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으로
이른 아침 6시30분, 수술실 간호사들이 벌써 엄마를 모시러 왔다. 최 목사님이 함께 기도해 주시며 “하나님,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아시죠? 더 이상 아픈 것은 없게…” 일사천리로 수술실 문을 향해 침대는 달려간다.
“엄마, 잘 하고 나와,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금방 끝난데. 무서워?” “아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언니도 병원에 왔다. 언니는 채플을 찾아서 가고, 난 보호자 대기실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다. 이젠 병원하고 그만 친해져야 하는데 왜 이리 친하게 지내는지 병원에 있는 것이 불편해야 하는데 병원에 있는 것이 되레 익숙하다. 엄마가 수술실로 들어가신지 1시간 반이 지났을까. 수술실에서 간호사가 나왔다. 수술 경과를 말해주러 나온 것이다. 마취도 잘되었고, 지금 막힌 신장혈관 네 군데를 이식하는 중이라고 했다. 앞으로 두 시간 정도면 수술이 끝이 난다고 했다.
두 시간 동안 혼자 성경을 보고 찬양을 부르고 나 홀로 부흥회를 하고 있다. 보호자 대기실에 다른 보호자들은 하나 둘씩 수술을 마친 가족에게 가는데 나만 대기실에 덩그러니 남았다. 수술을 시작한 지 7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간호사가 나왔다. 수술을 잘 마쳤다고 했다. 오늘은 면회를 할 수 없으니 내일 아침 일찍 중환자실로 찾아오라고 했다. 난 얼굴이라도 뵙고 가야 할 것 같다고 멀리서 얼굴만 뵙고 가겠다고 했고, 언니와 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얼굴이 너무 부어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 엄마 주변은 온통 의료기가 가득이고 줄이란 줄은 온몸에 칭칭 감고 계시다. “엄마, 많이 아프지.” 엄마가 우리 목소리를 들으셨나 보다. 침대를 막 두드리시면서 호흡기를 달고 있는 입을 벌리신다. 엄마가 손을 허우적거리니 주변에서 온통 삑삑 빽빽 소리가 나고 간호사가 뛰어오고 난리가 났다. 절대 안정을 하셔야 하는 엄마를 우리가 흥분하게 했나 보다. 거의 쫓겨나다시피 중환자실을 나왔다.
일단 내가 병원에서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병원으로 가려고 집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은 순간 핸드폰이 울린다. “여기 포모나 병원입니다. 김민아씨를 찾습니다. 지금 의사가 급히 통화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연결을 부탁해서요.” “네. 접니다.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죠?” “수술을 맡은 의사입니다. 음. 수술은 잘됐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가 생겼나요?” “알 수 없는 출혈이 계속되고 있어요. 혈관이식은 너무 잘 되었는데 어디서 출혈이 있는지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서 봐야 합니다.” “네~~에? 다시 수술실로 들어 가신다구요? 제가 지금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최대한 침착하게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언니에게 잘 설명을 하고 교회에 전화를 걸었다. “기도 부탁합니다.” 오후 퇴근시간이라 차들이 얼마나 많이 막히는지 괜히 운전대를 내리치며 “아이 정말. 진짜…” 목구멍에서는 알 수 없는 원망이 치솟고 있다. 소리 내어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 언제까지 이런 일을 겪어야 합니까? 중복장애 아들에 아버지는 말기 암으로 5개월 사시다가 돌아가셨고, 형부는 심장마비로 작별인사도 못하고 돌아가셨고, 엄마까지 왜 이래야 합니까? 왜요? 왜?’
원망을 넘어 마음엔 분노가 치민다. ‘이놈의 인생, 왜 이리 복잡한가?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사방이 막혀 있는 고속도로 위에 멍하니 앉아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빠지지도 못하고 있다. 마치 지금의 내 모습이다. 그때 시편 42편 5절의 말씀이 나의 입술에 고백이 되어 나온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그 얼굴의 도우심을 인하여 내가 오히려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내가 무엇으로 하나님을 기쁘게 할까요? 주님의 기쁨이 되겠습니다. 제가 주님의 용사가 되겠습니다. 제발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이 상황에 우리 엄마마저 잘못되시면 저희는 다…’ 뜨거운 눈물이 계속 주체할 수 없이 흐른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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