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거가 불과 사흘 뒤면 실시된다. 뚜껑은 열어 봐야 알겠지만 대세는 버락 오바마 쪽으로 기운 것 같다.
지난 토요일 집에서 우편투표를 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아내가 계속 나보고 프로포지션(주민발의안) 8에 찬성하라고 보챈다. 난 아내의 성화에 깔깔대고 웃으면서 발의안 8이 정말 화제긴 화제로구나 하고 절감했다.
이 안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헌법을 뒤집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제출한 것이다. 그러니까 동성결혼에 반대하면 ‘예스’, 그 것에 찬성하면 ‘노’하면 된다.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선출을 제외하고 가주 주민은 물론이요 전 미국이 그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발의안 8이다. 매서추세츠와 코네티컷주도 동성결혼을 허락하고는 있지만 전 미국에서 동성애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가주에서의 이 발의안 통과 여부는 앞으로 미국의 모든 다른 주에서의 동성결혼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발의안 찬반론자들이 거둬들인 선거운동 자금의 상당부분이 타주에서 들어온 것이다. 지금까지 양측이 모금한 액수는 약 6,000만달러.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이 발의안에 대한 반표가 52%, 찬표가 44%로 찬반론자들 간에 폭력사태까지 일어날 정도로 이 발의안을 둘러싼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와 브래드 핏. 스필버그와 핏은 각기 자기 아내인 케이트 캡쇼와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이 발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10만달러씩을 기부했다. 찬표를 위해 기부한 연예인들로는 가수 팻 분과 연예인 가족 오스몬드 일가가 있다. 할리웃은 조금 과장되게 말해 게이 세상이니만큼 이 발의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발의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측은 물론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성경과 도덕과 가족의 신성불가침을 내세워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다. 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내 아들의 발의안에 대한 의견이 궁금해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E-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먼저 자기는 도덕성을 법제화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가족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장 중요한 사회제도이자 모든 문화의 중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간의 시작 이래 인류 사상 거의 모든 문화는 결혼을 남자와 여자 간의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그런데 21세기인 이제 와서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우리가 그것을 그보다 더한 것으로 볼만큼 계몽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한 오만이요 문화적 편협”이라고 말했다. 아들은 이어 발의안에 ‘예스’라고 하는 것이 ‘노’하는 것보다 문화적으로 더 관용적인 행위라고 말을 끝냈다.
물론 성경에도 동성애를 꾸짖는 구절이 있다. 레위기 20장 13절은 “남자와 동침하는 것은 가증한 일”이라고 했고 로마서 1장 26절은 “남자와 남자가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프레스노에 사는 게이 가톨릭 신부 제프리 패로는 얼마 전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는 진화해야 한다”면서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신을 조작하려고 시도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발의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누구의 것이건 인간의 기본권을 제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동성결혼을 민권의 하나로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안에 반대하는 큰 단체 중 하나가 가주 교사연합회라는 사실. 이들은 이 안의 통과 저지를 위해 지금까지 130만달러를 썼다. 그런데 지난 1978년에 가주의 동성애 교사들은 발의안 6 때문에 혼이 난 적이 있다. 이 안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요 유명 팝가수였던 아니타 브라이언트(나는 그녀의 노래 ‘종이 장미들’을 아주 좋아한다)의 동성애자 권리보장 조례 무효화 운동에 힘입어 나온 것으로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들을 공립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가주지사 제리 브라운과 전 주지사 레이건도 반대한 이 안의 통과를 저지시키는데 앞장섰던 사람이 미 공직사상 최초의 게이로 샌프란시스코시의 수퍼바이저였던 하비 밀크다. 밀크는 수퍼바이저가 된 뒤 동성애자 권리신장을 위해 여러 업적을 남겼는데 1978년 11월27일 같은 수퍼바이저였던 댄 와이트에 의해 조지 모스코니 시장과 함께 총격 살해됐다. 이 내용을 다룬 영화 ‘밀크’(Milk·사진)가 오는 11월26일 개봉되는데 밀크로는 션 펜이 나와 명연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사랑이신 하나님이 정말 게이들을 미워할까 하고 의문이 간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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