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몽고메리 카운티와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주민들은 며칠 동안 수돗물을 절약하라는 수도국(WSSC)의 긴급 명령 아래 살게 되었었다. 포토맥 지역의 구강 96인치짜리 상수도 관에 문제가 생겨 수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수압이 얕아졌었던 탓이다. 최고 우선순위에 당연히 들어야 하는 소방전 등의 정상적인 수압 유지를 위해 180만 주민들은 잔디밭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수세식 변기 사용에 있어서도 매번 볼일 볼 때마다 물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모아서 하라는 명령 아래 있었다. 하루에 7,500만 갤런의 사용량을 3분지 1 줄이기 위해 한 번 경고를 받고도 계속 위반하는 경우 500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었던 이 경고는 180명의 위반자들에게 발부되었지만 실제 법정에 서야할 경고 위반자는 단 한 명이었다는 좋은 기록을 남겼다. WSSC 경찰은 옆집 사람들의 제보에 따라 활동했다는 보도다.
미국의 도시들 중 여덟 번 째 크기의 수도국인 WSSC는 5,000마일의 상수도관과 5,400마일에 가까운 하수도관을 관장하고 있는 바 대부분의 송수관들이 노후된 것이라 여기저기서 사고가 발생하여 소위 기간 시설(infrastructure)의 수리와 유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며칠 동안 오이밭에 물을 못주어 내 아내가 안절부절 무척 속상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그루 안 되는 오이나무들 위에 도마도 철망을 세 겹 올려놓아 잘 딸 때면 30개 이상, 못 따는 날이라도 열 개 정도의 수확을 올려 현재까지 500개에 육박하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록이 제 철이 끝나기 전에 사라질까봐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부근에 사는 딸들에게 가끔 오이김치를 담가 주지만 집에는 달랑 두 사람 뿐인 우리 밥상에는 오이의 향연이 벌어진다. 역시 집에서 기른 부추를 섞어 만든 오이 소배기, 멸치 젖을 넣을 듯 말듯해서 만든 오이 깍두기, 오이지, 오이를 썰어 식초에 얼버무린 나물, 고추장에 찍어먹는 오이 조각, 그리고 작년도 수확으로 만든 오이(고추장) 짱아치 등 보통 김치는 만들 새도 먹을 새도 없는 계절이다.
아내의 주장대로 오이 등 식물의 배아와 성장 과정에서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와 사랑을 감지할 수 있다. 그 조그만 씨 하나가 몇 만 배 이상의 실과를 풍성히 제공하되 인간들의 제조품 공정과는 달리 소음과 불평과 환경 훼손의 부산물도 하나 없이 그리하고 있으니 생명의 기적이 따로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씨와 땅은 주셨지만 오이, 시금치, 상추, 무 등 채소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간들의 부지런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집의 경우 연중무휴의 알러지 두통을 핑계로 바깥일을 거들떠보지 않는 나 때문에 우리집 채마밭의 성공 신화는 모두 아내의 근면성 때문이다. 그리고 물 때문이다. 그러니 WSSC의 절수령이 아내를 초조하게 만들만도 했다. 그러면서 노후된 인프라다 어쩌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후진국들에 비해 물이 철철 넘쳐나는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다이안 레인스라는 저자는 ‘물 전쟁-- 가뭄, 홍수, 어리석음과 갈증의 정치’라는 책에서 세계 인구의 40%가 그러니까 열 사람 중 네 사람은 우물, 연못이나 강에서 물을 길어야만 식수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떤 나라들에서는 여자들이 가족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물을 길어 운반하는데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3분지 1 이상이 즉 20억 이상의 사람들은 물과 위생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인구 열 명중 여섯은 제대로 된 변소가 없기 때문에 인간 배설물에 섞인 세균, 바이러스, 그리고 기생충이 상수원, 토양과 음식물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질과 호열자 등의 질병으로 특히 어린 아이들의 희생이 크다는 참혹한 통계가 있다. 파키스탄의 인도 접경 지대의 주민들은 가뭄 때문에 논밭이 바짝 타들어 아무 것도 기르지 못하는 현상을 인도 정부와 민간인들이 파키스탄 쪽으로 흐르는 강들을 운하 수로를 파서 인도 농경지로 돌리는 까닭이라고 원망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풀리지 않는 분규 가운데는 물에 대한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 만약 물 전쟁이 발생한다면 오일을 둘러싼 전쟁 보다 더 치열하고 처절할 것은 물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수영을 하거나 물 틀어놓고 샤워를 하면서 이 물이 아프리카에서는 식수로 얼마나 요긴하게 쓰일 것인데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죄책감이 들지만 속수무책이라고 현실적으로 하나도 도움이 못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지혜, 능력과 사랑과 아울러 공의의 하나님이신 여호와의 근본 해결책만을 학수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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