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 보면 가구들이 집 앞에 혼잡스럽게 싸여 있는 을씨년스러운 광경을 가끔 보게 된다. 세입자들이 집세를 못 내어서 강제 퇴거를 당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이기도 하지만 모기지를 못 내어 주택 압류를 당하고도 미처 갈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겪는 참담한 광경이기도 하다.
집을 살 때 서명해야 하는 많은 서류들 가운데는 은행이나 융자회사에게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을 갚겠다는 약속어음(promissory note)이 있고 그 약속 이행을 보증하는 담보신탁증서(Deed of Trust)가 있다. 집 소유 증서 (Deed)에 이름이 나와 있는 집 주인이 약속한 모기지를 내지 못하면 피신탁인(Trustee)으로 하여금 집을 압류하여 팔아서 수혜자(Beneficiary)인 은행에 판매 대금을 지불할 권리를 주는 서류가 바로 담보 신탁증서인 것이다. 주로 은행 쪽을 대표하는 변호사들이 피신탁인들로 지명되는 바 모기지 지불불이행의 경우 그들이 주택 압류 절차를 밟는다. 주마다 법이 조금 다르지만 메릴랜드의 경우는 대략 다음과 같다.
그 법적 절차는 해당 주택이 위치해 있는 군의 순회법원에서 시작된다. 피신탁인이 모기지 원본이나 원본의 확인된 사본과 더불어 주택 압류 신청을 하게 되면 일반 민사 소송과는 달리 주택 소유자에 대한 소환장이 발부되거나 답변서를 제출함도 없이 따라서 재판도 없이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처럼 압류된 주택을 공매 처분하는 데는 피신탁인이 법원 명령대로 따르겠다는 의미의 보증금을 법원에 걸어야 한다. 그리고 공매가 있기 전에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 3주 동안 연속하여 법원 관할 지역의 신문에 광고를 해야 한다. 또 공매 이전에 등기우편으로 모기지 설정자(mortgagor) 즉 빚진 사람 그리고 그 집에 부착된 판결 채권 등을 포함한 제 2 또는 제 3의 담보권자들에게 통고를 하고 등기 우편 수납증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공매처분 후에도 공매에 대한 법원의 추인을 받는 절차가 있어 또 등기 우편과 신문광고가 요구된다. 그런데 모기지를 한 은행에만 30여 년 동안 지불하던 예전과는 달리 모기지가 다른 은행으로 여러 번 팔리고 또 여러 모기지를 묶어 채권을 만들어 투자가들이나 은퇴 기금들에게 팔려와 2008년의 대 불경기를 초래했던 현실 때문에 누가 주택 압류 판매의 수혜자인가를 헤아리는 게 복잡하게 되었다. 또 처음 모기지 저당권자(mortgagee)가 다른 은행에 그 저당권을 양도할 때마다 양도 서류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들이 두툼할 것은 물론이다.
최근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나 GMAC 등 여러 금융기관들이 주택 압류 절차를 밟음에 있어서 법원에 제출한 확인서들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한 동안에는 전국적으로 그 두 금융기관은 주택 압류를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일이 벌어졌다. 예를 들면 여러 확인서들을 읽어 보지도 않고 하루에도 몇 백 개의 서류들을 싸인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니 50개 주의 검찰총장들과 연방 정부의 조사가 있게 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개별적인 예외를 빼고는 압류가 전반적으로 중단될 수 없는 이유는 채권자와 채권 투자가들이 우선적으로 보호를 받는 자본주의의 근본체제 때문이다. 2010년 2/4분기에 미국의 아파트 10.6%와 주택의 2.5%가 비어있다는 통계로 보아 그동안 주택 개발업자들과 부동산업자들 그리고 은행들이 정부의 주택 소유 권장 정책을 업고 수요 이상의 공급을 해왔으며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는 무자격자들에게도 마구 집을 팔아왔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기초가 심한 타격을 입었다는 결론을 뒷받침한다.
이미 200만의 주택들이 차압되었고 230만의 모기지가 연체 되었다는 통계는 미국민의 50%가 모기지나 아파트 월세 지불을 하는데 걱정을 하고 있으며 역시 과반수가 오바마 정부는 주택 압류를 중단시켜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최근의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이해하게 한다. 그런데 백악관은 주택 압류의 중단 아이디어에 반대를 표명한다. 이에 더해 1,500만의 실업자들과 가족들의 근심 걱정이 바로 오바마의 단임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이 이번 중간 선거에서 대승을 하고 또 2010년에는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다고 해서 모기지 위기가 사라지고 미국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