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거실에는 황색 호피 위에 검은 줄무늬가 난 커다란 장난감 호랑이가 한 마리 있다. 지난해 대박을 터뜨린 워너브라더스 코미디 ‘행오버’에 나온 마이크 타이슨이 애완용으로 키우는 호랑이 모양을 따 만든 것으로 작년에 이 영화의 DVD 출시 기념파티에 참석했을 때 선물로 받은 것이다. 난 이 호랑이가 순하게 생겨 가끔 그 것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여워한다.
올해는 경인년 범띠 해여서 신년 벽두부터 호랑이 얘기가 많이 들린다. 특히 호랑이는 한국을 상징하는 짐승인 데다가 올해는 60년 만에 오는 백호 띠의 해여서 호랑이 얘기가 더욱 무성하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한국 사람치고 할머니가 들려주던 호랑이에 관한 옛날 얘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 옛적에” 하시면서 들려주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얼마 전 TV에서 야생동물보호 후원금 모금프로를 봤다. 총과 독극물을 쓰는 무차별 밀렵으로 전 세계에 현재 살아 있는 호랑이는 4만마리 정도라면서 www. givewwf.org로 한 달에 16달러를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난 이 광고를 보면서 호랑이가 아무리 영물이지만 내가 16달러를 기부한다면 먼저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보내겠다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옛날에 어린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호랑이는 창경원에서 본 호랑이가 아니라 영화 ‘정글 북’(The Jungle Book·1942)에서 본 포악하고 사납고 교활한 호랑이 시어 칸이다.
이 영화는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난 영국인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노벨상을 받은 조셉 루디야드 키플링의 단편이 원작이다. 나는 초등학생 때 이 소설을 만화가 곁들여진 동화책으로 읽었는데 참 재미있었다.
갓난아기 때 마을 뒤 정글로 혼자 아장아장 걸어 들어가 늑대에 의해 키워진 모글리(실제 인도의 코끼리 모는 소년으로 이 영화로 발탁돼 그 뒤 여러 편의 영화에 나온 사부)가 정글의 온갖 동물들과 친구로 사귀면서 자기 아버지를 물어 죽인 불구대천지 원수 시어 칸을 치열한 격투 끝에 죽이는데 액션과 모험이 가득한 흥미진진한 영화다.
영화는 이런 모험과 액션 외에도 인간의 황금에 대한 탐욕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정글의 동물들이 모두 인간들처럼 묘사된 것. 모글리의 친구인 검은 표범과 엄청나게 긴 뱀 그리고 탐욕의 종말을 예고하는 코브라와 악어 및 시어 칸 등이 모두 개성 있는 생명체로 그려졌다.
총천연색과 음악(‘벤-허’의 미클로스 로자)과 얘기가 모두 훌륭한 상상력 풍성한 온 가족영화로 DVD로 나왔다. ‘정글 북’은 1967년 디즈니에 의해 만화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키플링은 인도와 바다와 정글과 맹수를 소재로 한 액션 모험소설을 많이 썼다. 잘 알려진 것들로는 ‘킴’(Kim), ‘겅가 딘’(Gunga Din), ‘용감한 선장들’(Captains Courageous) 및 ‘왕이 되고 싶은 사나이’(The Man Who Would Be King) 등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전부 재미 만점이다. ‘킴’에는 에롤 플린이 ‘겅가 딘’에는 케리 그랜트와 더글러스 페어뱅스 주니어가 그리고 ‘용감한 선장들’에는 스펜서 트레이시가 또 ‘왕이 되고 싶은 사나이’에는 션 코너리와 마이클 케인이 나왔다. 나는 이 중에서 친구 사이인 두 영국 군인이 멀리 떨어진 계곡 속 마을의 재물을 차지하기 위해 둘 중 하나(코너리)가 신이라고 마을 고승들을 속이고 신의 대접을 받다가 들통이 나는 ‘왕이 되고 싶은 사나이’를 제일 좋아한다. 영화에는 마이클 케인의 아내 샤키라도 나온다.
호랑이를 제목에 단 영화들로는 ‘와호장룡’ ‘호랑이와 푸시캣’ ‘타이거 베이’ ‘타이거랜드’ ‘타이거 샤크’ 및 ‘타이거 워크스’ 등이 있지만 서커스의 호랑이가 나오는 ‘타이거 워크스’를 뺀 나머지 영화에는 호랑이가 나오지 않는다.
호랑이를 제목에 넣은 팝송으로 유명한 것은 영화 ‘로키 III’의 주제가인 ‘아이 오브 더 타이거’와 ‘페이퍼 타이거’다. ‘페이퍼 타이거’는 그야 말로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 히트한 노래로 ‘새드 무비’로 유명한 수 탐슨이 불렀다.
애인을 떠난 여자가 미련이 남았는지 남자에게 ‘나를 물어뜯어 내 몸에 큰 구멍을 내지도 못하면서 으르렁 대기만 한다’면서 ‘네 물어뜯음은 네 으르렁 대는 소리만도 못하다’고 비웃는다. 그리고 맨 끝에는 ‘컴 히어, 키티. 히어, 키티, 키티, 키티 아 하 하 하 하’하면서 남자를 고양이라고 조롱한다.
우리 집에는 영물인 호랑이가 있으니 올해 만사형통 하리라. 여러분들도 만사형통 하시고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