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서 빅히트를 하고 있는 제임스 캐메론 감독(55·사진)의 ‘아바타’(Avatar)는 주인공이 눈을 뜨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여기에는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서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수용하라는 캐메론의 철학이 담겨 있다.
또 영화의 외계 혹성 판도라의 원주민들인 나비족의 첫 인사말은 “아이 시 유”(I see you)다. 단순히 상대방의 외적 형상을 본다는 뜻이라기보다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또 그의 내면을 본다는 뜻이다.
캐메론은 지난 달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모험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거기에 나의 철학을 슬쩍 삽입하는 것도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메론은 세상의 알력과 충돌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그들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미네이터’의 창조자가 평화주의자인 줄 이 날 처음 알았다.
큰 키에 은빛 머리를 한 캐메론은 조용한 음성으로 진지하고 자세하게 ‘아바타’에 관해 설명했는데 영화기술의 혁신자인 만큼 기술적 얘기가 많았다. 마치 학생이 자기 연구 결과를 신이 나서 발표하는 것 같았는데 기술적 내용 속에 자연과 환경보호 및 세계 평화에 관한 생각들도 잊지 않았다. 이런 주제는 영화에서 함축성 있게 얘기된다.
캐메론은 특히 환경과 에너지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는데 이는 그가 해저탐험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그는 “해저탐험을 하면서 자연의 경이를 깨달았다”면서 “자연은 바로 우리 자신이어서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기 전에 그것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 줄 알아야 한다”며 급속히 기계화 하는 사회의 자연 파괴를 우려했다.
캐메론은 영화를 만들면서 이 세상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예술가로서의 겸손함을 배웠다고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고 생각할 때마다 책을 들춰 보면 그것이 이미 자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연한테서 한 수 배웠다는 것이다.
자기는 세월이 지나도 성장하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성장하고 싶지 않다는 캐메론은 자기 말처럼 마법 속에 사는 소년 같았다. 그는 자기뿐 아니라 사실 인간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요즘 사람들이 하루 종일 문자메시지로 서로 접촉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원시인 시절에 서로의 털을 뜯으면서 사회 구성원의 일원임을 재확인한 것과 다름이 없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수백년 안에 인간은 기술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자신들을 새 환경에 적응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기계적 의식화와 함께 불사의 육체를 지닐 가능성도 있다고 예견했다.
‘아바타’는 캐메론이 ‘타이태닉’을 만든지 12년 만에 연출한 것으로 그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기술의 발전을 기다린 뚝심 있는 사람이다. 영화를 보면 나비족들의 얼굴 표정과 감정 묘사 그리고 귀와 꼬리의 움직임까지 실제처럼 생생하게 묘사되는데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합성해 만들었지만 산 사람의 그것과 똑 같다.
캐메론은 과거 컴퓨터로 만든 인물들을 능가하기 위해 나비족들에게 감정적으로 진짜 삶을 부여하려고 엄청난 노고를 했다. 애니메이션 팀의 준비기간만 1년이 걸렸는데 캐메론은 이 영화를 만드는 일은 절벽에서 뛰어내려 끊임없이 추락하는 것과도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아바타’와 같은 입체영화(3-D)의 붐이 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안방극장도 서서히 입체화 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비족의 언어는 LA의 남가주대학(USC)의 폴 프로머 언어학 교수가 창안했는데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원주민, 아메리칸 인디언 및 폴리네시아 언어 외에도 여러 원주민어를 혼성해 만들었다. 이 밖에도 나비족의 헤어스타일 등 모양과 풍습을 위해 전 세계 원주민들의 그것들을 연구했다고 한다. 인터뷰를 하면서 캐메론의 정열과 의지와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모든 창작자들은 몽상가들인 것처럼 캐메론도 꿈에 사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이 꿈에서 온다면서 자기의 꿈은 책과 영화와 미술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의 시각적 마법에 빠져 영화를 만들고파 했다면서 특수효과의 태두인 레이 해리하우젠의 ‘신배드’ 같은 영화들을 특히 즐겼다고 회상했다.
캐메론은 다음 영화는 12년까지 가기 전에 만들 테니 너무 걱정을 말라면서 극영화와 기록영화 두 부문에 모두 전념하면서 기술적으로도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끝으로 “당초 영화에는 나비족이 섹스를 하는 장면이 있었으나 잘라냈다”면서 “DVD 특별판에 수록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흥진 /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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