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리미엄 채널 쇼타임의 인기 범죄 스릴러 시리즈 ‘덱스터’(Dexter)에서 마이매미 메트로 경찰국의 일본계 감식전문가 빈스 마수카로 나오는 한국인 배우 C.S. 리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월의 골든 글로브 시상식 때였다. 휴게시간에 발코니에 나갔다가 담배를 태우는 그를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매우 솔직하고 진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조요한 목사(세계로 비전교회)로부터 자신의 딸 라라와 찰리(C.S.는 예명)가 결혼을 한다며 식에 참석해 달라는 전화가 걸려 왔다. 결혼식은 지난 22일 행콕팍의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아름답게 열렸다.
나는 결혼식 전 날 찰리와 좀 더 가까워지려고 ‘덱스터’의 시즌 3을 다시 봤다. 시리즈는 낮에는 혈흔분석 전문가요 밤에는 법망에서 벗어난 흉악범들을 찾아내 직접 처단하는 시리얼 킬러 형사 덱스터(마이클 C. 홀)와 그의 동료 형사들의 활동을 흥미 있게 다룬 시리즈다.
찰리는 여기서 섹스에 집착하는 감식전문가로 나와 코믹한 대사를 구사하며 살벌한 형사계에 웃음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을 맡고 있다. 야무지고도 코믹한 연기를 잘 하는데 찰리는 이 역으로 떠오르는 성격배우로서 자신을 확실히 정립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찰리는 예일대서 드라마를 공부한 무대배우 출신이다.
결혼식 전에 교회 밖에서 찰리를 만나 반갑게 재회의 악수를 나눴다. 찰리는 현재 시즌 4(오는 9월27일에 방영 시작)의 에피소드 8을 찍고 있는 중이어서(무대는 마이애미이지만 LA서 찍는다) 신혼여행도 오는 12월로 미뤘다며 미소를 지었다.
식장에는 마이클 등 시리즈에서 찰리의 동료 형사들로 나오는 배우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이들 외에도 한국인 배우 앨런 유(디스터비아)와 일본계로 ‘조이 럭 클럽’에 나온 탐린 토미타의 모습도 보였다.
찰리는 주례목사의 질문에 오른 팔을 들어 올리며 힘차게 “아이 두”라고 라라를 아내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는데 너무 행복해 눈물을 흘렸다. 라라는 현재 패사디나의 아트센터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코리아타운에 있는 미술학교 비전 21의 부교장직을 맡고 있다.
리셉션은 마리나 델레이의 매리엇 호텔서 열렸다. 파티 전에 마이클과 시리즈에서 마이클의 여동생이자 역시 형사로 나오는 제니퍼 카펜터를 만났다. 나는 마이클에게 “당신 악인을 살해하는 것을 즐기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오, 예”하면서 “그러고도 붙잡히지 않아 더 재미있다”고 능청을 떨었다.
이어 바다가 원경으로 보이는 발코니에서 한국인 배우 성 강(본명 강성호)을 만났다. 나는 지난 2003년 ‘베터 럭 투모로’에 나온 그를 인터뷰 해 6년만의 재회였다. 우리는 칵테일을 마시며 영화에 관해 대화를 했는데 그는 “오늘 여기 온 한국인 배우들에게서 알 수 있듯이 할리웃서 활동하는 아시안 배우들 중 90%는 한국인”이라면서 “참 희한한 일”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람이 매우 건실하고 예절 발랐다.
이 날 리셉션에는 성 강과 앨란 유 외에도 HBO의 인기 시리즈 ‘앙투라지’에 나오는 렉스 리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정말 할리웃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배우들이 많다. 이 날의 주인공인 찰리 리 외에도 마가렛 조, 김윤진, 대니얼 대 김, 그레이스 박, 릭 윤과 그의 동생 칼 윤 그리고 존 조와 레오나르도 남 등이 영화와 TV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서도 활동하는 모델 겸 배우인 대니얼 헤니가 오는 10월4일부터 CBS-TV가 방영할 의료 드라마 시리즈 ‘스리 리버스’(Three Rivers)에서 3명의 주인공 중 하나인 한국계 의사 데이빗 리로 나온다. 한국에서는 이를 두고 또 하나의 한류의 할리웃 진입이라고 선전을 하고 있다.
근래 들어 맨 처음 한국 배우로서 할리웃에 진출했던 사람은 조나산 데미 감독의 스릴러 ‘찰리에 관한 진실’에 나온 박중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서 참패를 했다. 이어 비가 레인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에 ‘스피드 레이서’에 조연을 했지만 이 역시 흥행서 죽을 쒔다. 비는 오는 11월 할러데이 시즌에 나오는 ‘닌자 애사신’(Ninja Assassin)에 주연하는데 여기는 성 강과 릭 윤 및 베테런 한국계 배우 대니얼 덕 김도 나온다.
이들의 뒤를 이어 할리웃에 진출한 이병헌의 ‘G.I. 조’가 흥행서 빅히트를 하면서 이병헌은 지금 한국에서 국민 영웅과도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류의 할리웃 진출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들이 지나치게 일방적이요 과장도 좀 심한 것 같다. 이병헌 찬양일변도 기사에서 그의 영화가 미국 내 비평가들의 혹평이 두려워 시사회를 생략했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그 한 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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