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배고플 때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흥이 영화라는 사실이 올해 여실히 증명됐다. 악성 경기불황에 전 국민이 시달린 2009년 영화 관람객 수와 함께 극장 수입도 대폭 늘어 할리웃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늘던 DVD 판매 및 임대수입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는 입체영화가 많이 나왔고 그 수입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입체영화의 총 수입은 3억달러였는데 올해는 13억달러로 늘었다. 이것은 현재 빅히트 중인 ‘아바타’의 수입을 포함하지 않은 것.
메이저들이 인디 및 예술영화 전문 자회사를 폐쇄하거나 그 기능을 크게 축소한 해이기도 하다. 워너 인디펜던트, 패라마운트 밴티지, 미라맥스가 퇴장하고 포커스(유니버설 소속)와 소니 픽처스 클래식 및 폭스 서치라이트 등 세 회사만 남았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여성 영화가 빅히트를 했다. 샌드라 불락의 ‘청혼’과 메릴 스트립의 ‘줄리와 줄리아’ 및 10대 소녀들의 열화 같은 호응으로 ‘트와일라이트: 뉴 문’ 등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여자가 주인공인 만화영화 ‘공주와 개구리’의 공주가 디즈니 만화영화 사상 첫 흑인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또 올해엔 유니버설이 케이블 재벌 컴캐스트에 넘어갔고 계속해 술집 작부처럼 팔려 다니는 MGM이 다시 매물로 나왔다.
2009년도 기자의 베스트 텐을 알파벳순으로 적는다.
1. ‘암리카’(Amreeka)
틴에이저 아들과 함께 일리노이로 이민 온 팔레스타인 여인의 인간미 넘치는 미국 적응기.
2. ‘아바타’(Avatar)
제임스 캐메론 감독의 입체영화. 인간의 다른 혹성 침입을 그린 공상과학 액션영화지만 메시지와 로맨스도 담았다. ‘영화란 이런 것이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작품.
3. ‘서머와의 (500)일’((500) Days of Summer)과 ‘교육’(An Education)
‘서머와의…’는 사랑은 운명이라는 청년과 그것은 환상이라는 처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참신한 드라마. ‘교육’은 1960년대 런던 교외에 사는 여고 3년생의 스무스한 미남 어른과의 연애를 통한 성장기.
4. ‘행오버’(Hangover)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베가스로 배출러 파티 차 갔다가 예비신랑을 잃어버린 세 친구의 사람 찾기 해프닝인 ‘행오버’와 미 특공대의 히틀러 일당 제거를 그린 역사 뒤집기 액션물 ‘바스터즈’는 둘 다 기상천외하게 재미있다.
5. ‘허트 락커’(The Hurt Locker)
이라크전에 참전한 폭탄제거 전문 군인과 그의 전우들의 긴박한 나날을 사실적이요 인간적으로 그렸다.
6. ‘인빅투스’(Invictus)와 ‘크레이지 하트’(Crazy Heart)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흑백화합을 위한 정치적 묘수를 그린 ‘인빅투스’와 한물 간 컨트리 가수의 재기와 사랑을 담은 ‘크레이지 하트’는 내용과 연기가 모두 좋다.
7. ‘포뇨’(Ponyo)
일본의 베테런 만화영화 감독 하야오 미야자키의 경이로운 작품. 바다 속에 사는 인간 얼굴을 가진 소녀 금붕어가 인간 세상이 보고 싶어 뭍에 올라와 자기 또래의 소년과 우정을 맺으며 온갖 모험을 경험한다. 이 밖에도 ‘팬태스틱 미스터 폭스’(Fantastic Mr. Fox), ‘코랄라인’(Coraline), ‘공주와 개구리’(The Princess and the Frog) 및 ‘업’(Up) 등도 좋은 만화영화들.
8. ‘도쿄 소나타’(Tokyo Sonata)와 ‘하얀 리번’(The White Ribbon)
일본 영화 ‘도쿄 소나타’는 아내와 두 아들을 부양하는 가장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뒤에도 이를 가족에 알리지 않고 거짓 출퇴근을 하면서 일어나는 가족 불화와 화해와 용서를 그렸고 독일-오스트리아 합작인 ‘하얀 리번’은 1차 대전 직전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각종 불상사를 통해 테러리즘을 미스터리식으로 고발한 흑백영화.
9. ‘심각한 남자’(A Serious Man)와 ‘독신남’(A Single Man)
이유 없이 온갖 악운에 시달리는 착한 대학교수의 ‘욥기’인 ‘심각한 남자’와 애인을 사고로 잃고 자살을 계획하는 동성애자 대학교수의 드라마 ‘독신남’은 모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
10. ‘공중에 높이 떠’(Up in the Air)
해고 전문가의 비정한 삶과 그와 두 여인과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
이 밖에도 세라핀(Seraphine), ‘이름 없이’(Sin Nombre), ‘아직 건재해’(Still Walking), ‘여름철’(Summer Hours), ‘벚꽃’(Cherry Blossoms) 및 ‘되기만 한다면’(Whatever Works) 등도 좋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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