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에게 “자식들 가정교육 중 제일 큰 과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일반적으로 “What can I do for you?” 혹은 “May I help you?”라고 대답을 한다. 일본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대체로 “남에게 폐가 되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라 한다고 한다. 우리 동포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 십중팔구는 “공부 열심히 해 빨리 성공하고, 돈 많이 벌어라”일 것이다.
이런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해 박 대통령은 “잘 살아보세”란 구호를 내걸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멋있고 보람되게 잘 사는 것인가를 가르치진 못하고, 오로지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황금만능주의’로 빠지게 만든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결국 지도자로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민심 속에 심어주는데 실패한 후과가 얼마나 엄청난가를 극명한 현실로서 보여준 것이다.
돈 잘 벌어 부유하게 사는 것만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상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새삼 강조하고 싶다. 기실 그것은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기에 말이다. 통계에 의하면, 소박하게 사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나 아직도 미개한 중남미의 토인들이 문명사회에 사는 사람들 보다 ‘행복지수’가 더 높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천 년 전의 설법인 석가모니의 ‘대자비’나 예수님의 ‘사랑’이 오늘까지도 인류가 신봉하는 가장 고귀하고 진솔한 규범으로 남아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박 대통령 덕택에 경제대국이 됐다는 잘못된 환상에 사로잡혀 있거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땄다고 자만에 빠져 남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그 ‘경제대국’ 이면에 존재하는 ‘최고 고아수출국’으로서의 모습이 시사하는 바는 어떠한가?
그리고 한 주일이 멀다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한국인과 관계된 성매매 사건들은 이 같이 민족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부끄러운 비극의 근원은 ‘삶의 질’에 가치를 둔 것이 아니라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황금만능’에 눈이 멀게 만든 결과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능사가 아닌, 우리는 삶속에서 추구해야 할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지금이라도 다시 깨달을 때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의식에 기초한 사상과 철학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체’라 하지 않는가? 그러기에 공자의 ‘인 사상’이나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외침은 우리 문명사를 풍요롭게 하고 경종을 울리는 철학으로서, 그리고 인간의 기본 사상적 기념탑으로서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불란서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장발쟝(Les Miserables)’은 당시 사회상을 고발한 위대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적 윤리나 법 테두리 밖의 현실에서 필수불가결의 요구, 예를 들어 배가 고파 빵 한 조각을 훔친 주인공의 절대적 욕구, 혹은 입장을 고려하면 일시적 행동에 대한 판단이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핵 강국의 지탄 속에서 북한이 미사일과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것도 그같이 다원적인 시각에서 유추하고 해석돼야 한다고 본다.
사실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은 북한의 수십 배, 아니 수백 배의 핵무기와 최첨단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최신 무기를 보유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실전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거기다 미국은 60여년째 수만 명의 군을 남한에 주둔시켜 놓고 북한을 ‘섬멸대상의 적’으로 규정, 북녘 우리 동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 않은가!
강자 편을 들어 약자를 말살하는 우를 범할 것이 아니라, 약자의 사정을 이해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의 올바른 삶의 척도여야하며, 그것은 곧 더불어 존재하는 우리 인간이 삼아야 할 기본 가치관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물며 북녘 동포들은 우리와 한 핏줄로 이어진 동족이고 형제자매가 아닌가! 형제가 싸우는 부끄러운 추태를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된다. 우리의 소원은 하나된 조국으로서의 평화번영뿐이며, 이것이 우리 민족의 유일한 생존수단이고, 이것만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안용구
전 피바디 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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