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이기 때문일까 또는 사는 땅이 좁아서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 왔기 때문일까. 한국인들은 폐쇄적이며 차이에 대해 관대하지를 못하다. 우리가 몰려다니는 집단의식에 매어 있고 또 외국인을 혐오하는 것도 이런 차이에 대한 불관용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소위 유색인종인 한국인들의 타 유색인종에 대한 멸시감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뒤로 그런 경향이 줄어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은 특히 흑인을 싫어해 그들을 ‘깜둥이’(한국에서는 ‘연탄’이라고도 한다)라고 부른다. 며칠 전에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자리의 손님이 계속해 “깜둥이 깜둥이”라고 말해 듣기가 거북했다.
한국에서 덴젤 워싱턴 같은 수퍼스타를 제외하곤 흑인 영화는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멕시칸은 ‘멕작’이라고 부르며 노비계급 정도로 생각한다. 이것이 백의민족의 흑색에 대한 무조건적 반사 본능일까.
그런데 이중으로 아이로니컬한 것은 한국인들은 백인들에 대해선 친절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서울의 한 TV가 실시한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태도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우리가 단일민족이라고 자랑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혼혈가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시골 처녀들이 모두 도시로 이주하는 바람에 한국 여자와 결혼할 수 없는 농촌 남자나 가난한 근로자들에게 시집 온 동남아 및 중국 여자들로 이뤄진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부부 5쌍 중 1쌍 꼴로 이혼을 하는데 그 큰 이유가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두들겨 패야 제 맛이 난다’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가 보다.
그러나 진짜로 심각한 문제는 이들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혼혈 및 타민족 아이들에 대한 주위의 배척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재 한국에 온 결혼 이민자 자녀는 5만8,000명.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한국말이 서툴러 겪어야 하는 학습 부진과 따돌림이라고. 이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장애아 취급까지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결혼이민 여성들이 자기 아이들을 엄마의 나라로 보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 필리핀 여성은 어린 딸을 친정에 보낸 뒤 매달 40만원 월급의 절반을 송금하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6.25를 겪은 나는 한국 여자와 미군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혼혈아에 대한 한국인들의 멸시를 여러 번 목격했다. 그들을 ‘트기’라고 부르면 그 것은 대접하는 것이고 보통 ‘양X보 새끼’라고 부르며 사갈시 했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을 ‘재미 똥포’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이 잘 살게 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대충 120만명. 그런데 이들이 한국에서 받는 신분적 대우나 인간적 대우가 말이 아니다. 일 하다 손가락이 잘리는 등 신체적 해를 입어도 보상을 못 받은 근로자들이 명동성당에 모여 시위를 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월급에서 고용보험료를 제하고도 해고된 뒤 실업급여를 못 받은 근로자들이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2월 서울에서 발족된 ‘국경 없는 세상’(Borderless World-전화 1577-8456)은 바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정과 편익을 위해 문을 연 비영리단체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마치 내 일처럼 가슴이 뿌듯해졌다.
특히 초대 이사장이 재외동포재단 사업이사를 지낸 나의 한국일보 선배이자 지금도 “아우, 형”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김승웅씨여서 더욱 흐뭇했다. 그는 내게 보낸 글에서 ‘40년 넘어 추진해 온 우리의 수출 드라이브와 관련, 그 동안 우리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 준 그 외국인들한테 이젠 뭔가 우리도 보답하고 이익을 환원시키자는 뜻’이라면서 ‘불쌍한 외국인을 좀 돕자는 것이지. 우리 모두 과객들한테 잘 해야지. 우리도 어차피 이 세상 몇 십년 살다 저쪽 나라로 가는 과객 아닌가. 과객이 과객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적었다.
그는 오늘도 매일 오후에는 충정로에 있는 ‘국경 없는 세상’ 사무실로 출근한다. 현지 어민 16명이 쉴 새 없이 걸려오는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들의 SOS 전화를 받아 그들의 고충을 처리하느라 그의 사무실은 홍콩의 장터처럼 시끄럽다. 그는 이런 삶이 “한 마디로 살판난다”고 즐거워했다. 김형 화이팅!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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