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작가노조(WGA)의 파업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기자회견식으로 치른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는 이번 연말에 는 미배우노조(SAG)가 파업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2년 연속 시상식을 치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염려를 했다. 기자를 비롯한 HFPA 회원들은 지난 19일 망년회를 하면서도 이 문제를 얘기했는데 다행히 SAG가 파업을 해도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리는 내년 1월11일 이후에 하게 돼 한숨 놓았다.
올해 불어 닥친 혹독한 경기 한파로 영화계도 몸살을 앓으면서 메이저의 예술 및 특수영화 전문 자회사들이 폐쇄되고 축소되는가 하면 내년도 영화와 TV 제작 편수도 올해보다 줄어들 예정이다. 그리고 LA타임스를 비롯한 미 전국 활자매체의 영화비평가들의 목이 여럿 날아가기도 했다. 갓 블레스 뎀!
이렇게 우울한 한 해였지만 올 한 해 영화 흥행수입은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와 같거나 이를 상회할 것 같다. 대 경제공황 때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힘들 때 상상과 환상의 세계인 영화에서 위로를 찾는 듯하다. 영화의 가치와 고마움이 이런 때보다 더 절실히 느껴질 때도 없다.
해마다 내가 본 영화 중 베스트 텐을 고르려면 마음에 꼭 와 닿고 가슴을 가득히 채워주는 10편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올 해 영화계가 흉작인 것도 아니다. 내가 올 해 본 310편 정도의 영화 중 베스트 텐을 알파벳 순으로 적는다.
▲‘벤자민 버튼의 이상한 경우’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거꾸로 늙어가는 벤자민 버튼(브래드 핏)의 삶과 사랑과 모험을 통해 인생의 유한성과 기회와 사랑과 젊음의 일시성 등을 다뤘다.
▲‘출발’(Departures)
도쿄의 한 교향악단의 젊은 첼리스트가 실직을 하면서 아내와 함께 시골 고향에 정착한다. 장의사에서 염하는 일을 얻게 된 남자는 죽은 사람들을 다루면서 삶의 귀중함과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이 일본 영화는 실직자 가장의 가족 드라마인 또 다른 일본 영화 ‘도쿄 소나타’(Tokyo Sonata)와 함께 가족과 삶의 귀중함을 묘사했다.
▲‘천국의 변두리’(The Edge of Heaven)
터키계 독일 감독 파티 아킨의 작품. 독일과 터키를 오가면서 서술되는 6명의 남녀의 교차되는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운명, 죽음과 용서와 화해 그리고 우연한 만남 등을 탐구했다.
▲‘추락’(The Fall)
영화 촬영 중 다리가 부러져 병상에 누워 있는 스턴트맨(그는 실연으로 가슴도 부서졌다)이 같은 병원에 입원한 5세 소녀에게 옛날 얘기를 들려준다. 영화 속의 영화 장면이 황홀하고 아름답고 독창적이다. 영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작품.
▲‘프로스트/닉슨’(Frost/Nixon)
불명예 퇴진한 닉슨을 인터뷰한 영국 TV쇼 호스트 데이빗 프로스트의 실화. 닉슨 역의 프랭크 란젤라와 프로스트 역의 마이클 쉰의 연기 대결이 장관. 메릴 스트립과 필립 시모어 하프만의 연기 대결이 불꽃을 튕기는 종교 영화 ‘의심’(Doubt)과 자매편을 이룬다.
▲‘그랜 토리노’(Gran Torino)
늙은 홀아비로 인종차별 주의자인 전직 자동차 공장 노무자(클린트 이스트우드-감독 겸)와 이웃 아시안 가족간의 관계를 통해 색깔을 초월한 인간애를 그렸다.
▲‘책 읽어주는 사람’(The Reader)
전후 독일의 15세 소년과 연상의 여인(케이트 윈슬렛) 간의 사랑을 주제로 독일인들이 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죄의식을 다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
1950년대 풍요한 미중상층 젊은 부부(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삶이 질식할 것 같은 부르좌의 획일성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묘사 했다.
▲‘낟알의 비밀’(The Secret of the Grain)
프랑스 항구도시에 사는 가난한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린 서사적 가족 드라마.
▲‘왈-리’(Wall-E)
로봇을 주인공으로 지구환경 문제와 사랑과 모험을 그린 만화영화. 인생의 뜻을 탐구한 만화영화 ‘$9.99’와 함께 보시도록.
이밖에도 ‘렛 미 인’(Let the Right One In), ‘크리스마스 이야기’(A Christmas Tale), ‘웬디와 루시’(Wendy and Lucy) 및 ‘랑제 공작부인’(The Duchess of Langeais)도 훌륭한 영화들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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