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교 평준화와 특목고 출현 이래 달라졌지만 한동안 KS(경기·서울대학의 첫 글자) 출신이 정, 관, 문화, 재계의 노른자위를 제일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대학으로는 SKY(서울, 고대, 연대의 첫 글자) 출신이 출세의 가도를 달린다는 공식이 있어 학부모들, 특히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해 새벽부터 자정까지 수험생들의 노예 생활을 한다. 부모들의 열불 같은 성화에 들들 볶이는 학생들의 고생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오죽해서 자식들의 교육과 장래를 위한다는 선의의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기러기 아빠 현상으로 가정 파탄의 비극마저 빈번한 세상이 되었을까? 또 자식들의 내신과 성적을 올리기 위한 선생들에 대한 돈 봉투 세례 사태와 예능 분야의 심사위원들의 돈거래 학생 선발 사례들마저 적지 않아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 악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6.25 전쟁 이후 최빈국들 중 하나였다가 세계 제 11위의 근대공업국가로 고도성장을 이룩한 데는 한국식 교육열이 한몫을 차지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등 한국인들에게 한국식 교육을 상찬하는 사람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있다.
의료 개혁과 경제 부흥 및 두 해외전쟁으로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바마 정부는 교육 개혁을 집권 후기의 중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시카고 시절부터 오바마의 친구이자 그 도시의 교육감이었던 아니 던칸 연방 교육부장관은 과감하고 창조적인 교육 개혁 계획을 제출하는 주정부들에게 40억 달러의 보조금을 분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립 초, 중, 고등학교 수가 13만 3,000여개에 학생 수가 5,600만이라는 점과 아울러 12학년까지의 교육이 모두 무료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교육 개혁의 어려움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철저한 교육 자치제이니까 북부 버지니아의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처럼 몇 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류대학 부근들의 사립 고등학교 못하지 않게 우수한 학생들을 배출하는 공립학교들이 있는가 하면 미시시피주 어느 시골의 학교처럼 재학생들의 반가량이 고등학교를 중퇴하는 학교들이 있다. 또 문제가 많은 학교들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이 많은 대도시들에 몰려있다. 그런 학교들의 졸업률은 잘해야 60 내지 70%이니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제대로 직장을 잡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마약과 범죄와 결혼 밖의 난잡한 성행위의 유혹에 휩쓸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미국의 지도층이 교육 개혁을 중요 화두로 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가난한 군들의 공립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소위 실력 부족도 큰 문제다. 미국의 국어인 영어와 수학 등 기본 과목들에 있어서 간신히 졸업하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해서 첫 번째 하는 일이 그 같은 기본 과목들을 다시 이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이론이 많다. 혹자는 선생 수가 부족하여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고 한다. 경제학의 Ph.D가 아니면서도 워싱턴 포스트의 경제 칼럼니스트로 널리 읽히는 로버트 J. 새뮤얼슨은 최근 ‘학교 개혁의 실패’라는 칼럼에서 그런 주장과 다른 주장들을 반박한다. 우선 선생 수에 대해서는 1955년에는 선생 하나 당 27명의 학생이던 것이 2007년에는 1명당 15명의 학생으로 호전되었다고 지적한다. 학교 교사들의 봉급이 부족하여 자격 있는 사람들이 이직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2008년에 선생의 평균 연봉이 5만2,230달러이니까 만약 부부가 선생인 경우 둘의 수입이 미국인의 수입 20% 상위권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지적처럼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자신들의 동기 부족이다. 학교와 선생들이나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학생들 자신이 배우고 발전하고자 하는 열의가 없을 때는 별 수가 없을 것이다. 동기는 어디서 오는가? 지적인 호기심과 성공하고자 하는 야망, 부모의 본과 기대감, 성취하려는 마음을 길러주는 선생들, 그리고 학급의 분위기 등이 동기 부여에 기여할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본과 자식들에 대한 기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도시들의 가정들, 특히 흑인의 가정들이 아버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근본 문제다. 1960년대 중반 이후에 부쩍 늘은 미혼모들의 자식 출산들로 아버지가 없는 가정들은 벌써 세대를 거의 두 번 반복한 셈이다. 한국 교육도 문제점이 많지만 미국 교육도 다른 면으로 큰 문제가 허다하다. 자식들을 사람답게 길러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도록 준비하는 게 큰 도전이 되고 있는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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