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날이 언제인지 정확히 모른다. 결혼한 아들이 카드와 작은 선물을 보내오면 그제야 아버지날이 왔음을 알게 된다.
매일을 매일처럼 살면 됐지 무상한 인생을 보내면서 이런 날 저런 날 잡아 놓고 축하하고 즐긴다는 것이 내겐 도무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내가 아버지날에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들이 아버지날에 아버지에게 꼭 들려 드려야 할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에디 피셔가 부르는 ‘오, 마이 파-파’일 것이다.
‘오, 마이 파-파, 투 미 히 워즈 소 원더풀/ 오, 마이 파-파, 투 미 히 워즈 굿/ 노 원 쿠드 비, 소 젠틀 앤 소 러바블/ 오, 마이 파-파, 히 얼웨이즈 언더스투드.’
피셔가 금관악기 그 중에서도 트럼핏의 낭랑한 음성으로 열창하는 이 노래는 폴 앵카가 부르는 ‘파파’와 함께 아버지에게 드리는 가장 절실하고 아름다운 ‘부의 찬미’이다. 이 영화는 독일 뮤지컬 영화 ‘파이어웍’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릴리 팔머가 어릿광대인 자기 아버지를 생각하며 부른 것을 피셔가 편곡해 불러 전 세계적으로 빅히트를 했었다.
이 노래와 함께 ‘텔 미 와이’ ‘에니 타임’ ‘레이디 오브 스페인’ ‘포기브’ ‘신디 오 신디’ ‘아이 니드 유 나우’ 및 ‘아임 워킹 비하인드 유’ 등 지난 50년대 수많은 빅히트곡을 부른 에디 피셔가 지난달 22일 82세로 타계했다. 그의 인기는 50년대 말 록의 도래와 함께 기울었다.
나는 이 노래들을 고등학생 때 음악감상실에서 들으며 즐겼는데 그 때도 피셔의 음성이 참으로 아름답고 공명하며 또 크고 풍요롭고 맑다고 느꼈었다.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는 음성이다.
평생 약물에 취해 산 피셔는 음성뿐만 아니라 생긴 것도 예쁘장하게 생겨 한창 때는 틴에이저들을 비롯해 앤-마그렛, 마를렌 디트릭, 킴 노박 같은 빅 스타 등 성년의 여인에 이르기까지 뭇 여성들의 흠모의 대상이 됐었다. 그래서 그는 결혼을 다섯 번이나 했고 또 천하 난봉꾼이었다.
피셔의 여성 편력 중 최고의 스캔들은 그가 미국인들로부터 ‘아메리카의 스윗하트’라 불리며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던 가수이자 배우인 아내 데비 레널즈를 버리고 과부가 된지 1년도 안 된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결혼한 일이다. <사진>
자그마한 체구에 아기 같은 얼굴을 한 레널즈는 노래와 춤 솜씨가 빼어난데 이웃집 여인 같은 소박함과 친근감 때문에 팬들의 큰 사랑을 지금까지도 받고 있는 만능 연예인이다. 그런데 피셔는 레널즈와 결혼한 지 4년 후인 1959년 아내를 버리고 테일러(그의 사망한 남편은 피셔의 절친한 친구로 영화 제작자였던 마이크 타드)와 결혼, 팬들로 부터 ‘죽일 놈‘이라는 욕을 얻어먹었다.
한편 테일러는 1962년 로마에서 ‘클레오파트라’를 찍을 때 공연한 리처드 버튼에게 반해 피셔를 버렸는데 피셔는 로마까지 달려가 테일러의 마음을 돌려보려 했지만 헛수고로 끝났다. 이로 인해 피셔는 신경파탄까지 일으켰고 레널즈의 팬들은 이를 조강지처를 버린 죄 값이라고 여겼었다.
아직도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레널즈는 얼마 전 한 TV 쇼에 출연, “피셔는 스캔들로 유명했지만 내 아이들의 아버지요 상냥한 남자였다”면서 “그는 엘비스 이전의 위대한 가수였다”며 전 남편의 시망을 아쉬워했다.
비록 나이는 먹고 체중도 늘긴 했지만 레널즈는 여전히 귀엽고 활기차고 명랑했는데 “죽기 전까지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레널즈는 현재 베가스에서 살고 있다. 피셔와 레널즈의 딸 캐리 피셔는 ‘스타워즈’에서 레이아 공주로 나왔는데 지금은 각본가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피셔는 영화에도 몇 편 나왔으나 배우로선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아내이던 레널즈와 뮤지컬 ‘번들 오브 조이’(1960)에서 공연했고 역시 출연 당시 아내이던 테일러와 드라마 ‘버터필드 8’에 나왔다. ‘버터필드 8’은 테일러가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영화로 테일러는 고급 창녀로 나오고 피셔는 이 창녀를 사랑하는 남자로 나온다.
그런데 피셔는 지난 1999년 자서전 ‘빈 데어, 돈 댓’에서 자기 아내들이었던 레널즈와 테일러를 비방, 화제가 됐었다. 그는 레널즈에 대해선 “우리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엉터리였고 섹스 관계도 형편없었다”고 말했고 테일러에 대해선 “천사의 얼굴에 트럭 운전사의 도덕성을 지닌 여자”라고 악담을 했다. 무슨 억하심정이었을까.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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