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살아생전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 또한 중요하다. 돈이란 우리가 사는 동안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돈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빛이 나느냐, 바래느냐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치부하기에 돈을 쓰느라 급급한 가하면, 어떤 사람은 필요한 돈을 쓰고 남은 돈을 이웃을 위해 혹은 사회를 위해 기꺼이 쓰는 것을 본다. 후자의 경우, 돈은 결국 나의 소유가 아니라 이 세상에 살다 두고 가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소위 환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움켜쥐고 있다 제대로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죽는 경우가 태반이다.
미국인들은 부자건,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이건 일단 돈이 있으면 그 돈의 일부를 사회나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가 몸에 베여 있다. 자랄 때부터 받은 교육의 영향이다. 이들이 내놓은 기부금은 자국의 교육기관이나 병원시스템, 나아가서는 사회와 국가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돈의 사용가치는 부호로 유명한 미국의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워렌 버핏이나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같은 인물들이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같은 부호들도 번 돈의 일부는 도서관이나 학교, 자선단체 등에 기부, 미국
의 교육 및 의학계 등 각계분야의 발전을 이룩하는데 기여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미국인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인기 연예인 문근영이 억대의 기부금을, 세계적 쿵푸 스타 청룽이 4천억에 달하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를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런 풍토가 뉴욕의 한인사회에도 조성돼 우리 커뮤니티가 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공동체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인들 중에는 이민 와서 열심히 일해 천억대로 서민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만큼의 돈을 벌어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남을 위해, 사회를 위해 자신이 번 돈을 기부하는 부자는 거의 없다.
한인사회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커뮤니티의 발전을 생각해서 내가 땀 흘려 번 돈을 용기있게 나누어 쓸 줄 아는 환원정신을 가진 한인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왔으면 한다. 내가 번 돈이니 내가 살 때까지 실컷 쓰고 남은 돈은 몽땅 자식한테 대물려 주려고 하기보다 어려운 내
이웃이나 사회를 위해 일부 내놓을 줄 아는 그런 사람, 이들이야 말로 이 땅에 사는 동안 가진 돈을 값있게 쓰고 가는 환원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번 연말 한인사회에는 가진 재산 중 일부를 어려운 한인과 고국의 후학 등을 위해 내놓겠다고 공언한 한인들이 있어 불경기와 한파로 춥고 강팍한 한인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나눔의 사랑을 행하고자 하는 이들은 월드비전 코리아 데스크에 10만 달러를 전달해 지구촌 기아 아동 100명을 3년간 후원키로 한 강백현 전문의와 자신이 어렵게 졸업한 서울대 법대의 고학생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나선 송학린 전 굿 네이버 소사이어티 회장이 그들이다.
연말 한인동문회 및 단체 파티에도 보면 어려운 이웃이나 학생, 봉사단체를 돕기 위한 나눔의 손길이 예년에 못지않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본다. ‘부의 환원’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생소하고 남의 이야기 같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분위기는 아름다운 사회 분위기 조성의 귀한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나누어서 아름다운 손이 될 것인가, 움켜쥐어서 추한 손이 될 것인가는 돈에 대한 가치와 사용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달려있다. 크든, 적든 내가 환원해서 어떤 사람이, 한 사회가 어떤 형태로든 변화되고 달라질 수 있다면 이는 누구라도 해야 될 일이다. 액수와 상관없이 기꺼이 내놓은 나의 기탁금이 한 사람을, 한 가정이나 집단 혹은 사회, 아니 국가와 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귀한 생명까지 살릴 수가 있다.누구인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어디에 쓰지 않고 수중에 고여 있다면 그것은 내 돈이 아니다. 그 돈이 어딘가에 쓰여질 때 그것만이 내 돈”이라고 하였다. 돈은 살아있을 때 쓰기위한 수단이지, 죽으면 다 두고 가야 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명확하게 표현한 말
이다. 그래서 우리 옛 말에 ‘돈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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