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잘 몰라서 그렇지 한국이 낳은 자랑거리인 마가렛 조(39)는 미 코미디계의 수퍼스타다. 오는 10월4일에 뉴욕에서 공연되는 마가렛의 ‘뷰티플’ 투어가 이 도시의 명물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리는 것만 봐도 그녀의 힘과 크기를 알만하다.
마가렛은 못할 말이 없는 대담무쌍한 코미디언이다. 섹스와 정치와 동성애를 비롯해 자신과 자기 부모 등을 닥치는 대로 농담의 재료로 삼는다. 툭하면 F자 상소리를 내뱉고 또 음탕한 소리도 잘 한다. 그녀의 인기는 가차없는 솔직 때문이라고 하겠는데 보수적인 한국인 부모들이 들으면 혀를 찰 노릇이겠지만 젊은이들에겐 코미디의 마돈나다.
마가렛은 지난 1994년 ABC-TV의 시트콤 ‘올-아메리칸 걸’에 주연으로 발탁돼 미디어의 각광을 받았었다. 아시안 아메리칸이 미 네트웍 TV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첫 경우였다. 나는 그 때 마가렛을 인터뷰 했었는데 그녀는 “한국인 부모들은 모두 자기 자식들을 변호사나 의사가 되기를 원한다”고 투덜댔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한 시즌 만에 막을 내렸다. 할리웃은 마가렛이 너무 아시안적이라고 생각한 반면 아시안들은 그녀가 충분히 아시안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 것이 시리즈 조기 종영의 원인이 됐다. 당시 제작진측은 마가렛에게 살을 뺄 것을 요구, 마가렛은 너무 빨리 살을 빼다가 병원신세까지 져야 했다. 마가렛은 그 뒤로 TV를 멀리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와 콘서트 영화 그리고 오프-브로드웨이 익살극과 영화 및 2권의 책등을 통해 코미디언으로서의 개성을 유지해 왔다.
마가렛이 TV를 떠난 지 13년만에 당당히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마가렛이 총 제작자로 참여하고 주연하는 총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30분짜리 리얼리티 시트콤 ‘더 초 쇼’(The Cho Show)의 첫 회가 21일 밤 11시에 음악과 팝문화 전문의 케이블 TV인 Vh1을 통해 전국적으로 방영됐다. Vh1은 전국 9,000만가정이 볼 수 있는 기본 케이블로 젊은이들이 즐겨 보는데 쇼는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영된다.
쇼는 마가렛의 실제 경험과 각본 내용을 자유롭게 혼합했는데 대사도 즉흥적인 것과 각본에 따른 것이 뒤섞였다. 쇼에는 마가렛과 그녀의 조수로 키 3피트10인치인 셀레나 루나와 3명의 게이들인 분장과 의상 및 헤어스타일 담당자가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마가렛의 부모 조승훈씨와 영희씨<사진>가 나오는데 이들은 이번에 그동안 수시로 딸의 농담거리가 되어 온 것에 대한 반격의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그런데 한번 혼이 난 마가렛은 이번 쇼 출연을 Vh1측과 1년 반 간의 협의 끝에 자기 뜻대로 만든다는 조건 하에 결정했다.
제1회 에피소드 ‘올 해의 코리안’을 봤는데 한 장면에서 마가렛은 G-스트링만 걸친 채 문신이 가득한 전신 나체에 페인트를 칠하고 나온다. ‘올해의 코리안’은 마가렛이 한국계 미국인들에 관한 기사를 다루는 영문 월간지 코리앰(KoreAm)이 주는 연예 업적상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내용. 마가렛은 과거 자기를 ‘군사분계선 이후 한국에 발생한 최악의 물건’으로 쓴 미디어가 주는 상을 놓고 고민하다가 점쟁이에게까지 상의한다. 물론 마가렛의 부모는 상을 받으라고 종용하는데 승훈씨는 딸에게 “상 받을 때 문신은 덮고 나가라”고 말했다가 퇴짜를 받는다.
마가렛은 역시 한국계 코미디언으로 폭스 TV의 ‘매드 TV’에 출연하는 바비 리의 말을 듣고 시상식 참석을 결정한다. 바비는 마가렛에게 “나는 고교시절 당신의 쇼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다고 깨닫게 됐다”며 “당신은 개척자”라고 찬양한다. 마가렛은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미 연예계에서 20여년을 견디어 오며 동포의 롤 모델이 된것이다.
마가렛은 한국인들로 만당을 이룬 식장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예외 없이 F자 상소리와 함께 북한과 자기 부모 등을 마구 놀려댄다. 그러나 승훈씨와 영희씨는 딸이 상을 받는 것이 너무 좋다는 듯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마가렛은 시상식 후 “이제야 내가 한국 커뮤니티로부터 수용 받은 기분”이라면서 감개무량해 했다.
식이 끝나자 한 젊은 한국 여자가 마가렛에게 다가와 종이에 적은 것을 읽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이 여자는 “나는 억압 받는 사람들을 위해 놀랍게도 유머로 투쟁하는 당신을 우러러 봅니다”면서 울먹였다. 마가렛은 현재 공연 예술가인 남편 알 리드누어와 LA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을 웃긴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마가렛 화이팅!
제2회 에피소드 ‘더 초 유니버스 패전트’는 오는 28일에 방연된다.
*지난 주 글에서 베를린 올림픽 개최년도는 1936년이기에 바로 잡습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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