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이들도 많이 먹고 각자 자식들도 있는데다가 하나는 아내가 있고 다른 하나는 붙박이 애인이 있어 한 눈들을 안 팔지만 조지 해밀턴(70)과 워렌 베이티(72)는 왕년에 할리웃에서 쌍벽을 이루는 바람둥이들이었다.
둘은 신체적으로도 많이 닮았는데 베이티는 영화에서 공연한 여배우들과 관계 맺기로 유명했다. 줄리 크리스티와 다이앤 키튼이 그 대표 케이스인데 현 아내인 아넷 베닝도 ‘벅시’에서 공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베이티는 정력이 출중한데다가 여자를 매우 좋아해 과거 ‘절구통에 치마만 씌웠어도 달려든다’는 말을 들었다.
여자 문제에 있어 베이티와 호형호제하는 해밀턴은 몇 안 되는 현존하는 할리웃 황금기의 스타로 활기찬 스타일과 영원한 선탠으로 유명하다. 그는 왕년에 주로 부와 명성을 함께 갖춘 여자들과의 관계를 즐겼는데 존슨 대통령의 딸 린다 버드와 리즈 테일러 등과 데이트를 즐겼고 필리핀의 퍼스트레이디 이멜다 마르코스와도 관계가 있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런 해밀턴한테서 여자 유혹하는 방법을 직접 듣는다는 것은 공자한테서 직접 인에 관해 말씀을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최근 자기의 10대 시절 결혼을 여러 번 한 어머니와의 관계를 그린 ‘마이 원 앤 온리’(My One and Only-DVD 출시)를 제작한 해밀턴을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만났다. 머리는 희끗희끗 했지만 선탠한 얼굴에선 젊은 분위기마저 감돌았는데 눈웃음을 치며 미소를 짓는 모습에 친근감이 갔다.
감색 정장에 타이를 매고 상의 윗주머니에 손수건을 꽂은 미남 신사였는데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며 청산유수로 자기 가족과 여자와 정치 그리고 왕년의 할리웃에 관해서 들려줬다. 해밀턴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지금도 저렇게 매력적인데 돈과 스타의 명성 그리고 카리스마와 유머를 모두 지닌 젊은 시절 어찌 여자들이 그를 쫓아다니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얘기는 주로 할리웃 황금기와 여자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동안 얘기를 못해 입이 가려웠다는 듯이 자기 사생활을 비롯해 추억담을 줄줄이 털어놓았다. 먼저 해밀턴의 여자 유혹방법을 들어보자.
첫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요, 둘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에게 질문을 한 뒤 그 답을 경청하는 것이며, 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경청하고 여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히 문자 섞어 공치사를 하지 말 것(그래 봐야 먹혀들지도 않는다).
그는 이어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남자가 그들에게 감정의 닻을 내리워주는 것이라면서 일관성을 강조했다. 여자에게 먼저 이런 말을 했다가 뒤 이어 저런 말을 했다가는 관계가 끝난 줄 알아도 될 것이라면서 당신의 감정을 전시하지 말고 그것을 그리도록 하라고 지도했다.
해밀턴은 또 여자를 만나자마자 급하게 달려들지 말고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여자가 당신에게 항복할 때를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라면서 어느 때가 바른 때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의 감정은 생태적으로 높낮이가 심하다면서 여자의 무드가 자주 변하는 것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해밀턴은 이만큼 지도한 뒤 “더 배우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여자 유혹술 강론을 마치더니 이어 자기 현 애인에 관해 알려줬다. 애인 슈테른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일하는 재활의로 몇년 전에 해밀턴이 독일에 가서 슈테른으로부터 치료를 받으면서 사귀게 됐는데 그 뒤로 서로 독일과 LA를 번갈아 오가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슈테른이 자기보다 훨씬 젊은 미녀인데다가 훌륭한 의사라고 칭찬을 한 해밀턴은 “젊은 여자와 사귀는 것은 이고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후일의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능청을 떨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금 잘 나가고 있다”면서 “나는 그녀를 속인 적이 없는데 그것이야말로 기적”이라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해밀턴은 옛 할리웃 시절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케리 그랜트와 프레드 애스테어 그리고 로버트 미첨과 게리 쿠퍼와 같은 사람들을 이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해밀턴의 영화로는 카니 프랜시스의 주제가로 유명한 ‘웨어 더 보이즈 아’와 로버트 왜그너와 나탈리 우드와 공연한 ‘올 더 화인 영 캐니벌스’ 및 로버트 미첨과 공연한 ‘홈 프롬 더 힐’ 등이 있고 ‘대부 제3편’에서 콜레온 가족의 변호사로 나왔다. 해밀턴은 지금 그의 빅 히트작 흡혈귀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앳 퍼스트 바이트’의 속편을 찍고 있다.
해밀턴은 자기 말대로 삶을 하나의 절대적으로 경이로운 농담으로 여기고 그것을 선선히 받아들여 잘 소화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미스터 해밀턴, 여자 유혹술 강의 고맙습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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