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깁슨(54)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의 사람이다. 나는 그동안 깁슨을 몇 차례 인터뷰 하면서 그가 다혈질이다 못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 제작사 아이콘(Icon)을 소유한 깁슨은 주식회사 같은 할리웃 체제에 잘 적응 못하는데다가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이 하는 사람이어서 스튜디오들은 그와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깁슨을 만나 배운 점은 그가 비록 훌륭한 영화인일지는 모르나 인간적으로는 가까워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사실이다. 질문에 황소 눈알을 굴리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얼굴의 온 근육을 동원해 소리 지르듯 대답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겁마저 날 정도다.
도전적으로 노골적인 것까지는 좋으나 질문하는 기자에게 F자 상소리를 내뱉는 데는 정나미가 떨어진다. 깁슨이 이렇게 과격해진 데는 그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지난 2006년 있었던 음주운전 불상사가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 때 깁슨은 LA 인근 해변마을 말리부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을 때 반유대인 발언을 해 세계적 뉴스가 됐었다.
지난 1월 샌타모니카의 카사 델 마 호텔서 있은 형사물 스릴러 ‘암흑의 변두리’(The Edge of Darkness-현재 상영중) 인터뷰 때도 그는 당시의 경험을 ‘범지구적 모욕’이었다고 고백했다. 깁슨은 “나는 그 일로 지금 정말 터프한 마더X커가 되었다”면서 “당신들은 이제 더 이상 날 못 살게 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날 건드리지 마’라는 태도였다.
이에 대해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동료로 이탈리안인 로렌조가 깁슨의 말이 도전적인 것 같다고 하자 깁슨은 “당신 마음대로 X킹 해석해. 그건 나와 상관없어”라더니 병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깁슨이 그 사건 후 3년 만에 할리웃에 컴백한 것도 그 동안 스튜디오들이 그를 쓰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암흑의 변두리’도 스튜디오 영화가 아니다.
깁슨은 배우로서는 지난 2002년 ‘사인스’ 이후 8년만에 카메라 앞에 섰는데 그는 오랜 휴식에 대해 “내게서 쉰 내가 난다고 느껴서 쉰 것”이라며 “예술 활동에서는 어느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며 또 그로 인해 난 지금 좋아졌다”고 말했다.
담배를 끊은 지 1주일 밖에 안 돼 다소 안절부절 못한 상태라는 깁슨은 지난해에 30년간 함께 산 아내와 헤어지고 ‘암흑의 변두리’의 음악 작곡차 만난 가수 옥사나 그리고리에바(39)와 사귀면서 둘 사이에 지금 4개월 된 딸 루시아를 두고 있다. 그에겐 전처와의 사이에 둔 7남매가 있다. 깁슨은 딸아이에 대해 “새 생명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다”면서 “기저귀도 내가 갈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같은 엄청난 성공과 개인적 불상사를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순간에 충실히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깁슨은 “순간에 살면서 미래는 섭리에 맡기고 과거를 너무 호되게 후회하지 말라. 어쩌면 그것에서 뭔가를 배우도록 하라”고 공자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이어 “나는 낙천주의자”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깁슨은 오랜 동면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할리웃에 돌아왔다. 앞으로 여러 편의 영화에 나오고 감독도 할 예정이다.
먼저 조디 포스터가 감독하고 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깁슨의 아내로 공연도 하는 블랙 코미디 ‘해리’(The Beaver)의 촬영을 마쳤다. 이어 곧 액션 범죄드라마 ‘나의 여름휴가’(How I Spent My Summer Vacation)에 나온다. 여기서 깁슨은 범죄자로 멕시코로 도주했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돼 흉악범들로 들끓는 교도소에 수감된 뒤 9세난 소년의 도움으로 생존술을 배운다. 그 다음으로 깁슨은 스파이 스릴러 ‘냉전 전사’(Cold Warrior)에 출연할 예정.
그가 감독할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9세기 바이킹 영화. 저주 받은 민족의 문화충돌 드라마로 그의 오스카 수상작인 ‘브레이브하트’처럼 잔혹한 전투영화가 될 것이라고.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 그와 함께 기자가 송고하는 한국일보의 서울 자매지 ‘스포츠 한국’을 들고 찍었다. 깁슨이 “이거 어디 신문이야”라고 묻기에 “한국신문”이라고 답하니 그는 “오, 김치신문”이라며 웃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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