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계절의 남자여서 매일 같이 ‘오 솔레 미오’이다시피 한 LA 기후의 팬은 아니지만 LA 날씨가 정말 천혜라는 것을 지난 주 영화촬영 세트 방문차 애틀랜타에 갔을 때 절감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고장인 애틀랜타의 6월은 습기 차고 끈적거려 사람을 후줄근하게 만들어놓았다. 서울의 여름이 생각났다.
내년 여름 개봉을 앞두고 촬영 중인 액션 로맨스 코미디 ‘5인의 킬러들’(Five Killers·사진)의 세트에서 만난 감독 로버트 루케틱과 두 주연배우 애쉬턴 쿠처와 캐서린 하이글도 “애틀랜타는 사람들도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며 모든 것이 다 좋은데 날씨가 문제”라고 의견일치를 보였다.
세트에서 모니터로 촬영장면을 지켜보고 배우들을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온 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인터뷰하던 하이글은 도중에 “죽을 지경이다”면서 분홍 재킷을 벗어 던졌는데 옅은 초컬릿 색 속치마 위로 솟아오른 젖무덤에 자꾸 눈이 갔다.
라이온스 게이트는 내년 6월4일에 개봉될 ‘5인의 킬러들’을 일찌감치 전 세계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이번에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들을 애틀랜타(세금혜택 때문에 여기서 찍는다)로 초청했다. 영화를 찍고 있는 리버우드 스튜디오는 애틀랜타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교외의 조용한 숲 속에 위치한 소규모의 촬영장이다.
밤 촬영에 맞춰 현장에 도착한 우리를 먼저 루케틱이 맞았다. 그는 “남불 해안에서의 촬영을 포함해 두달째 촬영 중”이라며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로맨스와 코미디에 이번에는 액션을 듬뿍 집어넣었다”고 소개했다.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던 정부기관에 고용된 프로 킬러 스펜서(쿠처)가 컴퓨터 전문가인 아름다운 젠(하이글)을 남불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킬러 직을 그만두고 결혼해 애틀랜타 교외에서 행복하게 산다. 물론 젠은 남편의 전직을 모른다. 이로부터 3년 후 스펜서는 정체불명의 킬러들의 목표가 되면서 액션이 콩 튀듯 하는데 이 과정에서 둘의 부부관계가 시련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제작자 스캇 애버사노는 우리들에게 남불에서 찍은 장면들을 TV 모니터로 보여줬다. 웃통을 벗어 제친 우람찬 체구의 쿠처와 정장을 한 하이글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장면과 오픈 스포츠카와 헬기와 요트가 나오는 액션 신이다. 하이글이 자기 뒤를 따라 오는 쿠처의 벗은 상반신을 자꾸 뒤돌아보는 모습이 우습다. 영화가 빅히트 할 것 같은 감이 들었다.
하이글은 인터뷰에서 “쿠처의 벗은 몸은 굉장해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실토했다. 브루스 윌리스의 전처인 드미 모어(46)가 자기보다 15세 연하인 쿠처와 결혼한 첫 번째 이유야 물론 사랑이겠지만 그의 바위처럼 탄탄한 몸도 큰 이유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케틱의 영화 소개에 이어 쿠처를 만났다. 금발로 이마를 덮은 흰 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쿠처는 아직 미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젊음의 싱싱한 냄새가 물씬 풍겼는데 그와 늘씬한 키에 몸매가 잘 발달된 아름다운 하이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미국 배우들 참 잘도 생겼구나’하고 느꼈다.
쿠처는 “액션 신을 위해 전직 특수부대 요원으로부터 싸우는 기술을 배웠다”면서 “나는 아이오와에서 자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사냥을 해 총기에 대해선 매우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글과의 로맨스 장면을 연습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게 있어 로맨스는 연습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그 방면에 역시 익숙함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2만1,000와트 전열이 내려 쬐는 가운데 땀을 뻘뻘 흘리며 헤드폰을 끼고 모니터로 쿠처와 하이글의 보금자리에서의 촬영장면을 구경했다. 루케틱의 “조용하세요. 액션”이라는 구호와 함께 쿠처가 부엌에서 조반을 준비한 뒤 출근하는 하이글에게 도시락까지 싸주고 키스하는 장면인데 같은 장면을 네 번 찍은 뒤 시간이 늦어 그 날 촬영을 끝냈다.
촬영 뒤 만난 하이글은 “출근장면 촬영은 이제 끝났느냐”는 물음에 “어림도 없다. 아마도 열두 번은 더 찍어야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배우 노릇하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듯했다.
한편 루케틱이 감독하고 하이글이 주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꼴사나운 진실’(Ugly Truth)이 오는 7월24일에 개봉된다. 루케틱과 하이글은 모두 LA 북쪽의 로스펠리스에 사는데 하이글은 “평소 이웃으로 사귀면서 서로를 잘 알아 우리는 척하면 삼척일 만큼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밤이 늦어 촬영장을 떠나 숙소로 돌아왔다.
세트방문 전날에는 흑인 배우이자 제작자요 감독인 타일러 페리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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