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LA 인근의 해안도시 말리부에 있는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식당 ‘문 섀도우’에서 술을 마신 뒤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을 때 반유대적 발언을 해 큰 물의를 빚었던 할리웃의 악동 멜 깁슨(54)이 또 일을 냈다.
깁슨은 얼마전 헤어진 동거녀인 가수 옥사나 그리고리에바(40·사진)와의 사이에서 난 8개월된 딸 루시아의 양육권을 놓고 그리고리에바와 싸우다가 이빨이 두 개나 빠질 정도로 여자를 구타하고 살해위협을 하는가 하면 입에 담지 못할 상소리와 함께 “새끼 밴 암캐”라는 모욕적 발언을 하면서 흑인을 멸시하는 ‘N’ 단어를 사용, LA카운티 셰리프가 가정폭력 건으로 수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깁슨은 혐의가 인정돼 유죄선고를 받으면 감옥에 가게 된다.
나는 깁슨을 기자회견차 두 번 만났는데 굉장히 다혈질인 데다가 정서가 무척 불안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제가 제 성을 이기지 못해 씩씩대면서 황소 눈알을 굴리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온 얼굴의 근육을 실룩이며 소리를 지르듯 질문에 대답했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을 하는 기자에겐 거침없이 ‘F’자 ‘S’자 상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만취 난동과 자제력 결핍과 폭력 그리고 유대인과 흑인에 대한 악감정 및 여자를 암캐 정도로 아는 깁슨의 언동을 취합해 보건데 그를 뉘우칠 줄 모르는 성격 파탄자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4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깁슨의 난동을 놓고 할리웃에선 지금 과연 그 여파가 깁슨의 스타로서의 생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놓고 중구난방 식으로 입방아들을 찧고 있다.
깁슨은 4년 전에는 자기 발언에 대해 사죄하고(그러나 진짜로 뉘우친 것 같진 않다) 근신했다가 올해 초 스릴러 ‘암흑의 변두리’로 컴백했지만 이 영화는 비평도 흥행도 뜨뜻미지근했다.
이번 사건으로 깁슨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그를 수십년 간 대표하던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 엔데버(WME)로부터 쫓겨난 것이다. 깁슨의 에이전트는 할리웃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에드 리마토(반유대적 발언을 하고도 살아남은 것도 라마토 때문이다)였는데 최근 그의 사망과 함께 WME는 깁슨을 고객 명단에서 지워버렸다.
할리웃에서는 에이전시 없이 활동할 수가 없다. 아무리 파워가 센 스타나 감독이라 할지라도 에이전시(고객 수입의 10%를 받는 에이전트를 ‘텐 퍼센터’라고 부른다) 없이 단독으로 영화에 나오거나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깁슨의 대부 같았던 리마토가 없는 이제 그 어느 에이전시도 깁슨을 대행해 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톨이가 된 깁슨이 앞으로 영화를 전연 만들지도 못하고 또 영화에 나오지도 못하게 될 것인가. 깁슨은 히트작을 만들 줄 아는 재능과 돈과 함께 자신의 제작사 ‘아이콘’을 소유한 개인 스튜디오나 마찬가지인 막강한 인물이다.
그가 감독해 빅히트를 한 ‘그리스도의 수난’과 ‘아포칼립토’ 등도 모두 깁슨의 주머닛돈으로 만든 영화들이다. 그래서 일단 스튜디오들이 깁슨을 멀리한다 해도 그는 자기 혼자 힘으로 영화를 만들 수는 있는데 또 다른 문제는 배급과 함께 과연 그의 영화에 유명 여배우와 흑인 배우가 선뜻 출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편 깁슨의 난동 때문에 그가 최근 완성한 두 영화의 장래도 불투명해졌다. 깁슨의 친구인 조디 포스터가 감독하고 깁슨과 공연한 블랙 코미디 ‘비버’(Beaver)는 상을 노리고 올 후반기에 개봉할 예정인데 과연 예정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화에서 깁슨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자로 나와 자기 손에 낀 비버(해리)의 인형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다른 영화는 범죄 액션드라마 ‘나의 여름휴가’(How I Spent My Summer Vacation). 이 영화는 멕시코의 실제 교도소의 죄수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빈 교도소에서 찍었다. 깁슨은 범죄자로 멕시코로 도주했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돼 흉악범들로 들끓는 교도소에 수감된 뒤 9세난 현지 소년의 도움으로 생존술을 배우는 자기 구원의 얘기다.
깁슨은 차기 감독작으로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를 기용한 9세기 바이킹 영화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저주 받은 민족의 문화충돌을 잔혹하게 그릴 전투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그의 뜻대로 디캐프리오가 출연을 수락해(얼마 전 ‘인셉션’ 인터뷰 때 디캐프리오는 이 영화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었다)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깁슨이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공개 사과한 뒤 한 1년간 근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 뒤에 깁슨이 돌아와 관객이 호응하는 빅히트작을 만들면 히트작의 장본인은 무조건 수용하는 할리웃도 그를 다시 받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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