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둘 다 조지 클루니가 주연하는 ‘팬태스틱 미스터 폭스’(음성 연기)와 ‘염소를 응시하는 남자들’ 의 프레스 정킷차 런던에 다녀 와 묵은 신문을 들추다 보니 가수 알 마티노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눈에 띄었다. 10월 13일 고향 필라델피아 교외의 어릴 때 자란 스프링필드에서 사망. 향년 82세.
나는 이 부음을 보면서 ‘또 한 사람 갔구나’ 하는 섭섭함과 함께 그의 히트곡 ‘스패니시 아이즈’와 ‘아이 러브 유 비커즈’의 멜로디가 뇌리에 떠올랐다.
나는 지금 마티노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서울에서의 학창시절 다방과 음악감상실에서 그의 노래를 들으며 감상적인 기분에 빠지던 생각이 나 콧등이 시큰해진다. 마티노처럼 감상적으로 부드럽게 노래하는 가수를 크루너라고 부른다. 연애 할 때 들으면 사랑이 곱으로 뜨거워지고말 음성이자 창법이다.
마티노의 음성은 감미롭고 어루 만져주듯 육감적인데 사랑과 동경과 상심의 로맨티시즘으로 가득해 듣고 있으면 마치 오래 된 레드 와인을 마시는 듯 취기에 빠져들게 된다.
나는 마티노의 공연을 지난 1996년 8월과 2000년 3월 두 차례 모두 칼스테이트 노스리지의 공연센터서 관람했었다. 학창시절 LP로만 듣던 그의 노래를 직접 듣는다는 기대에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무대에 나온 마티노는 작은 체구였다. 1996년 그는 68세였는데 ‘스패니시 아이즈’와 ‘아이 러브 유 비커즈’ 외에도 자신의 히트곡들인 ‘히어 인 마이 하트’와 ‘메리 인 더 모닝’ 등을 줄줄이 열창했다. 로맨틱한 음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그로부터 4년 뒤 마티노는 ‘유 돈 노 미’로 유명한 제리 베일과 무대를 나눠 가며 노래 했는데 72세인데도 황금의 음성은 여전했다.
마티노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영화 ‘대부’에서 말론 브랜도의 대자 자니 폰테인으로 나온 마티노가 브랜도에게 자기를 할리웃의 영화배우로 만들어 달라고 조르던 장면은 기억 할 것이다. 마티노는 이 영화의 사랑의 주제가 ‘스피크 소프틀리 러브’를 불렀는데 그는 ‘대부’ 제3편에도 나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마피아와 줄이 닿았던 프랭크 시내트라가 마피아의 압력으로 ‘지상에서 영원으로’에 나올 수 있었다는 풍문에 바탕을 둔 것이다. 어쨋던 시내트라는 이 역으로 오스카 조연상을 타고 배우로서의 생애가 재기 됐다.
이탈리안계인 마티노(본명 알프레도 시니)는 필라델피아에서 출생했는데 동향 선배로 유명한 테너인 마리오 란자 덕분에 대뜸 유명해졌다. 란자는 1952년 캐피톨 스튜디오에서 ‘히어 인 마이 하트’를 취입할 예정이었으나 공연과 영화 출연으로 너무 바빠 평소 자기가 가수가 되라고 격려해온 마티노에게 곡을 맡겼다. 이 싱글이 넘버원 히트곡이 되면서 마티노의 출세길이 열렸다.
마티노의 최고 히트곡은 ‘스패니시 아이즈’다. 파도가 몰려 오는듯한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이어 ‘블루 스패니시 아이즈, 티어 드랍스 아 폴링 프롬 유어 스패니시 아이즈, 플리즈, 플리즈 돈 크라이, 디스 이즈 저스트 아디오스 앤 낫 굿바이’로 시작되는 이 애인을 달래는 간절한 노래는 언제 들어도 아름답다.
이 노래는 전세계 팝차트 1위에 기록된 곡으로 옛날에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었다. 작곡자는 ‘원덜랜드 바이 나이트’로 유명한 독일의 트럼피터 버트 켐퍼트이다. 이 노래를 비롯한 마티노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은 그가 캐피톨 레코드에서 활동하던 1960년대에 나왔다.
대부분 이민자의 자식들처럼 마티노도 고생하며 컸다. 벽돌공 노릇도 하고 2차대전 당시 15세때 나이를 속여 입대, 유명한 이오 지마 전투에도 참전했다.
마티노는 이탈리언답게 요리가 취미로 순회공연시 주방용기를 갖고 다니며 직접 요리를 했다. ‘요리는 재료를 놓고 그 것들을 잘 섞어 맛과 멋이 있는 음식을 만들어 서브하는 것이 마치 레코드 취입과 같다’는 것이 그의 요리론이다.
고교와 대학시절 이틀이 멀다하고 음악감상실과 다방에 죽치고 앉아 애청하던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하나씩 세상을 떠날 때마다 내 젊었던 가슴의 편린들이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가는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청춘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누가 남았나. ‘다이애나’를 부른 폴 앵카, ‘오 캐롤’을 부른 닐 세다카, ‘아일 비 홈’을 부른 팻 분 그리고 ‘딜라일라’를 부른 탐 존스. ‘릴리스 미‘를 부른 엥겔버트 험퍼딩크도 있고 ‘아이 웬트 투 유어 웨딩‘을 부른 패티 페이지도 아직 있구나. ‘페어웰 알!’
박흥진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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