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피날레를 장식하는 디자이너 패션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2010 뉴욕 패션위크 가을 컬렉션에서 무대 인사를 나온 디자이너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차분한 무채색 톤을 선택했다.
런웨이 치마 패션으로 웃음을 선사했던 천재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가 오랜만에 깔끔한 블랙 파워 숄더 수트로 피날레를 장식했고, ‘막스 아즈리아’(Max Azria)는 그레이 드레스를 입은 파트너 루보의 손을 잡고 올 블랙 룩으로 환호에 답했다. 레드 벨벳 미니 드레스 행렬로 런웨이를 ‘핫’하게 장식했던 ‘작 포센’(Zac Posen)도 베이지 셔츠에 그레이 수트 차림으로 두 모델의 손을 잡고 무대 인사를 했으며, ‘비비 카다시안’(Bebe Kardashians) 라인 디자이너로 데뷔한 섹시스타 킴 카다시안마저 블랙 보디스로 장식된 그레이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쯤 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2010 뉴욕 패션위크 가을 컬렉션의 테마를 짐작할 수 있다. 바로 ‘고요함 속 자유로움’이다. 전반적으로 컬렉션을 지배한 ‘중성적인 누드 톤’은 이미 2010년 봄 컬렉션부터 유행 컬러로 부상했다.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베이지로 도피하곤 한다는 샤넬의 말처럼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변화무쌍함을 지닌 무채색 계열.
거의 염색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베이지에서 차분한 그레이 톤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컬러로 등장한 누드 톤의 아름다움은 가까이서 볼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만지면 바스러질 듯한 고급스러움이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봄 시즌 베이지와 그레이 계열, 고요하고 아름다운 크림 톤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면, 다가오는 가을에는 카키 톤이 시그니처 컬러로 대두하고 레드가 액센트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베이지에서 그레이톤까지
자연스런 ‘중성적 누드 톤’
카키와 레드 오묘한 조화
■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2010 뉴욕 패션위크 가을 컬렉션에서 카키와 레드의 오묘한 조화를 내세운 디자이너는 다름 아닌 마크 제이콥스이다.
언제나 화려한 컬러와 넘쳐나는 프린트로 생기발랄한 무대를 선사했던 마크 제이콥스는 지난 시즌 루이비통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새로운 시대의 여행자’의 테마를 자신의 세컨 브랜드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로 옮겨왔다.
스타일리시한 젊음을 표출해 온 브랜드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이미지에 맞게 파이 크러스트 모양의 프릴이 달린 블라우스와 팬츠, 담요를 휘감은 듯한 스웨터 드레스와 레깅스 등이 차례로 런웨이에 등장했다. 루이비통 컬렉션에서 보여준 스트릿 패션과 스포츠웨어의 결합이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에 와서 귀여운 걸리시 룩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 뿐 아니다. 밀리터리 룩에서 영감을 받은 빅 블랙 트렌치코트, 크림 톤의 레이스 드레스, 블랙 미니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니삭스에 키튼 힐(2인치 내외의 낮은 힐)을 신고 날아갈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런웨이를 수놓았다. 특히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피날레에 등장한 러플이 달린 블랙 미니 드레스는 프롬 파티에서 요조숙녀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은 소녀들의 마음을 빼앗을 예정이다.
2010 뉴욕 패션위크에 등장한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가을 컬렉션은 카키 톤이 시그니처 컬러로 대두하고 레드를 액센트로 활용해 생기발랄하고 세련된 걸리시 룩을 연출했다.
‘무채색’의 화려한 향연
■ BCBG 막스 아즈리아
‘BCBG 막스 아즈리아’(BCBG Max Azria)는 이번 시즌 무채색의 향연, 미니멀리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지난 봄 시즌부터 군더더기와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간결하고 단정한 디자인을 선보여온 ‘막스 아즈리아’는 가을 컬렉션에 와서 중성적인 크림 톤과 블랙, 다크 그레이 등 컬러조차 미니멀리즘을 채택했다. 무채색 계열과 패브릭의 혼합으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울과 가죽의 혼합, 피카부(얇고 투명한 천)를 적절히 활용한 크레페 드레스, 오트밀 보클레 코트와 박스스타일의 가죽 티와 바지 등이 ‘시크’ 라는 수식어를 얻지 못한다면 삶의 의미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녀들의 옷장을 가득 채울 듯하다.
그레이 톤으로 미니멀리즘의 진수를 선보인 BCBG 막스 아즈리아 컬렉션.
■ 토리 버치
역시 사교계의 여왕은 다르다. ‘토리 버치’(Tory Burch)의 디자인은 업타운과 다운타운을 오간다. 데이웨어와 나잇웨어의 구분이 힘들고, 클래식과 트렌디를 아우르며, 여성스러움과 남성적인 매력을 절묘하게 융화시킨다. ‘레바 플랫슈즈가 하나도 없다면 당신은 패셔니스타가 아니다’고 할 만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리 버치가 뉴욕 패션위크에서 받은 평가다. 유포 소재 브라운 아노락, 시크한 튜닉, 리틀 트위드 수트에서 럭스 핸드백까지 토리 버치 컬렉션은 연령과 스타일을 초월한다. 패션쇼 런웨이에 올리기보다는 백룸에 걸어두는 편이 훨씬 안전했을 것 같은 아이템마저 완판(?)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브라운과 오렌지 컬러의 조화로 업타운과 다운타운 패션을 동시에 소화한 토리 버치 컬렉션.
■ 신시아 스테피
최근 2년 사이 ‘이갈 아즈로엘’(Yigal Azrouel)과 더불어 뉴욕 패션위크에서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가 ‘신시아 스테피’(Cynthia Steffe)가 아닐까 싶다. ‘신시아 스테피’를 이끄는 디자이너 ‘션 커니’(Shaun Kearney)는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은 아니지만 미 최대 소매점을 지닌 ‘신시아 스테피’를 잠에서 깨운 공신이다. 스트릿 스타일의 요소를 모던 룩으로 재구성시킨 신시아 스테피는 엣지 있는 터치와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강점이다. 가을 컬렉션에서 스쿨걸을 모티브로 선보인 ‘신시아 스테피’ 컬렉션은 플리츠 미니스커트와 크롭 스웨터의 매치, 몽골리안 컬리 양가죽 조끼, 퍼 트리밍 파카 등 클래식 비틀기에 성공한 듯하다.
하늘거리는 미니 드레스에 크롭 스웨터 코트를 매치시킨 신시아 스테피 컬렉션.
■ 작 포센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지 않은 디자이너는 없을 것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작 포센’(Zac Posen)은 철저히 혼자서 버텼다. 그리고, 이번 시즌 알트맨 빌딩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물론 매 시즌 피날레에서 오트쿠틔르를 꿈꾸며 그가 선보이던 화려한 이브닝 가운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작 포센의 가을 컬렉션은 스포츠웨어의 과감한 변신, 컬러풀한 모피, 핑크와 반바지, 파티 드레스와 아이스 스케이팅 드레스 등 그의 열정이 묻어나는 만족스러운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아이스 스케이팅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작 포센 컬렉션.
<하은선 기자·사진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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