서 올해에도 오는 12월 2일에 있게 될 정기회의에서 2011~2012학년도의 일정을 결정한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단골로 논의 대상이 되는 이슈가 재향군인의 날을 학교휴일로 지정할 것이냐이다. 특히 10월에 있는 콜럼버스데이 휴일과 맞바꾸자는 의견들이 제법 나오기도 한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히 맞서기도 하는데 대체적으로 재향군인의 날에 학교를 쉬는 것보다는 정상수업을 하면서 재향군인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그를 기리는 특별한 활동을 갖는 것이 좀 더 의미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더 많은 설득력을 가져왔다. 아마 올해의 회의 때에도 비슷한 의견들이 개진되리라 믿는다. 재향군인의 날을 학교휴일로 하지 않는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있다면 11월에 학교가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매년 11월에 있는 선거일에 맞추어 이틀간을 훼어팩스 공립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특별 업무일로 지정해 학생들의 수업은 없고 선생님들은 리포트카드 준비와 학부모님들과의 면담 스케줄을 잡는다. 그리고 11월에는 추수감사절 휴일이 또 이틀 간 있기 때문에 굳이 재향군인의 날까지 휴일로 할 경우 면학 분위기가 많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라 생각된다.
물론 10월의 콜럼버스데이를 꼭 쉬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교육적으로 수긍갈 만한 설명은 없다. 전통적으로 그 주말에 축구 토너먼트들이 있어 왔기에 그 날 학교가 문을 닫아야만 토너먼트 진행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제기되는 이유인데 그것이야말로 궁색한 변명이다. 그래도 10월의 콜럼버스데이를 쉬는 것이 11월에 재향군인의 날을 휴일로 하여 학교 수업을 않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것이 더 많은 공감을 얻어왔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공방이 올해에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고 정답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지난주에 참석한 훼어팩스 카운티 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재향군인의 날 행사를 두고 본다면 재향군인의 날에 학생들이 그냥 집에서 하루 쉬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갖는 것이 좀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엔나에 위치한 플린트 힐 초등학교는 매년 전교생이 정성을 들여 행사를 준비하는데 모든 학생들이 약 두 시간 가량의 프로그램의 일부분을 맡아 참여한다.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애국심을 도취하는 노래도 부르고 학생들의 연설이나 시낭송도 듣는다.
특히, 학생들이 여러 군가들을 부르는 순서에서 이 행사에 초대된 현역 혹은 퇴역 군인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군의 군가가 불릴 때 일어서서 부동자세로 군가를 듣거나 혹은 팔을 흔들어가며 같이 군가를 따라 부르는데, 이 광경을 보는 이들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의 행사 마지막 부분에서 학생들이 군복무를 하였던 가족이나 친지들의 사진을 가지고 온 것을 모아 슬라이드 쇼로 Lee Greenwood의 “I am proud to be an American” 노래를 배경으로 보게 되었을 때 콧등이 찡해오지 않은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참, 뜻있게 재향군인의 날을 기념한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게 한 행사였다. 오는 12월 2일의 회의 때 필자가 어느 안을 지지해야 할지에 대한 결심을 쉽게 해주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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