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은 워너 브라더스 작으로 명장 하워드 혹스가 감독(제작 겸)하고 존 웨인이 주연한 흥미진진한 총천연색 웨스턴 ‘리오 브라보’(Rio Bravo·1959·사진)가 개봉된 지 50주년이 되는 달이었다.
프랑스 누벨바그 기수 중 한 사람인 장-뤽 고다르가 “비상한 심리적 통찰력과 심미적 인식을 지닌 작품”이라고 칭찬한 이 영화는 개봉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의 변치 않는 인기를 받고 있는 컬트영화다. 웨스턴 중 이보다 더 재미있는 웨스턴은 없다고 해도 되겠다.
다른 웨스턴들처럼 이것도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는데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멕시코 접경지역인 텍사스의 작은 마을 리오 브라보의 보안관으로 장총을 장난감총 처럼 가뿐하게 들고 다니는 존 T. 챈스(웨인)가 마을의 실력자인 목장주 네이산(존 러셀)의 동생으로 살인범인 조(클로드 에이킨스)를 영창에 가둔다. 존은 동생을 빼내려는 네이산과 그의 일당이 포위망을 좁혀오는 가운데 연방 마샬이 조를 압송해 갈 때까지 영창을 지키는데 그를 돕는 사람은 이가 빠진데다가 한 쪽 다리마저 저는 까다로운 성격의 영감 스텀피(월터 브레난)와 왕년의 명사수였으나 지금은 실연의 후유증으로 알콜중독자가 된 듀드(딘 마틴).
둘 다 가슴에 배지를 단 보안관보이긴 하지만 존은 이들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 여기에 포장마차 호송대원인 베이비 페이스 건맨 콜로라도(릭키 넬슨)가 존의 협조자로 끼어든다. 이와 함께 존과 마을 살룬의 댄서로 아름답고 섹시한 페더스(앤지 디킨슨) 간의 은근한 로맨스가 꽃 피고 사나이들의 짓궂은 농담과 우정과 의리와 의연함 등이 섞여들며 콩 튀듯 요란한 장총과 권총의 총격전과 어울려 재미를 북돋운다.
‘리오 브라보’는 여타 웨스턴과 달리 액션과 서스펜스 사이사이 쉼표로 음악을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 음악은 러시아 태생으로 여러 웨스턴(‘자이언트’ ‘O.K. 목장의 결투’)의 음악을 작곡한 디미트리 티옴킨이 작곡했다.
특히 보안관 사무실의 영창 안에서 두 유명 가수인 마틴과 넬슨이 함께 부르는 ‘마이 라이플, 마이 포니 앤 미’는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가 흥겹고 쉽다. 나는 고등학생 때 중앙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마틴이 넬슨의 노래를 반주삼아 누워서 노래를 술술 불러대는 것을 듣고 감탄했었다.
이 노래와는 정반대로 네이산이 고용한 멕시칸이 부는 트럼핏 소리가 밤하늘을 찢을 듯이 파고드는 ‘엘 데구엘로’는 죽음을 예고하듯 심장을 조여 오는데 이 음악을 매우 좋아한 웨인은 후에 자기가 감독하고 주연한 ‘알라모’(1960)에서 다시 이 곡을 사용했다. 그런데 ‘리오 브라보’는 텍사스인들이 역사를 뒤바꿔 멕시코의 무서운 장군 산타 아나를 이긴 ‘거꾸로 알라모’ 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안관 존이 묵고 있는 호텔 이름이 ‘알라모’라는 것도 이런 뜻을 함축하고 있다.
혹스가 연기 경험이 없는 넬슨을 기용한 것은 그가 10대들의 우상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넬슨은 소녀들에게 인기가 높아 그를 영화에 씀으로써 웨스턴을 안 보는 여성 팬들을 끌어들이자는 상술이었다. 혹스는 “넬슨이 나오면 100만달러는 더 벌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혹스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프레드 진네만이 감독하고 게리 쿠퍼가 주연한 웨스턴 ‘하이 눈’(1952)에 대한 반박이라는 점이다. ‘하이 눈’의 보안관 윌 케인은 자기에게 복수하려고 마을로 들어오는 4인조 무법자들을 혼자 막아낼 자신이 없어 동네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하나 모두 거절당한다.
이에 대해 혹스는 “나는 훌륭한 보안관은 머리가 잘려진 닭처럼 마을 곳곳을 쫓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내가 ‘하이 눈’을 보고 언짢게 생각한 모든 것에 정반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40~50년대의 대부분의 웨스턴들과 달리 14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유유자적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50년대 말은 웨스턴이 종말을 고하던 때로 혹스나 웨인 모두 히트작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개봉되면서 팬들의 큰 호응을 받아 1959년 흥행 10위의 기록을 올렸다.
혹스는 1967년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엘도라도’를 연출했는데 여기서는 로버트 미첨이 주정뱅이 보안관으로 나오고 웨인은 그의 조수로 나온다. 그리고 ‘리오 브라보’는 존 카펜터 감독의 현대판 범죄 스릴러 ‘제13관구 습격’으로도 리메이크 됐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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