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임신 날로 심각
책임감 일깨우는 교육 절실
며칠 전 선생님 한 분이 의논할 일이 있다면서 사무실로 찾아왔다.
반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 한 명이 습관적으로 섹스관련 욕설을 해서, 여러 번 주의를 주었는데도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다, 이번에는 어느 여학생과 교실 뒤에서 섹스행위 제스처를 했다는 것이다.
이제 15세밖에 안 된 아이가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모든 언행에서 완전히 섹스 집착 증세를 보이고 있어서 교사인 자기도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이 선생님은 이어서 전통적 가정의 붕괴가 미국사회 전체를 타락한 사회로 만들었다고 개탄하면서, 앞으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리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올해 새로 들어선 정부 하에서 사회규범에 대한 준수개념이 더욱 느슨하게 풀어질 것이고, 미성년 섹스, 미혼모·미혼부, 자녀 유기 등의 무책임한 행동이 늘어날 것이고, 이같은 세태가 학교 안으로 파급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학생과 같은 아이들의 숫자는 증가하게 되리라는 걱정이었다.
“M선생님, 미국사회의 해이된 섹스 도덕은 어제 오늘 시작된 것도 아니고,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진행된 현상인데요”
“글쎄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부 정책 결정자들의 잘못된 철학이 도덕적 해이를 촉진시켜 온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정권 하에서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니 두고 보세요”
동료와 정치토론을 하고 싶은 의사가 없었으므로 이쯤 얘기를 끝냈지만, 아닌 게 아니라 청소년 탈선, 특히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섹스에 관심을 두거나, 이미 섹스를 시작한 학생들에 대한 M선생님의 우려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에 눈을 뜨는 나이는 요즘이나 옛날이나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옛날 전통 사회에서는 사회적 제재 때문에 성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웠고, 따라서 책임감 없는 성 활동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아이들이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더 이른 나이에 성에 눈을 뜬다는 증거는 도처에서 찾아낼 수 있다.
왜 그렇게 요즘 아이들은 일찍이 성에 눈을 뜨게 되었을까.
우선 아이들의 신체적 성숙도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 전반적으로 영양상태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식품 속에 첨가된 성장 호르몬 때문에 아이들 성장이 전세대보다 3년 내지 5년은 빨라졌다는 것이다. 틴에이저가 되어서야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가 10세 전후에 벌써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보고이다. 성숙한 신체와 함께 성에 대한 관심도 욕구도 일찍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연령에 비해 조숙한 신체발달이 10대 성문제의 원인의 반이라면, 아이들이 살고 있는 사회분위기가 나머지 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도발적인 성에 대한 정보의 홍수, 자유방임적 사회 분위기, 사생활에 대한 관대한 기준, 부모의 권위 상실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이제는 혼외 출산 때문에 일생동안 가슴에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는 세상은 옛날 옛적 얘기가 된지가 오래이다.
사실 10대에 부모가 된다는 것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 우리 부모나 조부모 세대만 해도 10대에 부모가 되어 훌륭하게 자녀를 키운 예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대 부모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와 더불어 대가족의 품에서 보호를 받고 자라던 시대는 지나갔다. 요즘 세상에서는 10대에 미혼부·미혼모가 된다는 것이 본인에게도, 태어난 자녀에게도 평탄한 생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무척 어려우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보이프렌드나 걸프렌드가 있다는 것을 알면 반농담조로 “얘야, 너 10대 엄마·아빠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라고 얘기를 하면 대개들 웃으며 알았다고 한다.
한동안 감소경향을 보였던 10대 임신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뉴스이다.
일단 임신을 하면 아이 아버지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함께 기르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경우 미혼모가 되거나, 아이를 양자로 보내거나, 비밀리에 임신중절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그 분야 소셜워커의 얘기이다.
“당신이 누구인데 내 인생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이에요”라는 반발이 무서워서, 카운슬러는커녕 부모조차 마음대로 권고를 못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일단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랄 권리,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권리,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 재능 발휘의 기회를 가질 권리, 인격을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인격체이다.
어린나이에 아무 생각 없이 성관계를 가져서 원치 않는 아이를 낳는 것을 될 수 있으면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가장 절실한 이유가 바로 태어나는 아이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순결교육만으로는 어린나이에 성관계 시작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몇 년 동안 시행해 온 연구의 결과이다. 순결교육과 함께 안전한 성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었거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순결을 지켰으면 좋겠지만, 이런 바람이 결코 현실적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좀 이르다고 생각하는 나이부터 자녀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