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 LA서 개봉되는 모정 스릴러 ‘마더’(Mother)를 만든 봉준호 감독(41·사진)은 성실한 대학생 같았다. 나는 그가 지난해 12월 LA 카운티 뮤지엄에서 마련한 자신의 영화 상영을 위해 왔을 때 1시간여 인터뷰를 했다. 여독이 안 풀렸을 텐데도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을 했는데 사람이 내적으로 든든하면서도 소박해 정이 갔다.
그 때 봉 감독은 미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마더’가 지난 7일 있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올라야 한다는 압력을 한국 언론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압력은 지난해에 일본 영화 ‘출발’이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기 때문임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당시 나의 동료 영화비평가들과 홍보 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지만 아깝게도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젠 전 세계 영화계가 인정하는 한국 영화가 머지않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고 또 탈 가능성은 많다.
봉 감독은 ‘마더’는 한국의 국민 엄마인 김혜자를 위해 만들었다고 알려줬다. 엄마란 도대체 뭔가 라고 생각하던 차에 늘 인자하면서도 광기마저 느껴지는 파격적인 면을 지닌 김혜자를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어 “마더는 나의 어머니와 비슷한 면이 있다”면서 “내용을 모르는 어머니와 함께 시사회서 영화를 보면서 어머니의 반응 때문에 몹시 긴장 했었다”고 웃었다.
영화에서 김혜자의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정신적 결함자인 다 큰 아들은 엄마를 끌어안고 자는데 이런 외디퍼스 컴플렉스적 장면은 한국 어머니들의 특징인 아들자식에 대한 지극한 친밀감과 함께 모자간의 스킨십을 통한 억제된 성적 긴장감을 위해 묘사했다고 한다.
각본과 감독을 겸하는 오퇴르인 봉 감독은 역시 오퇴르들인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등과 함께 세계가 알아주는 한국 감독이다. ‘마더’와 함께 ‘살인의 추억’과 ‘괴물’은 미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이들 영화처럼 봉 감독은 스릴러를 잘 만드는데 그래서 미국에서 스릴러 각본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장르를 선택하면서도 그것을 정석대로 따르기보다는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장르를 따지기 전에 좋은 영화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가 비평가들의 호응을 받는 것도 장르의 변형적 연출을 통해 오락성과 개인적 색채가 강한 예술성의 잘된 결합 때문이다.
아직도 영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봉 감독은 현재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마더’까지가 자기 영화 생애의 초기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디자이너인 아버지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그를 중학생 때부터 영화 쪽으로 몰고 갔다. “방구석에 처박혀서(다소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한다) AFKN-TV를 통해 영화를 봤는데 “대사를 모르니 상상으로 내용을 그렸다”면서 “TV가 나의 시네마테크였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택한 이유는 당시만 해도 영화를 공부한다면 부모가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봉 감독은 배창호와 이장호 감독도 영화 공부 안 하고도 감독이 된 것을 생각하고 대학의 영화 동아리와 극장을 통해 영화를 공부했다.
그가 영화인이 된 결정적 이유는 ‘이미지에 대한 강렬한 소유욕’ 때문이라고. ‘마더’의 마지막 장면인 고속버스 안에서 아줌마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처럼 자기에겐 꼭 손 안에 넣고 싶은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만화도 그려 영화 콘티를 그릴 때가 매우 즐겁다는 봉 감독은 제작비에 대한 예의로라도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돈을 추구한다거나 내용을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좋아하는 감독들은 김기영과 이마무라 쇼헤이 그리고 조나산 데미와 타드 솔론즈 등이고 좋아하는 옛날 스릴러는 ‘마라톤 맨’과 ‘조스’. 요즘 것으로는 스웨덴 흡혈귀 영화 ‘렛 더 라이트 원 인’을 재미있게 봤다고.
한국 영화계에 대해서 그는 “최근 1~2년 침체했다가 이제 서서히 재기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면서 “호황이라고 투자 목적으로 편수만 늘리는 과오를 범했는데 잘 나갈 때일수록 질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차기작은 프랑스 사이-파이 그래픽 노블이 원작인 ‘설국열차’. 박찬욱이 제작자로 참여하는데 기후 재앙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빙하 대륙을 노아의 방주격인 열차를 타고 달리면서 일어나는 얘기. 국제 캐스팅으로 오는 2011년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인데 봉 감독은 ‘필생의 역작’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봉준호는 인터뷰가 끝나자 점심도 안 먹고 못 본 영화라면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보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영화꾼 답다.
박흥진 /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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