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와 대학시절 공부보다 서양 음악에 더 열심이었던 내가 좋아한 음악 중 하나가 스윙이다. 이름 그대로 온 몸이 흔들거려지는 빠르고 유연한 리듬이 경쾌한 스윙은 1940년대 글렌 밀러와 베니 굿맨 같은 빅밴드의 연주에 의해 크게 유행했었다.
스윙 재즈라고도 불리는 스윙은 일종의 재즈성 음악이어서 난 스윙을 통해 재즈도 알게 되었다. 내가 부부 가수로 투박하게 생긴 이탈리아계인 루이 프리마와 중세 시동식 헤어스타일로 유명한 킬리 스미스가 부르는 스윙과 재즈와 팝을 들은 것도 그 당시였다.
루이와 킬리(77)로 불린 둘은 1950년대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극장과 나이트클럽에서의 공연과 캐피톨 레코드(현재도 할리웃에 있다)에서 취입한 음반을 통해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화끈한 커플이었다. 뉴올리언스 태생으로 트럼피터이기도 했던 루이는 루이 암스트롱과 해리 벨라폰테의 음성과 창법을 섞어 놓은 듯한 걸걸한 음성이고 킬리는 안개 낀 듯한 음성인데 둘은 대조적인 창법으로 음악적 대위를 조성, 절묘한 콤비를 이뤘었다. 소니와 셰어는 바로 이들의 스타일을 모방했었다.
스윙과 재즈와 팝 등 모든 장르를 섭렵한 둘의 대표적 노래는 그래미상을 탄 ‘댓 올드 블랙 매직’. 둘이 리듬과 대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기차게 멋있다. 루이와 킬리는 솔로로도 맹활약을 했다. 루이의 히트곡들로는 메들리로 부른 ‘저스트 어 지골로/아이 에인 갓 노바디’와 ‘점프, 자이브 앤 웨일’ 등이 있다. 루이는 디즈니의 만화영화 ‘정글 북’에서 오랑우탄 킹 루이의 음성연기를 맡아 ‘아이 와나 비 라이크 유’를 노래해 아이들까지도 알고 있다.
킬리의 가장 유명한 노래 중 하나는 ‘아이 위시 유 러브’. 그리고 ‘섬원 투 워치 오버 미’와 ‘왓 이즈 디스 싱 콜드 러브’도 로맨틱하다.
루이의 노래는 혼수상태에 빠졌던 사람이 벌떡 일어날 정도로 뜨겁고 무질서하고 즉흥적이요 또 정력적이다. 재밍하는 듯한 악단의 반주와 함께 루이가 트럼핏을 불면서 고함치듯 노래하고 제 멋에 겨워 콧소리로 흥얼대다가 또 대사까지 중얼대는 것을 듣노라면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려진다. 베니 굿맨의 연주와 폴 앵카의 노래로 잘 알려진 ‘싱 싱 싱’을 작곡하기도 한 루이는 배우도 한 만능 연예인이었다. 그는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대중을 위해 여흥을 서비스한 ‘쇼에 살고 쇼에 죽은’ 쇼맨이었다.
루이가 자기보다 21년 연하인 킬리를 만난 것은 킬리가 16세 때인 1948년. 오디션에 나온 킬리의 탁월한 노래실력에 감탄, 즉석에서 자기 파트너로 선택해 둘은 대중음악의 전설적 커플이 되었다. 루이와 킬리는 공연활동을 하다가 사랑에 빠졌는데 루이는 세 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킬리를 네 번째 부인으로 맞았다. 그러나 둘은 짧지만 정열적이요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1960년대 초 이혼했는데 킬리는 바람둥이 루이에 맞서 자기와 듀엣을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와 잠시 연애를 했다.
루이와 킬리의 생애 절정기는 1954년부터 시작해 6년간 계속된 베가스의 사하라 카지노의 카스바 라운지 공연 때였다. 1954년 침체에 빠져 있던 루이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흥행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얻은 일자리가 카스바 공연. 라운지 공연이어서 루이는 수치감을 느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주 5일(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공연을 했는데 이것이 공전의 인기를 얻으면서 라운지는 연일 초만원을 이뤘다고. 루이는 ‘라운지 공연의 창시자’이다. 당시 루이의 반주로 테너 색서폰을 분 사람이 샘 부테라로 그는 지난 3일 베가스에서 81세로 사망했다.
루이와 킬리의 사하라에서의 공연과 둘의 삶을 다룬 뮤지컬 ‘루이와 킬리: 사하라에서의 공연’(Louis & Keely: Live at Sahara)을 얼마 전 웨스트우드의 게펜 플레이하우스(10886 Le Conte Ave. 310-208-5454) 내 오드리 스커볼 케니스 극장에서 관람했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은 올드 팬들로 만원이었다. 각기 루이와 킬리 역을 맡은 제이크 브로더와 바네사 클레어 스미스가 무대와 객석을 누비고 다니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소규모 밴드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춰 장내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둘은 루이와 킬리의 히트곡들을 줄줄이 불렀는데 물론 진짜 루이와 킬리의 노래만은 못 했지만 뜨거운 연기에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1978년 67세로 사망한 루이의 회상식으로 전개되는 뮤지컬은 영화 ‘레이’를 감독한 테일러 핵포드가 연출을 맡았는데 오는 28일까지 공연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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