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한 주 동안 한국에 나가 있었다. 서울대 교육행정연수원과 교육학회 그리고 고려대의 초청으로 강의와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훼어팩스 교육청의 고위간부 한 명과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한 분이 동행했다. 경상남도 교육청에서도 다녀가 달라는 요청이 있어 처음으로 창원, 마산, 진주 지역에도 가 보았다.
1974년에 미국으로 이민 온 후 여러 차례 고국 나들이를 해보았지만 대부분이 집사람이나 애들의 방학 기간에 맞추었기에 여름에 다녀오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최적인 10월말이어서 상당히 큰 기대를 갖고 갔다. 동행한 사람들도 아시아 국가로의 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특히 교장 선생님은 외국여행 자체가 처음이어서 여권부터 준비해야 했다.
일주일의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강의 외에 여러 가지 문화체험도 할 수 있어 좋았다.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 온 필자는 한국 내에서 여행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여러모로 유익했던 고국방문이었다. 또한, 고국의 발전상과 교육열을 이곳 훼어팩스의 교육지도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올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경남 교육청의 초청은 필자에게도 처음으로 밀양을 거쳐 창원을 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1970년대에 논, 밭이었던 곳에 공단을 조성하며 한국 최초의 계획도시로 건설을 했다는데 잘 정돈된 모습이 참 놀라웠다. 미국 어디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었다. 모든 강의를 마치고 가곡 가고파의 본 고장인 마산에도 가 보았다. 이은상 선생님이 가까운 곳에 사셨다는, 바닷물이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마산 시립문신미술관은 한국이 배출한 유명한 조각가인 문신 선생님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원래 문신 선생님의 개인 미술관이었는데 돌아가시면서 마산시에 기증하셨다고 했다.
통영에서는 한국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불리는 동피랑 마을의 벽화도 구경할 수 있었다. 거북선이 가운데 놓여 있는 충무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이 마을은 벽화를 통해 정부에 수용되는 일을 막아낼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거제 앞바다의 아름다움과 150만평의 세계적 규모인 삼성 조선소도 볼 수 있었고, 꼭 육회를 위에 얹어서 먹는다는 진주비빔밥도 진주에서 맛 볼 수 있었다.
합천 해인사를 방문하여 1995년에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판을 보관하는 장경판전 건물과, 2007년에 세계기록 유산 목록에 등재가 된 팔만대장경의 사본판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장경판전 건물은 내년이면 1,000년 기념의 해를 맞게 된다고 하는데, 목조건물로 1,000년을 손상 없이 버티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참 기이하다고 한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있으면서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었다. 가능하면 시간도 아끼고 운동도 할겸 매일 새벽에 일어나 숙소 근처를 걷도록 노력했는데, 필자의 이러한 노력이 동행한 두 명의 교육자들에게 때로는 힘들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꼭 6시에 일어나 걸어야 하느냐고 물어올 때 필자의 대답은 오히려 5시 반이면 더 좋다는 식이었는데, 그런 대답을 들을 때면 마치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대꾸를 못하곤 했다.
그런데 강의와 학회에서의 발표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 날 하루가 비었다. 일행들은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 싶어 했다. 필자는 이미 가본 적이 있어 그러면 둘이서만 다녀오라고 하였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예약을 알아보던 일행 중 교육청 간부로부터 필자에게 이메일이 왔다. 이미 예약이 만료가 되어 더 이상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자신들은 필자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가 바로 그러면 잘 되었으니 아침 6시부터 일어나 걷자고 답변했다. 그랬더니 그에 대한 답메일이 이번에는 한국말로 왔다. 구글의 번역기능을 사용하여 보낸 것인데 ‘웃긴 놈’이라고 온 것이었다. 영어로 “Funny guy”라고 쓴 것을 번역한 것인데, 제대로 했다면 ‘웃겼다’ 내지는 ‘못 말려’ 정도의 의미다. 그러나 자동번역기능에 의존하다 보니까 ‘웃긴놈’ 이라고 어처구니 없이 번역이 되어 온 것이다. 나중에 필자가 이에 대한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니 이 친구 얼굴이 금방 하얗게 변했다. 매년 학년 말에 자신의 업무 평가를 한 후 계약연장을 결정해 주는 교육위원에게 큰 실수를 했다 싶었던 것이다. 물론 고의성 없는 충분히 이해할 만 한 일이었기에 그냥 웃고 넘길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지만, 컴퓨터의 기능에만 의존하다가 의도하지 않은 큰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는 아주 현실적인 예로 좋은 교훈이 될 만한 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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