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요일은 비교적 기분 나쁘게 지냈다. 그날 오전에 내가 맡았던 계약 위반 민사 소송이 재판도 못해 보고 각하되었기 때문이다. 그 발단은 대략 이러하다. 약 2년 전 어떤 고객이 전화와 팩스로 연락하고 서류를 보내왔는데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서 어떤 시설을 타 회사에 대여 했던 바 그 회사가 계약 위반을 했으니까 고소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소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일면식도 없었지만 신뢰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또 비교적 간단한 계약서였지만 읽어보니까 그 시설의 임대회사만이 아니라 회사의 세 이사들도 개인 보증을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사건으로 여겨졌다.
민사소송이라 그가 2만불을 수임료로 주면 한 시간 당 200불로 계산해 내려가는 조건으로 하자고 제의했더니 컨틴전시(contingency·성공 보수)로 계약하자는 반응이었다. 손해 액수가 80내지 90여만불이니까 승소해서 수금하게 되면 30여만불을 벌게 된다는 가능성에 귀가 쏠리게 된 데에는 피고가 될 보증인들 중 하나는 식당 주인으로 돈도 있는 사람이라는 정보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타주에 사는 그 고객의 얼굴도 못 본 채 성공 보수 선임 계약서를 체결하여 역시 팩스로 교환되었다.
고소장을 준비하기 위해 피고의 회사에 관한 정보를 메릴랜드 회사들의 주무당국(SDAT)에 조회하는 과정에서 내 고객 자신의 타주 소재 회사의 메릴랜드주 등록이 취소되었다는 내용도 발견되었다. 그에게 전화했더니 군 정부의 동산세 미납으로 2007년에 메릴랜드주에서의 등록이 취소되었지만 변호사들을 시켜 타주 법인체로서의 메릴랜드 등록이 되살아났으니까 염려 말고 고소를 진행시켜 돈을 받아보자는 권고였다.
그 말을 믿은 게 잘못의 첫 단추였는지도 모른다. 좌우지간 피고 회사와 보증인 3명에 대한 손해배상 고소장을 몽고메리 카운티 순회법원에 제출한 게 2008년 10월이었다. 보증인 세 명의 주소를 찾아보았더니 특히 식당을 소유했던 사람을 포함한 두 명은 이미 집을 팔고 이사한 상태라서 고소장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 예상되었다. 그중 한 명에게는 보안관을 통해 고소장이 전달되었지만 30일 이내에 고소장에 대한 답장이 제출되어야 하는 바 그 기간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가 하루는 워싱턴 DC의 어느 로펌(Law Firm)에서 전화가 왔다. 피고들이 사건을 그 로펌에 맡겼는데 대답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기다려 달라는 부탁이었다. 기다려서 받은 대답이 엉터리였다. 그 작은 로펌에는 메릴랜드 변호사가 없었던지 새로 된 변호사 하나를 고용했던 모양이다. 고소장에 대한 대답의 원본은 물론 법원에 제출되었지만 사본 하나는 원고의 변호사에게 꼭 보내야 하는 것이 기본 절차인데 그 사람이 그런 기초 상식조차 없었거나 잊어버렸는지 전달 확인(Certificate of Service)이 없는 답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실수를 했었다. 그리고 피고회사 자체도 죽은 상태인데도 고소장 답장은 회사 이름으로 되어 있을 뿐 정작 고소장을 전달받은 피고는 대답을 안 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경험 없는 변호사가 답장 내용을 그처럼 엉망으로 만들었던 것 같았다. 사실은 세 명의 피고가 다 고소장 전달을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서면 질의서(Interrogatories)에 대한 답장에 그들 모두가 공증인 앞에서 서명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 엉터리 변호사는 사직을 하고 새 변호사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6월15일로 잡힌 재판이 8월2일과 3일로 연기되어 나 나름대로 재판 절차에 대한 서적들을 복습하는 등 준비에 분주하던 중 저쪽에서 사건 기각 청원서(Motion to Dismiss)가 날라 왔다. 새 변호사가 조회해 보니까 내 고객의 타주 법인이 메릴랜드에서 계속 죽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죽은 회사의 고소 사건은 기각되어야 마땅하다는 논리 정연한 내용이었다. 고객에게 급히 연락했더니 분명히 회사가 살아났다는 주장이라 관계 서류를 급히 보내기 전에는 재판을 못해보고 쫓겨날 판이라고 단언했다. 내 고객의 회사가 회생되었다는 서류가 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재판정에서 판사는 피고의 청원서를 받아 들여 거의 2년 동안 공들여온 사건을 기각해 버렸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할망정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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